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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도착하기 전, 친구 두 명과 함께 터키여행을 먼저 했다.. 땅덩어리가 큰 터키지만 막상 장거리 여행을 위한 열차시스템이 발달해있지 않다. 아마도 터키 중부 카파토키아 지방과 같은 지형이 고르지 않은 곳이 많아서가 아닐까 하고 우리는 추측했었다. 하지만 좋은 것은 정말 편안한 고속버스가 어디든 간다는 것이었다. 웬만한 곳은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는 고급버스와 간단한 차와 비스켓 같은 간식을 제공하고 불편을 도와주는 승무원이 탑승하는 최상급 리무진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이런 편안한 서비스도 15시간이 넘는 버스여행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터키남부 해안도시인 안탈랴에서 시리아 국경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인 하란까지 가는데 버스로 17시간 가까이 가야 했다. 승무원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해 그들에게서 정확한 이동시간을 확인하지 못한 우리는 잠을 청해보기도 하고 책을 읽고, 편지도 쓰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시간을 재촉했지만 결국 우리가 가는 곳은 버스에서 꼬박 하루 정도를 갇혀있어야 하는 멀고도 먼 곳이었다.

이렇게 터키에서 장거리 버스이동과 추위 등으로 지쳐있어서 인지 생각만 해도 따뜻한 햇살이 느껴지는 그리스로 빨리 넘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많았었다. 터키 서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시계반대 방향으로 여행을 마친 후, 터키여행의 시작이었던 도시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4일 정도를 머물렀던 도시라 그런지 기나긴 여행을 끝낸 후 이스탄불에 도착했을 때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동거리가 대체적으로 길고 영어를 잘하는 현지인들이 많지 않아 여행에 약간의 불편이 따르기도 했지만, 터키의 복잡한 역사만큼이나 다른 유럽권의 나라들보다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고 색다른 자연경관이 많아 여행 내내 흥미로운 경험이 많았었다. 그리스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터키를 내다보면서 다시 여행을 해도 또 다른 터키의 모습을 발견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언젠가 다시 와봤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환한 햇살과 함께 도시전체가 활기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았던 상상과 달리 그리스 아테네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회색’이었다. 그리스라고 하면 늘 머리 속을 가득 메우던 새하얀 건물과 그 건물벽에 그림을 그리는 나무와 다른 집들의 그림자의 아름다운 조화였다. 그러나 내가 도착했을 때 마친 아테네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건물들도 흰색이 아닌 회색, 혹은 회갈색과 같은 칙칙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그리스의 대형 문화유산들이 언덕 위에 많이 위치해 있는데, 거리를 걸으면서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언덕 위 회색 빛의 신전이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신에 대한 겸손한 자세와 그들의 힘을 느끼게 만드는 듯 했다. 아테네는 그때까지 내가 상상하던 그리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신의 축복을 머금고 있는 듯 보였다.

아테네를 둘러본 후, 우리가 꿈꾸던 진정한 그리스의 모습을 찾아 가기로 했다. 바로 산토리니 섬으로 가는 것이었다. 오래 전 우리나라에서 한 음료 TV광고에서도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신이 그리스에게 주신 축복이 완벽한 햇살이 있는 섬이다. 아테네에서 밤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산토리니 섬으로 향하니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할 수 있었다. 편안한 잠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배라 제대로 잠을 청할 수가 없어 편안한 의자와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터키의 리무진에 대한 그리움이 잠시 생겼었던 것 같다. 어쨌든 산토리니로 향한다는 생각에 우리의 마음은 다음 날 아침 산토리니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설레고 있었다.

드디어 산토리니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변가가 아닌 절벽으로 되어있는 섬에 하얀 집이 빽빽이 덮여 있어 꼭 언덕 위 파르테논 신전처럼 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출렁거리는 파도가 절벽을 부딪혀 깨지는 모습은 마치 높은 절벽 위로 올라 신의 하얀 선물을 훔치고픈 바다의 욕심처럼 보였다. 다행히 아테네와 달리 산토리니에서는 날씨도 좋았다. 섬에 내린 후 숙소를 찾아 짐을 푼 후 터키부터 시작한 여행 내내 두껍게 겹쳐 입었던 자켓을 벗어 던지고 밝은 색의 민소매 옷으로 바꿔 입었다. 사실 아무리 날씨가 좋다고 하더라도 겨울 여행이라 약간은 쌀쌀했었으나 우리가 상상해온 산토리니 여행의 모습을 그대로 실천해보고 싶었다. 일단 우리는 숙소를 나와 거리를 걷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 섬이지만 비수기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마을은 더욱 깨끗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먼저 해변가가 있는 쪽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길을 걸으면서 옆으로 보이는 골목 사이의 모습이 정말 상상했던 것과 똑같았는데 하얀 집에 파란색 창이 나있고, 사람들은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산토리니의 겨울은 여름보다 싸늘하긴 하나 햇살과 높은 평균 기온 때문에 집밖에서 뭔가를 하는 현지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한 부부는 말을 타고 지나가고 있었고, 집 주인처럼 보이는 한 남자는 벽을 더욱 빛나게 만들기 위해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근심과 걱정 따위는 없으며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겁게 살지가 관건인 것처럼 보였다. 실제 그들의 마인드가 어떨지 몰라도 내 눈에는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우리는 좀더 섬 구석구석을 보기 위해 차를 빌리기로 했다. 섬에서 운행되는 버스는 여행자들이 주로 선호하는 곳들로만 연결되어 있고 배차시간도 길어 버스에만 의존한다면 섬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을 놓치지 쉽다. 사실 산토리니 섬은 해벼가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것 보다 높은 지형을 덮고 있는 하얀 집을 경계로 하늘과 바다 그리고 땅이 어우러지는 섬 전체의 풍경을 찾아 다니는 것이 훨씬 값진 것이다. 섬과 어울리게 하얀 차를 빌린 후 조용한 도로 위를 시원하게 달렸다. 그러다가 정말 멋진 곳을 발견하면 그대로 멈춰 하염없이 그곳을 바라보다가 차 트렁크에 한 가득 실어 놓은 음식을 꺼내 먹으면서 값진 경험을 함께 나누고 있는 친구들과 소중한 대화를 만들어본다.

산토리니는 하얀 집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아마을과 피라 마을, 화산섬인 까닭에 검은 모래사장으로 되어있는 카마리 비치, 온통 빨간색의 절벽과 모래로 이루어진 환상의 레드 비치 등 참으로 볼 곳이 많은 곳이다. 이 곳들 중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자동차를 타고 자유롭게 달리는 것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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