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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9 06:26
숨은 푸른 빛을 찾아보기 이탈리아 카프리 섬
조회 수 4393 추천 수 53 댓글 0
이탈리아의 로마는 나에게 있어 큰 의미를 가진 곳이다. 해외 여행을 처음 떠나던 그 때, 여행을 출발하는 첫 도시로 모든 것들이 설레고 황홀했었던 기억이다. 시끄럽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목소리들도 내 귓가에는 사랑스럽게 들렸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놀라움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낯설던 첫날과 달리 바로 다음 날부터는 꼭 오랫동안 거기서 살아온 사람처럼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돌아 다니는 내 자신을 확인하고는 ‘여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진짜 여행 전문가가 들으면 웃을 말이지만 내 스스로 만족한다는 것도 꽤 중요한 것 같다. 로마에서는 쉴 틈이 없다. 거리에 놓여져 있는 많은 조각들과 기둥들은 여기저기 깨져 볼품없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지만 그것 하나하나에 역사가 배여 있고, 바로 눈 앞의 물건 하나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이 꼭 봐야 할 것들이고, 배울 것들이다. 그래서 로마를 걷고 있으면 사소한 것까지 자세히 봐야 하고, 긴 설명문도 일일이 읽어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지쳐버리기 일수 이다. 사실 배낭 하나 매고 떠나는 여행에서는 여기저기 찾아 헤매고 돌아다니는 것이 제 맛이긴 하지만 가끔씩은 혹시 놓치는 게 없나 하는 조바심을 버리고 그냥 걷기만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멋진 경험일 거다. 처음으로 하는 배낭 여행에 첫 여행지였기 때문에 로마에서의 나의 하루하루는 너무 빡빡한 일정에 몸이 지쳐가고 있었다. 욕심이 지나쳐 볼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싶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적당히 포기해도 될 것들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운 후, 꼭 봐야 할 유적지나 장소를 위해 시간을 더 많은 할애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어쨌든 4일 정도를 그렇게 힘들게 여행을 한 후, 이미 여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어디론가 자유와 여유를 찾아 다시 떠나고 싶어졌다. 이미 로마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민박집 아저씨에게 먼저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아저씨가 추천해 준 곳은 주로 로마에서 당일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피렌체, 나폴리, 폼페이, 카프리 섬 등을 줄줄이 말해 주셨다. 일단 피렌체는 로마를 중심으로 북쪽으로 위치하고 있어 나중에 베네치아로 이동할 때 들리기로 하고, 남쪽편에 위치한 폼페이 유적지와 카프리 섬을 이틀에 나눠 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당장이라고 가고 싶은 곳은 카프리 섬이었다. 볼 것이 많은 유적지 보다는 시원한 바다와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카프리에 당연히 마음이 끌렸었다. 너무나 간단한 결정에 다음 날 바로 카프리 섬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중심 도시 나폴리 산타루치아 항에서 배를 타고 50분 정도 이동한 후 카프리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프리 섬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먼저 푸른 동굴을 떠올릴 것이다. 그로타 아추라 라고 하는 푸른 동굴은 감히 말고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바다빛깔을 가진 곳이다. 난 어떤 고민도 없이 그 바다색을 확인하기 위해 그로타 아추라로 먼저 향했다. 이곳에 가려면 마리나 그란데에서 배를 타고 푸른 동굴 앞바다로 가서 다시 곤돌라 같은 작은 배를 갈아타야 했다. 만조 때에는 동굴이 잠기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야 하는데, 가끔씩은 카프리 섬까지 오고도 푸른 동굴의 비밀을 놓쳐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동굴 앞까지 도착하더라도 겨우 여섯 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배로 갈아타야 하는데 바다 위에서 배를 갈아타는 그 경험도 참 색다르다. 드디어 그 쪽배를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좁고 어두운 동굴 입구는 그곳으로 향해 드세게 부딪치는 파도 때문에 약간의 공포도 느끼기 쉽고, 동굴 속으로 이미 들어간 사람들의 소리가 밖으로 울리면서 내부 공간의 싸늘한 공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몸을 잔뜩 낮추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딘가 어둡고 습한 곳에 갇혀있는 듯한 기분이 잠시 들면서 현실과 경계를 이루는 관문을 금방 통과한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고개를 들고 주변을 돌아보면 본인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야 말로 지상 낙원이다. 물론 사람이 누울 곳이나 쉴 곳은 없지만, 작은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지중해 햇살에 비쳐 바다는 더욱 투명한 푸른 사파이어 빛을 띠고 깊숙한 바다 밑은 금방이라도 내 몸을 빨아들일 듯 검푸른 빛을 내뿜고 있다. 아니면 어떤 화가가 몇 가지 푸른 계열 색을 섞어 지금까지 보지 못한 푸른 색을 발견하여 금방 물에 풀어 놓은 듯 그 색의 투명도와 선명도는 높다. 작은 배를 조정하는 사공은 언제나 그러듯이 메아리가 퍼질 정도로 소리를 내거나, 노래 ‘산타루치아’를 부르면서 자신의 배를 탄 사람들이 다시 가지기 힘든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굴 안에서 수영은 금지되어 있지만 젊은 배낭 여행자에겐 그런 것도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수영복을 입고 배를 탄 용기 있는 남자들은 이미 바다로 뛰어 들어가 짧게 나마 수영을 하고 괴성을 지르거나 큰 웃음소리를 내면서 모든 사람들이 흥분하게 만들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웃기 바쁘고, 배 위에 있는 여자 여행자들도 손을 바닷물에 담궈 물방울을 튕겨 보기도 하였다. 카프리 섬에는 티베리우스 황제와 관한 많은 전설이 전해진다. 늙은 후에도 성욕이 왕성했던 티베리우스는 노예부터 시작해서 많은 여인들을 탐하고, 별실로 데려가 관계를 맺었다. 그러고는 그 여인들은 해발 300미터가 넘는 벼랑 끝으로 데려가 바다로 떠밀어 버렸다는 데, ‘티베리우스의 벼랑’이라고 불리는 그 벼랑 끝부터 여기 푸른 동굴까지 카프리 섬은 바다의 숨은 푸른 빛과 함께 모든 이야기가 얽혀있는 비밀스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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