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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문화유산의 색깔은 정말 다양하다. 아름다운 서양식 장식으로 멋을 낸 건물이 있는가 하면, 이슬람문명의 흔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원들을 볼 수 있다. 다른 색의 문화가 한 곳에 융합되어 있는 셈이다. 터키는 아나톨리아 지방에 세워진 국가이다. 1873년 독일의 실업가 슐레만이 트로이 유적을 발굴하면서 그 역사의 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아나톨리아는 금과 은이 많이 생산되어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장신구나 여러가지 물품을 교환하였다. 이 후 히타이트 시대에는 당시 대제국이었던 람세스 2세의 이집트와도 경쟁할 정도로 그 세력이 대단한 것으로 전해지며, 페르시아가 이 지역을 지배하면서부터 세계의 장악할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페르시아 제국은 알젝산더 대왕의 헬레니즘 문화에 의해 멸망하게 되고, 이는 또 다시 AD 330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움(현 이스탄불)으로 옮기면서 비잔틴의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리스도교가 국교로 정해졌으며 콘스탄티누스는 수도 비잔티움을 콘스탄티노플이라고 개명하였다.  700여 년을 유지해온 비잔틴 문화가 막을 내리고 드디어 터키민족이 이 땅을 지배하게 되는데, 이 때쯤 서구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인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터키인들의 오스만 제국은 세계 1차 대전을 거치면서 터키 공화국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 역사를 보면 터키의 다양함 모습에 대해 이해가 되리라 본다. 결국 지금의 터키가 있는 아나톨리아 지방에는 헬레니즘과 비잔틴 문화 등 터키 이슬람 문화와 다른 문명이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고, 그때를 알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이래 세워진 예술과 건축 양식은 이 전의 문화성향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가끔씩은 한 건물 안에 다른 양식의 예술작품이 남아있기도 하다. 성 소피아 사원을 보면 원래 비잔틴 시대때 그리스도교 대성당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터키 오스만제국 세력에 의해 이슬람 모스크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처음 건립 당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을 벽면의 모자이크도 이슬람교 투르크의 점거로 거의 덮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성 소피아 사원은 바로 앞에 있는 블루 모스크의 웅장함과 다른 우아하면서도 섬세하고 말없는 깊이가 느껴진다.

터키여행을 한 후 생각해 보니 그 땅에서 꽃 피웠던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지역색도 정말 달랐던 것 같다. 사람들의 인상뿐만 아니라 지형적 특징도 달랐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카파토키아이다. 카파도키아는 지하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초기 기독교 시절 교인들이 박해를 받아 숨어들었다는 지하 교회가 있는 곳이 바로 카파도키아다. 터키 남부 안탈랴에서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이동한 후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따뜻했던 남부 해변도시와 달리 2월 막바지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오고 있었다. 도착하는 버스터미널에서부터 카파토키아의 희한한 지형을 느낄 수 있었다. 만화영화 ‘스머프’와 SF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이 되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그곳의 독특한 지형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꼭 대형 버섯 같이 생긴 바위가 솟아있고, 그 바위를 파서 만들어 집들도 신기하다. 카파토키아에서는 꼭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서처럼 호기심 가득한 탐험심이 필요하다. 카파도키아는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세계 자연유산일 뿐 아니라 문화인류사에서도 중요한 유산이다. 눈에 보이는 지상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상세계만큼이나 놀라운 곳이 있으니 바로 지하도시이다. 지하도시는 위르굽, 괴레메, 아바노스 등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는데 가이드는 이런 마을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독특한 지형은 위르굽, 괴레메, 아바노스 등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 있다. 데린쿠유의 지하 도시는 미로처럼 복잡하다. 내 기억으로는 똑바고 서서 걸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앞사람의 뒷모습은 보이지만 그보다 앞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폭도 없다. 그러나 겨우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지나면 꽤 넓은 방이 나오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생활했음을 알 수 있다. 길이 복잡하게 되어 있어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길이 잃기 십상이긴 하나, 카파토키아의 인기만큼이나 관광객을 위한 친절한 안내 표시가 되어있다. 지하 도시의 깊이는 80m로 약 20층 규모로, 과거 로마인들이 기독교도를 잡으러 굴속에 들어왔다가 길을 못 찾아 죽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 중 지하 50m 정도만 일반인에게 개방되는데 지하 도시의 구조는 꽤 과학적이다. 환풍 통로가 나있고 밥 지을 때 나오는 연기를 가둬두는 방도 따로 있다. 여기 데린쿠유 지하도시에서 기독교 박해기간 동안3만 명의 사람들이 6개월 동안 살 수 있었다고 하니 도시구조의 놀라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과 지하 탐험이 끝났다면 하늘로 올라가 보자. 터키의 독특한 지형은 그 사이를 걷고 있을 때도 장관이지만,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들쑬날쑥한 협곡과 그 사이로 보이는 기묘한 버섯바위가 꼭 SF영화나 환타지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하게 만든다. 카파토키아의 우치히사르에 지날 때면 뾰족하게 바늘 끝처럼 솟아있는 지형과 그 사이사이에 보이는 창문들이 꼭 나를 이상한 도시로 안내하는 듯하다. 하늘은 더욱 넓게 느껴지고, 괴상한 지형은 끝도 없이 펼쳐진다. 그곳에 눈이 내려 하얗게 덮인 광경은 내 눈을 더욱 즐겁게 했다. 터키는 봐도 봐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나라다. 카파토키아 탐험은 터키의 매력을 알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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