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원의 건축문화 칼럼 6
영국은 지금 변화하고 있다
문화 예술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는 런던의 강남지역 (South Bank)
지역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참여로 또 다시 찾고 싶은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서울과는 달리 런던은 대체로 강북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해왔다. 이런 불 균형적이며 적절하지 못한 도시의 진화 모습을 우려한 의식 있는 개인과 단체들에 힘입어 지난 20년간 런던의 사우스 뱅크 지역은 그 어느 지역 보다 빠르게 변화, 발전해 오고 있다. 1980년대 그곳에 거주하던 주민들, 기업체들 그리고 국가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바로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이렇게 템즈강 북쪽 지역 보다 낙후돼 있던 지역 환경을 되 살려 보자는 데 함께 뜻을 모아 설립한 공동 협력체와 네트워크는 이제 수적으로도 상당하다. 그 중 무려 16개의 조직들로 구성된 사우스 뱅크 고용주 그룹 (South Bank Employer’s Group, 이하 SBEG) 이라는 네트워크가 대표적인데 이 조직의 활동 범위는Blackfriars Road, Lambeth Road 그리고 St George's Circus로 구획된 지역을 포함한다.
SBEG에 의해 새로이 설치된 손가락 기둥 길거리 표시 판 (Finger Post Signage)
지난 9월에는 매년 3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런던아이 (London Eye)의 사장직을 지냈던 David Sharpe가 SBEG의 대표로 선출되며 앞으로 왕성하게 펼쳐질 그들 단체의 활동에 또 한 번 세간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SBEG의 활동 범위를 나타내는 구역 안내도
사우스 뱅크 지역 중에서도 리버 사이드는 1984년 대대적인 재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몇 개의 모뉴멘탈한 건축물들만 강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게 전부였다. 1951년 세계 문화 박람회 격인 Festival of Britain 을 개최하기 위해 건조됐던 시설물들 중 왕립 연주회장으로 사용돼 현재까지 남아 있는 3천 석 규모의 로얄 페스티벌 홀 (Royal Festival Hall), 60년대에 건설된 퀸 엘리자베스 홀 (Queen Elizabeth Hall)과 해이워드 갤러리 (Hayward Gallery) 그리고 70년대에 지어진 국립 극장 (National Theatre)과 국립 영화관(National Film Theatre, 이하 NFT)이 그것이었다.
이 중 로얄 페스티벌 홀만 제외하고는 당시5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건축사조였던 Brutal Architecture의 특징인 거친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들이 대 부분이어서 그 몇 안 되는 건물들마저의 표정은 어둡고 무뚝뚝하기만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버려진 건물들과 그 중의 일부를 고작 임시방편용 주차장 건물로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 또 다시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중심메카로도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1984년 시작된 사우스 뱅크 리버사이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재의 Oxo Tower Wharf를 제외하고는 낡은 건물들은 대부분 재 건축되었고Stamford Street 와 템즈 강 사이에 새로운 공원들이 조성되었으며 자그마하지만 캐릭터가 분명한 Gabriel’s Wharf Market 또한 1988년에 완공되었다. 동시에 강가의 조명, 거리 시설물, 바닥 재료가 새롭게 교체 되었고 주변의 기존 건물들의 리 모델링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뉴욕 아티스트 댄 그래함 (Dan Graham) 과 런던의 Howarth Tompkins Architects 가 공동으로 해이워드 갤러리의 부분적 확장과 함께 정면을 새 단장했고 로얄 페스티벌 홀 또한 홀 내부의 음향 시설의 개선부터 파사드의 변화까지를 시도하며 3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007년 새로이 오픈 했다. 이중에서도 새천년을 기념해 건립된 런던아이는 런던 강남을 대표하는 명실공히 새로운 상징물이 되었다. 게다가 공공 시설물이나 공간은 “조성된 후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하느냐가 성공의 여부를 좌우한다” 라는 건전한 의식하에 지역 시민단체들의 꽁초 줍기, 시설물 고치기 등의 자발적인 참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사우스 뱅크 센터에는 연속되는 즐거운 옥외 이벤트와 그런 크고 작은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덕분으로 방문객의 발 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강남, 강북 모두 균형적인 발전을 해 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템즈강 주변의 광경
비록 낙후된 지역 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도시 재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된 프로젝트이긴 했지만 그 보단 지나온 역사 속의 문화 예술의 장이었다 라는 이 지역만의 시간과 공간적 배경 혹은 특징을 훌륭하게 되 살려 내어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중심메카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것이 눈 여겨 볼 만하다. 이제 고인이 된 영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Cedric Price는 “건축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조차 힘들다고 느껴왔던 것을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 라는 말을 했다. 공공 건축을 위해선 시민을 포함한 지역 커뮤니티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수렴돼야 하고 그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결국 그 지역 커뮤니티의 직접적인 보상으로 연결된다는 확신과 함께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동기 부여가 중요함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도시 및 건축 설계 파트너쉽)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