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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10)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세개의 인공 언덕, 폴끌레 뮤지엄 중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위스의 수도 베른의 주변 농가지 랜드스케이프는 완만한 언덕들이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 펼쳐져 있다. 마치 가두행렬하듯 하기도 한 이 언덕들 사이로 인위적으로 조성된 세 개의 언덕들이 보인다. 이 세 개의 크고 작은 인공 언덕들은 1879년 이 곳 베른에서 태어나 1940년 이 곳에서 생을 마친 20세기의 대표적 화가중 한 사람인 폴 끌레 (Paul Klee) 를 위한 뮤지엄이다. 1997년 폴 끌레의 유작 중 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던 손자 알렉산더 끌레는 다행히 베른시로부터 끌레 뮤지엄 건축 승인을 얻어내긴 했지만 실질적인 건축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형편이 그리 넉넉칠 못했다. 결국 당시 끌레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외과의사 뮬러 부부가 쾌히 비용부담을 하겠다고 나서지만 대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뮬러 본인 소유의 베른 시 외곽 땅을 뮤지엄 대지로 한다는 조건 하나와 그의 피아니스트 친구인 폴리니를 통해 알게된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뮤지엄을 디자인하는 조건이었다. 이태리 출생 렌조 피아노는 영국의 리차드 로저스와 함께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디자인 해 이미 지명도 높은 건축가로 알렉산더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반면, 문제라면 문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 뮬러 부부가 대지로 제안한 땅의 위치때문인데 베른 시 한 복판이 아닌 인적이 드문 외곽지역에 뮤지엄을 건설해야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끌레의 작품 구성 요소 중에서도 “자연”에 대한 끌레의 특별했던 관심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한적하고 자연과 어우러진 외곽이 뮤지엄 대지로 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폴 끌레의 자연에 대한 애정은 결국 박물관의 외관과 내부 곳곳에서 다시 되 살아났다. 뮤지엄은 주변의 넘실거리는 언덕들과 어우러져 “세 개의 언덕”이라는 컨셉으로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이 세 개의 언덕들은 모두 “뮤지엄 거리”라 이름 지어진 하나의 산책길로 연결되고 있다. 세 개의 언덕들은 실제론 뮤지엄의 유리 지붕으로서 첫 번째 지붕아래에는 리셉션, 어린이 뮤지엄 그리고 콘서트 홀이 있고 두 번째에는 영구 전시와 임시 전시를 위한 공간들이 그리고 마지막 지붕 아래에는 사무실과 창고 등이 들어서 있다. 실내는 흰색의 목재 바닥과 계단들로 인위적이지만 최대한 내츄럴한 느낌을 주려고 했고 유리 벽을 통해 실내 어디에서든 이제 막 지붕으로 기어 오르고 있는 듯한 잔디밭을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끌레의 회화 표현요소 중 하나인 “가벼움”을 표현하기 위해 여기 저기 천정에 매달리는 실내 간이 벽등도 설치했다. 폴 끌레의 회화적 특성은 렌조 피아노의 세심한 디자인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래서 그런가? 현재 가장 많은 폴 끌레의 작품들을 수장하고 있는 이 뮤지엄은 폴 끌레의 작품세계에 가장 가깝게 접근, 경험할 수 있다라는 정평도 나있다. 주변 언덕의 작물밭까지 뮤지엄 지붕의 선들처럼 자르고 다듬어져 있어 마치 그의 회화작품같아 보인다.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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