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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3 02:32
(17) 도시 속 복고풍 장식물 같은 노팅험 아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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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17) 도시 속 복고풍 장식물 같은 노팅험 아트 갤러리 10년 전 월살 아트 갤러리 (Walsall Art Gallery)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영국의 카루소세인트 존스 (Caruso St John) 설계 사무실은 지난 2009년 영국 중부 노팅험 (Nottingham) 이라는 지역에 오픈한 현대미술 갤러리로 재활하며 또 한번의 왕성한 건축활동을 예고했다. 갤러리가 지어진 땅은 본래 산업용지의 땅이었다. 이 부지 너머 언덕위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세기에 지어진 영국 전형의 잘생긴 조적건물들이 자리를 틀고있다. 갤러리의 전체적의 볼륨은 주변 건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단지 갤러리 파사드의 금빛과 빛 바랜 녹색이 배경의 적색 벽돌과 대조를 이루며 눈에 띌 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로마에 오픈한 자하하디드의 맥시 (Maxxi) 갤러리의 율동적이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선들과 비교하면 노팅험 갤러리는 오히려 둔탁하며 정적이다. 멀리서 보면 별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갤러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이런 실망감은 서서히 호기심으로 둔갑하고 갤러리 입면의 프리캐스트 패널에 새겨진 텍스처가 불과 몇 미터 내의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그 섬세함에 감탄대신 조용한 침묵만이 흐르게 된다. 그물모양의 레이스가 물결모양의 11미터 각 패널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다. 평소 그들의 건축작업에 남다른 예술적 감성을 표현해오던 카루소 세인트 존스는 산업혁명이래로 노팅험의 큰 자랑거리이자 명물이 된 망사모양의 레이스를 건물 파사드에 새겨 넣는 실험을 감행했다.
그들은 또한 대지가 지닌 역사적 문맥도 중요시 생각하는데 한때는 철길이 지나가던 산업용지였던 갤러리 대지를 염두에 두어선가 언뜻 스치는 전체적인 건축물의 첫 인상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치 산업설비용품처럼 정교하고 내구성이 강한 듯하지만 자하의 맥시 갤러리처럼 매끄럽고 초현대식 같은 느낌은 오질 않는다. 오히려 복고풍 장식 같다. 현대 건축을 Speed-read architecture 라고 표현한다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건축 앞에 “대부분의” 라는 단어가 놓인다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오늘날의 건축물들은 언뜻 보기에 좋아야 한다. 게다가 흔히 얘기하는 “Wow factor” 즉 “와우”라는 함성이라도 나온다면 최고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를 포함해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유혹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노팅험 갤러리는 천천히 시간을 갖고 훑어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High-resolution architecture 말하자면 고해상도의 건축물이다. 사진에선 안 보이지만 갤러리 지붕에 설치된 132개의 피라미드 모양의 천창들 또한 갤러리 내부의 섬세한 디테일과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시선을 자극하고 있다. 노팅험갤러리는 매년 200,000명의 방문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총 방문객수를 생각한다면 그 수를 십만명가량 더 추가해도 크게 지장이 없을 듯 하다. 발전소 건물을 현대 미술관으로 바꿔버린 테이트 모던 디렉터 니콜라스 세로타 (Nicholas Serota)는 최근 이 갤러리를 방문한 후 유럽에서 가본 몇 안 되는 최고의 갤러리 중 하나라고 극찬을 했다. 그리고 필자가 여기에 한 술 더 얹어볼까 한다. 나는 우리네 인생을 닮은 듯한 혹은 사람냄새가 나는 듯한 건축물을 좋아한다. 노팅험 갤러리는 분명 그 중 하나라고..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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