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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원의 건축문화 칼럼 10
현재 새롭게 조성된 파터노스터 광장이 위치한 지역은 원래는 Paternoster Row라는 이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듯이 세인트 폴의 승려들이 줄을 지어 걸으며 기도하는 거리였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격으로 초토화가 되지만 1961년과 1967년 사이에 William Holford에 의해 세인트폴 교회 광장에서 뉴 게이트 거리까지의 전체 블록이 재개발에 돌입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방문객의 수가 줄고 소외 받기 시작하며 1980년 후반에는 임대계약의 극심한 저조로 결국 또 다시 재개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렇게 세간의 많은 관심을 등에 업고 1987년 치러진 초기 공모전에서 아룹 어소시에츠 (Arup Associates)가 우승을 하지만 너무 복잡하고 일관성 없는 디자인이라는 비난과 함께 결국 1990년이 돼서는 찰스 황태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존 심슨 (John Simpson)의 고전적인 디자인으로 전격 대체되고 만다. 1961년에 처음으로 시도된 재개발을 위한 노력은 35년간의 갖은 진통 끝에 지난 96년 마침내 윌리엄 위트필드 (William Whitfield)에 의해 금융허브의 최상의 쇼핑거리라는 목표 아래 조성된 마스터 플랜과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되었고 2003년을 기점으로 1백만 피트가 재개발된 복합공간으로 지금은 골드만삭스, 런던증권거래소, 메릴린치의 새 유럽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사람들은 왕실 건축가였던 크리스토퍼 렌이 설계한 세인트 폴 성당의 쳅터 하우스처럼 대부분 벽돌과 돌로 지어졌고 또 새로운 건축물에서 묻어 나는 전통 건축의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자아내는 일관성에 가장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 사실 업무시설과 상업시설들이 대부분인 큼직한 블록들 사이로 난 좁은 길들을 지나온 후 조우하게 되는 중앙 광장은 무심결에 넘겨보는 도시계획 책 속에서 흔히 접하는 아주 기본적인 디자인 툴 (tool) 이다. 다분히 보수적이고 고루한 시도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바로 옆에 세인트폴 성당이 있고 또 전통과 새로운 곳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런던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계획에 주거시설이 제외되어있음은 그 자체로도 우려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왜냐하면 비수기에 특히 주말이면 거리엔 인적이란 찾아보기 힘들 테고 상점과 식당들도 텅 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로 대조를 이루는 조형물들은 차분하기만 한 광장의 분위기에 약간의 긴장을 더하며 때때로 활기에 넘치게 하고 있다
박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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