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승용차라고 하면 세단과 SUV로 크게 나눠 볼 수 있다. 세단은 엔진룸과 탑승 공간 , 그리고 트렁크룸,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그래서 흔히들 3박스(Box) 자동차라고 부르는데 가장 흔한 형태라 하겠다. 여기서 좀 변화를 준 것이 실내공간과 트렁크 룸을 하나로 합친 2박스 자동차인데, 흔히들 준중형급 이하를 해치백, 중형급 이상에선 왜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해치백으로 유명한 차는 독일 VW의 골프가 있고, 왜건은 다양한 모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SUV는 Sports Utility Vehicle의 약자로 비포장도로를 주로 다니던 지프의 형태가 좀 더 실용적으로 바뀐 것을 말한다. 튼튼하고 넓은 실내공간에, 시야확보 등이 용이해 남자들이 좋아하는 자동차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정도로만 차종이 분류가 되었다면 요즘은 신차가 나올 때마다 다양한 차종이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BMW가 X1이라 모델을 분류하는데 쓴 용어는 SAV였다. 이것은 Sports Activity Vehicle의 약자로 SUV와는 차별된 명칭을 쓰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X1은 SUV에 속하는 모델일 뿐이다. 현대의 투산 iX35의 경우는 CUV라고 흔히 불리운다. Crossover Utility Vehicle의 약자로 SUV에 비해 좀 작으면서 온오프로드 모두를 넘나드는, 말 그대로 크로스오버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해 붙여진 명칭이다. 이것 역시 SUV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여기서 좀 더 나간 것이 바로 MPV다. Multi Purpose Vehicle의 약자로 다목적자동차라는 의미가 되겠다. 푸조3008이나 이번에 새로 나온 쉐보레의 올란도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쉐보레는 올란도를 내놓으며 이전에 없던 차종이라며 ALV라는 명칭을 붙였다. Active Life Vehicle의 약자인데 역동적인 생활을 위한 자동차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디 올란도 뿐인가? 현대자동차는 벨로스터라는 2+1도어짜리 신차를 내놓으며 분류를 PUV라고 했다. Premium Utility Vehicle의 약자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걸까? 그리고 왜 이렇게 저마다 다양한 이름을 부여받고 있는 걸까?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매 년 엄청난 종류의 신차들을 쏟아내고 있다. 각기 새로운 타사 모델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은 물론, 이미 출시된 기존 모델들과도 뜨거운 시장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피말리는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오늘 이야기의 답을 찾을 수 있다. ALV니 PUV니 하는 새로운 차종 분류는 결국 차별화를 통한 개성을 부여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고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 시장은 포화상태다. 이런 시장에서는 새로운 모델들을 내놓지 못하면 결국 자신들의 고객을 다른 회사에 빼앗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고객은 물론 새로운 손님을 끌어와야 하는 과제 앞에서 그냥 세단, SUV라는 차종만으로는 일정부분 마케팅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웬만큼 특별하거나 성능이 우수한 모델이 아닌 이상엔 대부분의 양산모델들은 모두 이런 과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어느 메이커도 자신들의 고객을 뺏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어느 업체든 새로운 고객을 끌어와야만 한다. 이런 수평적 고객 쟁탈전에서 낙오자가 되길 바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컨셉이 필요했고, 이런 필요에 따라 자꾸만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들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무엇으로 먹고 사느냐고? 답은 간단하다. 새로운 모델로 먹고 산다. 그리고 점점 새로운 영역 개척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자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게 치열한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기에...
유로저널 이완 자동차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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