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출시될 i40 cw와 k5의 중요성’
여전히 유럽시장에서 한국 자동차는 준중형급 이하의 작은 모델들이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작년 독일에서 SUV 항목에서 판매 전체 10위에 오른 현대 iX35 같은 모델도 있긴 했지만 큰 흐름은 소형차 판매가 중심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 해도 이 분위기는 현재까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현대 i10이나 i30와 같은 모델은 항상 제 몫을 해주고 있고, 기아 역시 씨드나 모닝이 나름 선전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현대와 기아가 올 해 유럽시장에 내놓는 두 가지 중형 모델 i40 CW와 K5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바로 한국 자동차 메이커가 준중형 이하에서만 선전하는 메이커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그 틀을 깨고 볼륨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자동차의 중형급 왜건 i40 CW를 살펴보자. 현대차는 초창기 포니 시절부터 지금의 i30까지 알게 모르게 세단 중심의 한국시장에서 해치백 모델을 꾸준히 만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왜건은 다르다. 물론 포니 왜건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준중형 급. 수출 역시 유럽에선 해치백 중심, 그 밖의 지역에선 세단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흐름에서 현대차는 과감히 중형급 왜건 모델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일단 디자인 측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다소 불편했던 초창기 헥사고날 그릴 및 플루이딕 스컬프쳐 등의 디자인 컨셉을 많이 다듬어 유럽인의 취향에 맞게끔 좀 더 단순하게 처리를 해 질리는 느낌에서 탈피했다.
유럽인들 역시 공개된 i40에 대해 긍정적 반응들을 나타내고 있다. 거기다 언제나처럼 가격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이라는 충분히 구매욕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갖췄다. 이렇게 현대자동차의 중형급 왜건에 대한 장밋빛 예측이 가능한 이유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들 수 있겠다. 오로지 유럽에만 적용되는 독자 모델로 개발이 되었으며, 이를 위해 독일 디자이너들과 독일 출신 엔지니어들이 모였다. yf쏘나타가 미국인들의 취향을 철저히 반영해 미국에서 많은 판매를 이뤘듯 i40역시 그런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아자동차의 k5는 어떨까?
현대 yf 쏘나타가 미국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던 것에 반해 한국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함께 복병 k5의 등장으로 인해 1위 수성의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쏘나타가 한국시장에서 중형차 부분 1위를 고수하고는 있으나 k5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터라 만약 정상적으로 수요를 맞춰냈더라면 얼마든지 1위 자리는 바뀌었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 내에서의 중형차 인기는 확실히 k5가 앞서고 있다. 왜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됐을까? 다름 아닌 피터 슈라이어가 이뤄낸 글로벌한 디자인이었다.
쏘나타와 k5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정부분 성능 면에서는 닮은꼴을 하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만큼은 분명한 반응의 차이가 있다. 초반에는 쏘나타 역시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k5가 출시된 이후에는 분위기는 기아의 k5로 돌아서게 된다. 이 차의 디자인은 개인적 취향과는 상관없이 상당히 뛰어나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안전한 길을 가던 한국 자동차 디자인에 커다란 변화를, 그것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 k5다. 미래지향적이고 상당히 도전적인 디자인이었음에도 보편적인 호감을 획득했기에 사람들은 이 자동차에 환호를 보낸 것이다. 또한 현대차가 유럽이나 북미 시장의 스타일에 맞는 대응모델을 내놓는 방식을 선택한 것에 비해 k5는 북미든 한국이든, 그리고 유럽이든 똑 같은 모델로 승부를 보려고 하고 있다. 어디에 내놓아도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내부적인 문제로 k5의 유럽 출시일이 조금 늦춰지기는 했지만 전에 없이 현대와 기아의 유럽의 중형차 시장 공략은 요즘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긍정적 분위기를 잘 마케팅으로 발전시켜 사람들의 관심이 실제로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모처럼 만의 한국 중형차의 선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