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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22)
   공공개발원조정책 (Development Policy)

       지난 호에서는 공동무역정책을 분석했다.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가 상품 교역의 경우 대외협상에서 유럽연합을 대표, 역외국과 협상을 하며 무역협정을 체결한다. 그러나 서비스와 지적재산권 등 새로운 분야의 경우 이런 권한배분을 두고 회원국과 집행위원회간에 갈등이 있음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이 함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후진국과 개도국에 대한 개발원조 정책을 분석한다. 원조정책은 무역정책, 외교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럽연합의 공공개발원조 규모는 어느정도이고 특징은 무엇인가? 지역별 지원과 정책차이는 있는가?
       우선 공공개발원조정책의 실례를 들어본다.
       2003년 봄 당시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거주하던 관저를 집중폭격했다. 아라파트 수반이 하마스 등 테러단체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이스라엘인에 대한 자살테러가 속출한다며 아라파트 수반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당시 세계 여론은 이스라엘의 이런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다른 나라의 총리가 나서 한 나라의 국가수반을 제거한다며 잇따라 폭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거의 일방적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취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비교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균등한 입장을 취해오던 유럽연합 각 국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한 신문은 ‘미국이 다 부수면 유럽연합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자조섞인 기사를 실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건물과 도로건설, 공무원의 월급 등 상당수가 유럽연합의 원조로 지불되고 있다. 즉 유럽연합은 이 지역의 최대 원조제공국이었다.
지난해 유럽연합과 각 회원국은 모두 11억4천만달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지원했다. 미국의 원조는 겨우 3억달러에 불과했다. 반면에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원조제공국으로 이스라엘의 이런 정책을 제어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있었으나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내 강력한 유태인의 파워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필자가 만난 한 미국인 교수는 영국의 자유주의적 일간지 가디언 1면에 실린 팔레스타인 지원 호소문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털어 놓았다. 미국의 고급 정론지 1면에 팔레스타인을 지원하자는 광고가 실린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는 것이다.
       2002년 10월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당시 평양을 방문한 미 국무부의 켈리 차관보가 1994년 제네바 협정을 북한이 위반했다며 위성사진 등을 들이밀며 다그치자 북한은 핵무기 개발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보도되었다. 유럽연합 각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 등을 비판하며 비핵화협정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식량과 의약품 원조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북한과 계속 대화를 가질려고 노력했다. 1995년 식량원조로 시작된 유럽연합의 대북지원은 2001년말까지 모두 2억4천만유로 (우리돈으로 3천억원)에 달했다. 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의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참여, 2001년말까지 1억1천만유로를 지원했다.
       이상의 간략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연합의 공공개발원조는 거의 전세계 각 나라를 망라하고 있다. 또 무역과 원조, 인권을 존중하며 법치국가의 틀을 확립하는 국가에 대해 지원을 강조하는 등 조건부 지원을 정책으로 취해오고 있다.
       우선,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의 공공개발원조 규모를 비교해보자.
             주요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id) 비교  
  

     원조제공국
                    비중

EU와  회원국
        
        56%


     미국
        
         20%


    일본

        
        14%



    기타
        

        10%

     (2002년말 기준 집행위원회 자료임)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연합과 당시 15개 회원국은 전세계 개도국과 후진국 원조의 절반이상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원조 제공액을 합해도 유럽연합과 회원국 원조총액보다 22%나 부족하다. 유럽연합의 원조는 각 회원국이 국내총생산을 기준으로 추렴해 운영하는 유럽개발기금 (European Development Fund: EDF), 유럽연합의 일반예산에서 지원되는 금액, 그리고 각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원조총액을 합한 금액이다.
       이런 원조금액의 차이외에도 미국, 일본의 원조와 다른 점은 유럽연합의 원조가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6대 원조수혜국에 각각 원조금액의 44%와 50%를 주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회원국의 경우 이 비중은 겨우 20%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 주로 빈국지원의 경우 농업과 농촌개발지원에 원조의 절반을 소비하고 있다. 즉 고기를 잡아주기도 하지만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줄려고 한다는 점이다.
         또 각 지역별 혹은 국가별로 차등적인 원조정책을 실시해오고 있다.

     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의 국가 (ACP Countries): 코토누 협정

       유럽연합의 개발원조정책은 원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의 국가에 거의 대부분 집중되었다. 1957년 당시 유럽경제공동체를 설립할 때 프랑스의 요구로 프랑스 해외식민지도 관세동맹 지역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1960년대가 되면서 많은 식민지 국가가 독립하면서 이들과 새로운 원조협약을 맺을 필요가 생겼다. 또 1973년 영국이 유럽공동체에 가입하면서 영국의 과거 식민지도 도와주어야  했다.
       이에따라 1975년 아프리카 토고의 수도 로메 (Lomé)에서 유럽공동체와 회원국, 회원국의 과거 식민지였던 46개국은 로메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2000년까지 4차례에 걸쳐 연장되었고 지원을 받는 나라도 77개 나라로 늘어났다.  
       이 협정은 원조와 무역특혜를 아울러 제공했다. 이들 나라들의 수출품이 광물 등 대부분 1차상품이고 이런 상품은 가격변동이 심하다. 따라서 가격변동으로 수출가격이 하락했을 때 이를 보전해주는 스타벡스 (STABEX)와 광물가격의 안정을 보장해주는 시스민 (SYSMIN)이 이 협정에 따라 운영되었다. 또 이 지역의 수출품이 유럽공동체 회원국에 수출될 때 거의 대부분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 지난호에서 설명한 일반특혜관세를 부여한 것이다.
       1990년대말 4차 로메협정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시각에서 원조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나라들의 경우 원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부패정권이 이를 가로챈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었다.
       이런 비판을 의식, 2000년 유럽연합은 서아프리카에 있는 베닌의 수도 코토누에서 같은 이름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원조제공과 원조대상국의 정치.사회적 발전을 밀접하게 연계시켰다.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존중 등을 원조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남녀평등과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 등을 강조했으며 일방적인 무역특혜를 점차 무역협정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위에서 설명한 유럽개발기금이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을 전담한다. 그 외 지역은 유럽연합의 일반예산 가운데 한 항목인 대외관계 (External Action)에서 지원된다. 2006년 유럽연합의 일반예산은 모두 1천1백14억유로, 우리돈으로 약 1백30조원 정도이다. 이 가운데 대외관계 항목은 약 52억유로로 전체예산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남아시아지역과 아세안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유럽연합은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5개 국가의 최대 원조제공국이다. 1985년부터 각료급 수준의 3자회담이 열리고 있다. 이 지역은 세계인구의 22%가 거주하고 있으나 생산은 세계 총생산의 2%에 불과한 저소득지역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유럽연합과 지난 1970년대부터 관계를 맺고 있다. 아세안회원국들은 지역협력을 위한 기구를 설립, 유럽연합과 정기적인 대화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아세안은 2020년까지 회원국간에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발표, 유럽연합의 통합경험을 배우려한다. 유럽연합은 아세안 회원국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일랜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에 일반특혜관세도 제공하며 개발사업에 대한 재정지원도 주고 있다.
        
                                                         지중해지역
       회원국 이탈리아의 경우 지중해를 끼고 있다. 모로코와 알제리의 경우 프랑스의 과거 식민지로 많은 이민자들이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이민자들의 폭동을 상기하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이 지역의 불법이민자들이 회원국으로 몰려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경제발전을 지원, 이민자들의 범람을 막기위해 여러가지 협정을 맺고 있다. 요르단, 이집트, 레바논등과 자유무역협정이나 관세동맹의 체결을 추진, 이 지역의 수출증대를 촉진하려고 한다. 또 1995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지중해 각료회의를 통해 유럽과 지중해 지역의 협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해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지중해 지역의 외무장관들간에 각료회의가 열린다. 이 두 지역간에 2010년까지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의 뒷마당인 지중해 지역이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안정돼야 유럽연합 각 회원국도 안정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은 이 지역에 많은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남미지역
       남미4개국 (아르헨티나,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은 공동시장형성을 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들 4개국의 주요 교역상대국으로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멕시코, 칠레와는 개별협정을 통해 협력을 해오고 있다.
       유럽연합의 공공개발원조정책은 일부에서는 신식민지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사하라 사막 남부 국가의 경우 아직도 1차 생산품을 수출하는데 반해 유럽연합은 부가가치가 놓은 공산품을 수출한다. 가격과 교역조건을 비교해봐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또 이런 차이는 과거 수십년간 쉽사리 극복될 수 없다. 또 영국과 프랑스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수탈로 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의 과거 식민지 나라들이 많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다음 호에서는 공동수산정책을 분석한다.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국제정치학과 박사과정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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