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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23:16
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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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31) 유럽법원 (European Court of Justice) 지난 호에서는 유럽연합 주요 기구인 유럽의회를 분석했다. 통합사를 통해 유럽의회의 역할과 주요 권한 등을 설명했다. 1979년부터 직접선거로 선출된 후 점차 입법권과 임명권을 확대해 왔으며 통합이 진전됨에 따라 그 권한은 더 확대될 것이다. 이번에는 유럽연합 기구인 유럽법원을 다룬다. 조직과 임무는 무엇이고 통합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수행해 왔는가? 유럽법원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합과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기구인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영웅인데 노래로 칭송받지 못했다고 해서 unsung hero). 또 하나는 주요 회원국의 바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구일 뿐이다라는 견해이다. 우선 유럽법원의 업무를 실례로 들어보자. 실례 ) 지난해 12월 초 막스앤스펜서는 유럽법원에 영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이 회사는 지난 1990년대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에 지사를 세워 영업을 했다. 유럽연합 각 회원국간에 개인이나 기업도 자유롭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3개 지사는 계속 적자를 냈고 결국 막스앤스펜서는 지사를 폐쇄했다. 그리고 영국에 있는 모기업은 흑자를 냈기 때문에 적자를 낸 해외지사의 손실을 모기업에서 함께 회계처리했다. 기업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손실이 커 매출액이 줄어들었고 이를 이유로 영국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세금감면혜택을 신청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손실을 낸 기업이 자국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야만 이런 감세혜택을 줄 수 있다며 감세를 거부했다. 그리고 3천만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5백억여원의 세금을 막스앤스펜서에 청구했다. 막스앤스펜서는 이런 세법규정이 회원국간 영업의 자유를 규정한 유럽연합조약에 위반된다며 영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법원은 유럽연합법을 해석하고 판결을 내리는 유럽법원에 영국세법과 유럽연합법간의 상충여부에 대해 판결을 의뢰했다. 유럽법원은 영국세법이 원칙적으로 유럽연합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세금감면혜택을 주지 않음으로써 영업의 자유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즉 이런 규정이 기업이 다른 회원국에 지사를 설립, 영업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모든 경우에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겪었던 해당 회원국에서 그런 손실을 보전할 수 없을 때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자국에서 손실보전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결국 막스앤스펜서에게 감세혜택을 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정부는 막스앤스펜서에 세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됐다. 또 영국의 다른 대기업들도 다른 유사한 사례를 가지고 있어 이 판결을 근거로 잇따라 감세혜택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은 영국과 비슷한 세법규정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와 독일 재무부에도 골칫거리를 안겨주었다. 이곳에 모기업을 둔 대기업들이 이번 판결을 근거로 정부에 감세혜택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원칙상 단일시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세율 등 세법의 핵심사항은 회원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보듯이 거부권행사가 가능한 세법조차 유럽연합법의 제약을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국제법과 달리 유럽연합 각 회원국이 체결한 조약이나 규정 등은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며 다른 법에 우선한다. 국내이행법규가 필요없이 조약이나 규정이 회원국에게 직접 효력을 미친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관련 회원국은 세법을 개정해야만 했다. 우선 유럽법원의 조직을 보자. 1) 유럽법원의 조직 모두 25명의 판사가 유럽법원에 근무하고 있다. 25개 회원국에서 한명씩 추천을 하고 회원국 정부가 합의에 의해 판사를 임명한다. 판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8명의 재판보좌관 (advocates-general)이 있다. 이들은 의뢰된 사건에 대한 사례를 조사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판사들이 최종 판결을 내린다. 판사와 재판보좌관 모두 출신국의 지시 등을 일절 받지 않아야 하며 독립성이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임기는 6년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25명의 판사들 가운데 한명을 법원장으로 선출하는데 임기는 3년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룩셈부르크에 소재하고 있다. 1952년 출범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부터 유럽법원이 업무를 개시했다. 통합이 진전되면서 업무가 폭주하다 보니 1989년 1심법원 (Court of First Instance)이 설립되었다. 주로 유럽연합 기구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과 경쟁법 관련 등을 다룬다. 2) 업무 만약에 25개 회원국 법원이 각 자 유럽연합 조약과 규정 등을 해석하고 판결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동일한 조약과 규정 등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원국마다 동일한 조약을 다르게 집행할 수 있다. 이를 막기위해 유럽법원은 조약과 규정 등을 독점적으로 해석하고 판결을 내린다. 조약과 규정 등이 모든 회원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됨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연방국가에서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역할과 비교될 수 있다. 유럽연합 조약이나 규정이 관련된 소송일 경우 회원국 법원은 이 조문의 해석을 유럽법원에 의뢰해야 한다. 이 절차는 예비판결 (preliminary ruling)이라고 불린다. 이 절차를 통해 유럽법원은 유럽연합 법이 회원국 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립할 수 있었다. 1963년 유럽법원은 Van Gend en Loos라는 사건의 판결을 통해 공동체 조약이 회원국 법에 직접적용됨을 판시했다. 조약이 회원국 정부뿐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보통 국제조약은 이를 서명한 국가들이 상충되는 국내법을 수정해야 효력을 발생한다. 또 조약은 보통 정부만을 법적으로 구속한다. 즉 개인은 조약의 조문을 근거로 이를 위반했다며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같은 이름의 회사는 네덜란드에 소재, 화학품을 수입했다. 독일에서 화학품을 수입하는데 네덜란드 정부가 이 화학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원래 유럽경제공동체를 설립하는 로마조약 (1958년 발효)은 수입관세를 더 이상 올리는 것을 금지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이 회사는 네덜란드 정부가 관세를 인상한 것은 조약을 위반했다며 자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예비판결 절차에 따라 과연 로마조약이 개인에게도 적용이 되는지를 문의했다. 조문은 회원국들이 조약이 발효된 후 관세를 인상해서는 되지 않는다라고 규정이 되어 있었다. 네덜란드 정부뿐만이 아니라 벨기에, 독일 정부도 법원에 의견을 냈다. 로마조약 어디에도 조약이 직접 개인에게 적용된다고 규정된 조항이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유럽공동체는 회원국들이 비록 제한된 분야이지만 주권의 일부를 제한한 새로운 국제법 질서로 회원국뿐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혁명이 발생한 것이 아니었지만 혁명이후 새로운 법질서가 통용된 것과 같은 비슷한 효과를 지닌 판결문이었다. 공동체 법이 직접 적용됨은 회원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만약에 회원국의 법이 공동체법을 위반했다고 판결이 났다면 이를 수정해야 한다. 실례를 든 막스앤스펜서 사건에서도 이 점을 알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공동체 어느 조약에도 이런 규정이 없었는데 유럽법원이 판례를 통해 직접효력과 우위성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유럽법원이 주요 국가의 도구가 아니라 유럽통합에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유럽통합이 정체된 1970년대에도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판례를 남겼다. 대표적인 예가 1970년의 다손빌 (Dassonville) 판결과 1979년의 카시스 드 디종 (Cassis de Dijon)이다. 두 사건 모두 회원국간에 상품이 자유롭게 이동해야 함을 확인했다. 다손빌은 벨기에에 소재한 수입회사로 프랑스에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를 수입했다. 벨기에 법은 수출국의 원산지 증명을 제출해야 수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미 프랑스에서 시판되고 있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원산지 규정을 얻기는 매우 어려웠다. 자국 정부에 의해 피소된 다손빌은 벨기에 법이 수량제한효과를 지닌 조치로 회원국간 물품의 자유이동을 저해, 조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벨기에 법원은 이를 판단해달라고 유럽법원에 해석을 의뢰했다. 법원은 직간접, 혹은 실제적, 잠정적으로 공동체간 무역을 저해할 수 있는 회원국의 법은 수량제한효과를 지닌 조치라고 판시했다. 회원국이 불공정한 무역을 막기위해 조치를 취할 재량권은 있지만 이런 조치가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한 회원국인 프랑스에서 시판중인 위스키의 원산지 증명을 요구한 것은 지나치다며 공동체 조약을 위반했다고 못밖았다. 아주 포괄적으로 공동체 법을 해석했다. 1979년 판결이 내려진 카시스 드 디종은 가장 많이 알려진 판례중의 하나이다. 독일 수입회사 레베-젠트랄레 (Rewe-Zentrale)가 프랑스 독주 카시스 드 디종을 수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독일 독주연방청은 수입을 불허했다. 독일에서 독주는 알코올 함량이 25%가 돼야 하는데 카시스는 15-20%에 불과했다. 따라서 독주가 아니라고 수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업체는 수입불허가 회원국간 물품의 자유이동을 규정한 조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한 회원국에서 적법하게 생산되고 판매되는 물품은 다른 회원국에서도 판매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른바 상호인정을 판례로 남겼다. 독일 정부는 카시스의 알코올 함량이 낮아 소비자들이 이를 많이 구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럴 경우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괴변을 제기했다.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에 공중도덕과 공중위생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을 이런 괴변을 수용하지 않았다. 다손빌 사건과 같은 맥락의 판례이다. 그러나 다손빌 판결이 좀 더 포괄적으로 회원국간 물건의 자유이동을 강조했다. 통합사에서 다손빌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고 카시스 드 디종은 자주 회자된다. 당시 집행위원회가 단일시장 완성을 위한 방법으로 회원국간 상호인정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카시스 판결을 적극 홍보하고 활용했다. 즉 법원의 판결로는 부족하고 공동체의 다른 기구가 이런 판결을 적극 지지하고 활용해야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회원국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는 기술표준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각 국 생산업자가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기준에 합의하기가 어렵다. 또 합의했더라도 몇년이 지나면 그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상호인정은 각 회원국이 안전과 환경기준 등 최소한의 기준만 갖춘다면 이를 회원국에서 서로 인정해 줌을 의미한다. 상품과 서비스, 노동력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려면 이런 상호인정이 매우 필요하다. 유럽법원은 또 회원국 정부가 공동체 법규를 위반했는지를 판결, 벌금을 부과한다. 우선 공동체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가 자체 조사하거나 다른 회원국의 불만으로 한 회원국이 공동체 조약이나 규정을 위반했음을 인지한다. 집행위원회는 관련 회원국에 해명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행위원회가 회원국을 유럽법원에 제소한다. 만약 법원이 회원국이 조약 등을 위반했다고 판결하면 관련 회원국은 벌금을 내고 법을 수정해야 한다. 통합이 진전되면서 법원의 업무가 폭증했다. 1990년대까지 일년에 제소되는 사건은 몇천건 이었으나 현재는 1만건이 넘는다. 아주 조그만 룩셈부르크 공국에 있는 기구이지만 유럽통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다음에는 유럽중앙은행 (European Central Bank)을 분석한다.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국제정치학과 박사과정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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