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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통해 본 유럽통합 (32)
   유럽중앙은행 (European Central Bank: ECB)

       지난 호에서는 유럽연합 주요 기구인 유럽법원을 분석했다. 법원이 유럽통합과정에 미친 영향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유럽공동체/유럽연합이 제정한 조약이나 규정 등이 회원국의 이행법령없이 직접 적용됨을 판례로 확립, 통합에 큰 영향을 끼쳐왔음을 알았다.
       이번에는 단일화폐, 유로화를 발행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을 분석한다. 조직과 임무는 무엇인가?  
       우선 유럽중앙은행의 업무를  실례로 들어보자.

       실례 ) 지난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5%로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지난달 인상한 기준금리 유지 방침을 밝힌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주요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올 유로존 (유로화를 채택한 12개 유럽연합 회원국-독일, 프랑스, 이태리, 베네룩스 3국,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핀란드)의 경기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독일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다소 활력을 찾고 있어 물가상승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경기가 아주 침체에 빠져들었던 2003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2%로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경기회복세를 감안, 이를 2.25%로 올렸고 지난달 다시 2.5%로 인상했다.
     프랑크푸르트 증권시장과 런던증시, 런던의 금융가  ‘더시티’도 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유지방침을 예의 주시했다. 설립된지 몇년이 지나지 않은 유럽중앙은행이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유럽중앙은행의 설립배경과 조직을 보자.

1)        설립배경과 조직
     1992년 2월 당시 12개 회원국은 유럽연합조약 (일명 마스트리히트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3단계에 거친 단일화폐 도입, 공동외교안보정책과 내무.법무분야의 협력이 주요 내용이다.
     단일화폐, 유로화는 단계적으로 채택되었다. 우선 1단계는 회원국들이 자본이동을 완전 자유화한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버는 돈을 송금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자본이동 자유화는 예컨대 비거주자의 송금이나 주식투자 등의 장애를 모두 철폐함을 의미한다. 영국 시민이 제약없이 독일에 통장을 개설, 돈을 저금하거나 독일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회원국의 금융.경제정책의 상호조정도 강화한다. 조약이 서명되었을 때 일부 회원국을 제외하고 이런 조건이 충족됐다.
     2단계는 유럽통화기구 (European Monetary Institute: EMI)를 설립, 각 회원국간의 통화정책 조정강화, 그리고 유로화 도입을 준비한다. 2단계는 1994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 이 기구에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유로화 도입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 유로를 발행.감독하고 유로를 채택한 회원국 전체의 통화정책을 입안하며 실행하는 유럽중앙은행이 설립된다.
     유럽연합조약은 또 유로화가 아무리 늦어도 1999년 1월 출범한다고 규정했다. 1998년 5월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유럽정상회담에서 규정대로 다음해1월1일 출범을 결정했다. 위에서 열거한 그리스를 제외하고 11개 회원국이 가입조건 (수렴조건, 인플레이션율, 정부재정적자, 이자율 등. 그리스는 가입조건을 충족한 2001년 1월 유로화에 가입했다) 을 충족, 유로화를 채택했다. 이에따라 유로화가 1999년 1월1일 국제금융시장에 데뷔했다. 이에따라 유럽중앙은행은 1998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업무를 개시했다. 물론 2단계 과도기에 활동한 유럽통화기구가 모태가 되었다.
     유럽중앙은행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은 정책이사회 (Governing Council)이다. 유로화를 채택한 12개 회원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집행이사가 된다. 또 총재와 부총재, 그리고 집행이사회 위원도 이사가 된다. 이곳에서 단일화폐 발행과 통화정책, 이자율 결정이 이루어진다. 보통 한달에 한 번정도 정책이사회가 열린다. 정책이사회 밑에 집행이사회 (Executive Board)가 있다.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부총재, 네명의 위원이 있다.  이 집행이사회는 유럽중앙은행을 운영한다. 또 정책이사회의 주요 안건을 준비하고 이사회 업무를 보조한다. 총재는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장-클로드 트리셰 (Jean-Claude Trichet)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를 채택한 12개 회원국의 중앙은행 (national central banks: NCB)과 긴밀하게 협조한다. 각 회원국에서 통화정책을 집행하는데 이들의 도움을 절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중앙은행과 12개 회원국의 중앙은행은 유럽중앙은행체제 (European System of Central Banks: ESCB)를 구성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기금 (FRB)가 각 지역에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유럽중앙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독립성이다. 유럽연합조약은 유럽중앙은행의 그 어느 누구도 회원국이나 유럽연합기구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업무를 처리한다. 물론 유럽의회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청문회에 출석,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 전호에서 설명했듯이 독일 연방은행인 분데스방크의 독립성 모델이 그대로 유럽중앙은행에 이식됐다. 학자들은 유럽중앙은행이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성을 보유한 은행이라고 평가한다. 조약을 수정하려면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독립성을 보장한 조약을 수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유럽중앙은행의 소재지와 총재 결정도 회원국간에 이견이 있었다. 독일의 분데스방크 소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유럽중앙은행을 둔다는 것은 회원국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분데스방크의 독립성,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안정을 이룩해낸  이 은행의 명성에 무임승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새롭게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유로화,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유럽중앙은행이 신뢰성을 얻으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를 단축하기 위해 분데스방크의 신뢰성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초대 총재의 임명은 독일과 프랑스간에 격론을 불러왔다. 1998년 5월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유럽정상회담에서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인을 총재롤 임명해야 한다고 버티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중앙은행 소재지를 양보했으니 총재 자리를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물론 프랑스 국내에서도 독일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다며 시라크 대통령에게 총재를 자국민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당시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와 자크 시라크 대통령간에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한 끝에 적당한 타협을 했다. 즉 초기 총재는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인 빔 도이젠버히 (Win Duisenberg)로 하고 임기 중간에 그가 물러난다. 이어 프랑스인이 총재를 역임한다는 것이다. 결국 도이젠버히는 2003년에 물러나고 프랑스인 장-클로드 트리셰가 2대 총재가 되었다. 총재의 임기는 8년이다.
2)        업무
     위에서 언급한 단일화폐를 발행하고 통화정책, 이자율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이밖에 환율정책과 포트폴리오 관리를 맡고 있다.
     환율정책은 그 모호성 때문에 회원국의 경제.재무 각료이사회 (Economic and Financial Affairs Council: ECOFIN)와 자칫 충동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은행이 자국 화폐가치를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 원화대 달러, 엔화, 유로화 등을 가치를 적정선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문제는 유럽중앙은행의 경우 관련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일부 회원국들이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원해 이런 규정을 일부러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일단 유럽중앙은행이 환율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운영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환율정책과 관련한 대외정책의 분야이다. 유럽연합조약 111조는 외환시장조작과 관련, 두 가지 경우를 규정했다. 첫째는 경제.재무각료 이사회가 유로존의 환율체제와 관련, 비회원국과 정식 협약을 맺을 수 있다. 둘째는 경제.재무각료이사회가  유로존의 환율정책과 관련한 일반 방침 (general orientations)을 제정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런 두가지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유럽중앙은행은 경제.재무각료이사회가 이런 정책을 실시할 경우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유로화 가치가 물가안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경제.재무각료이사회의 두가지 권한 행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것이 누가 국제무대에서 유로화를 대표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워싱턴 D.C.에 상주대표부를 파견하고 있다. 이곳에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총재는 아직 서방선진8개국 (G-8) 재무장관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한 국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은 통화정책만을 입안하고 집행할 뿐이다. 따라서 아직 비회원국에 대해 유로화를 대표하는 권한은 아직도 회원국과 나누어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포트폴리오 관리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외환시장 조작을 위해 필요한 외환보유고, 은행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자금, 그리고 직원의 연금관리이다. 2004년말 현재 유럽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3백50억유로 정도이다.      


3)        신규 회원국의 유로화 채택
     2004년 5월 중.동부 유럽 10개국 –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이나, 발트 3국, 키프로스, 몰타 –이 유럽연합의 신규회원국이 되었다. 이들 10개 나라도 유로화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단일화폐를 채택하려면 엄격한 수렴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경제여건이 너무 다르면 경제운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조건을 만들었다. 물가와 이자율이 가장 좋은 3개 나라의 평균 1.5%를 상회해서는 안된다. 또 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 공공부문의 적자가 60%를 넘어서는 안된다. 이밖에 환율조정기구에 가입, 그 화폐가치가 안정돼 있어야 한다.
     2004년초 집행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에서 10개 회원국의 가입조건 충족여부를 살펴보자. 슬로베니아의 경우 예산적자가 1.8%, 공공부문의 부채가 28%에 불과, 가입조건을 충족했다. 이에따라 슬로베니아는 2007년 1월 단일화폐, 유로를 도입한다. 신규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유로를 채택하게 된다.
     키프로스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4.6%를 넘었다. 즉 가입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는 2%선을 유지, 이 조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등은 4%선을 넘었다.
     키프로스와 몰타를 제외한 8개 신규회원국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중이다. 따라서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이런 수렴조건을 총족하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 최소한 5-10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회원국이 유로화 채택조건을 충족해도 단일화폐 도입에는 최소한 몇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모든 정부의 회계장부와 민간 기업의 장부, 컴퓨터 등도 자국화폐에서 유로화로 변경해야 한다. 기존 회원국의 경우도 3년이 걸렸다. 즉 1999년 1월 유로화가 국제금융시장에 데뷔, 거래가 되었다. 그러나 실물화폐 통용은 2002년 1월1일부터였다. 그 기간동안 실물 유로화의 도입을 준비했다.
     신규 회원국의 유로화 도입에 필요한 준비, 신규 회원국 중앙은행과의 협력 등 유럽중앙은행은 많은 업무를 안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감사원 (European Court of Auditors)을 분석한다.
  안병억 케임브리지대학교 국제정치학과 박사과정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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