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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는공?” “한양엘 간당.” “뭣 하러 가는공?” “벼슬 하러 간당.” “내가 벼슬을 시켜줄공?” “웃기지 말지어당.” 옛날에 어느 ...
by 박옥수 목사 / on Jun 17, 2006 05:27
“어딜 가는공?” “한양엘 간당.” “뭣 하러 가는공?” “벼슬 하러 간당.” “내가 벼슬을 시켜줄공?” “웃기지 말지어당.” 옛날에 어느 정승이 있었다. 하루는 지방 순찰을 마치고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관에서 묵게 됐다. 그때 마침 선비 한 사람이 방에 들어와서 같이 묵게 됐는데, 그 선비가 먼저 와 있는 정승을 보니 영락없는 시골 노인이었다. 허수룩한 옷차림새부터 어디를 봐도 정승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선비의 태도는 정승을 무시하는 것이 역력했다. 그러다가 정승이 입을 열었다. “우리 서로가 심심하니 말놀이나 합시다. 내가 “공” 자를 넣어서 질문을 하면 당신은 “당”자로 대답을 하시오.“ 그러자 선비도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는 듯이 응해 말놀이가 시작이 되었다. 정승이 물었다. “한양엔 뭣 하러 가는공, 내가 벼슬을 시켜줄공?” 하고 묻는데, 젊은 선비는 기가 막혔다. 벼슬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늙은이가 어떻게 벼슬을 시켜 줘? 선비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기지 말지어당.” 하면서 이야기를 끝냈다. 다음날 한양에 간 그 선비는 운이 좋았는지 벼슬길에 올랐다. 이제 마지막으로 정승에게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이다. 정승의 앞에 가서 감히 얼굴도 못 쳐다보고서 자기는 누군데 이번에 벼슬하게 되어 나간다고 보고를 드리며 큰절을 올렸다. 그때 정승이 말했다. “나를 알아보겠는 공?” 선비가 깜짝 놀라 정승의 얼굴을 쳐다보니 이게 웬 일인가? 며칠 전 함께 자면서 무시했던 그 노인이 아닌가? 선비는 할 말이 없어서 “죽여 주사이당.” 하고 머리를 조아렸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을 무시하게 된다. 구역 성경에 보면 다윗 왕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하루는 이웃의 암몬이라는 나라에 나하스 왕이 죽고 아들 하눈이 왕이 됐다. 다윗 왕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인지라 조문객을 보냈다. 조문객이 암몬 나라에 도착했을 때 암몬 나라 신하들은, 다윗이 조문객을 보낸 것은 틀림없이 이 나라의 틈을 엿보고 공격하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했다. 왕은 신하들의 말만 듣고 경솔히 판단해서 은혜를 베풀고자 하는 다윗의 성의를 무시하고 다윗을 불신해서 조문객을 전부 잡아 수염을 깎고 바지를 궁둥이가 나오도록 잘라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하눈은 죽임을 당하고 암몬이라는 나라는 패망케 되었던 것이다. 암몬 나라 왕 하눈의 경솔한 판단이 나라를 패망케 했던 것처럼 마음이 교만한 사람은 경솔한 판단을 내리고, 그로 말미암아 쓰디쓴 열매를 맛보게 된다. 신중한 자세는 겸손한 자의 소유물이며, 그런 사람은 험산 준령도 평탄하게 만들어 즐거운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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