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볼일이 있어서 자동차를 타고 시내에 나갔다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쾅’ 하면서 뒤차가 내 차를 들이받았다.
내려 보니, 운전사가 무심코 달리다가 차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그 차의 앞면이 크게 상했고, 내 차도 뒤가 형편없이 부서져 있었다.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어서, 자동차를 정비공장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자동차를 찾아왔다고 해서 나가보았다.
부서진 차 뒷부분을 잘라내고 새것으로 이어서 수리했다는데,
색칠이나 표면처리를 얼마나 잘했는지, 이은 부분이 전혀 표가 나지 않았다.
마치 새 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손재주가 참 좋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6,25전쟁 이후 한국에 자동차가 한 대 두 대 생기기 시작했다.
한번은 자동차에 관심 있는 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한국 자동차를 살펴보았다.
엔진은 물론 미제였다.
전쟁으로 인해 부서진 군용 지엠시(GMC) 자동차의
엔진을 떼내 버스를 만든 것이었는데,
자동차의 뼈대는 아무리 봐도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한국 기술자들이 폭격을 받아 부서진 지엠시 트럭에서
엔진을 떼낸 후 드럼통을 오려서 밤새도록 망치로 때려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다 철판을 씌워서 버스를 만들었던 것이다.
망치 하나로 때려서 차를 만들다니, 기가 막힌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미국 사람은 대체로 손재주가 엉망이다.
손이 크기도 하지만 민첩하지 못해서
무얼 만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처럼 둔한 손을 가진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는가?
그들은 손재주가 없다고 그냥 지낸 것이 아니라,
손재주가 없는 만큼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연장을 발달시켰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손재주가 없는 것을 기계로 대신했다.
기계는 손보다 더 정확하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미국 사람들은 손으로 하는 일은 극히 적고 대부분 기계를 사용해서 일을 한다.
한국인은 손재주가 좋기 때문에 손
으로 하는 일이 많아서 자연히 기계 발달이 늦는 것이다.
손재주 없는 미국 사람들이 좋은 기계를 만든 것처럼,
무엇이 못나고 부족한 사람도
다른 방향으로 그 약점을 덮어 가면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