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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수 목사 / on Aug 08, 2006 18:22
“여보세요?” “목사님, 저예요. 76번이에요.” “아니 자매님, 거기 어디세요?” “청량리 역전이에요. 오늘 아침에 출감했어요.” “그런데 왜 집에 안 들어가고 거기 있어요?” “집에 못 들어가겠어요.” 십 수 년 전, 나는 수원 여자 교도소에서 한 주간 집회를 해 많은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밤 12시 쯤 우리 집에 전화벨이 울렸다. 수원 여자 교도소의 76번 수번이었던 김인순 자매였다. 그녀가 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감한 날, ‘죄 지은 여자가 무슨 면목으로 집엘 가?’하는 생각에 서울 시내를 배회하다가 저녁이 되어 집 주위까지 왔지만 다시 청량리 역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깊어지자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자매님, 집에 들어가세요.” “저는 못 들어가겠어요.” “그럼 한평생 집에 안 들어갈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자매님, 자매님 생각만 하지 마세요. 나도 어디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아내가 없으면 허전한데, 자매님이 없는 동안 남편이 얼마나 허전했겠어요? 또 아이들이 집에 와서 엄마가 없을 때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겠어요? 남편이나 아이들에게는 자매님이 죄수가 아니라 아내고 엄마예요. 가족들이 자매님을 얼마나 기다리는지 아세요? 자매님, 집에 들어가세요.” “예, 들어갈게요.” “꼭 들어가야 해요.” “예.” 이튿날 오전 10시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목사님, 저 76번 김인순이에요.” “아, 자매님! 어제 집에 들어가셨어요?” “예, 어제 집에 왔어요.” 그녀는 전날 내 이야기를 듣고도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딸에게 전화를 했다고 했다. “엄마, 거기 어디야?” “어, 청량리 역전인데, 너 여기로 좀 나올래?” “엄마는? 여기가 엄마 집이지, 누구 집이야! 내가 왜 청량리 역전까지 가야 돼? 빨리 안 들어오고 뭐하는 거야?” 딸이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정신없이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둘러앉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울다가 웃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그녀의 이름은 수번(囚番)인 ‘76번’일 뿐이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더 이상 76번이 아니었다. 자신은 죄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족들에겐 아내요, 엄마였다. 그 자매가 처음에 그러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만 가지고 살지 마음을 나누지 않고 산다. 자식의 마음을, 부모의 마음을, 남편의 마음을, 아내의 마음을, 친구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기 마음만 고집해 서로의 골이 깊어지고 고립된 채 불행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자기 마음 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면 새롭고 복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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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박옥수목사의 연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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