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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 남매가 있었는데 심한 화상으로 자식들을 돌볼 ...

by 유로저널  /  on Oct 11, 200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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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 남매가 있었는데 심한 화상으로 자식들을 돌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다. 한편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다.
몇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외딴집으로 갔다. 외딴집에는 아버지의 차가운 주검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을 몽땅 끌어내 불을 질렀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넣다가 '비망록'이라고 쓰인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다. 그리곤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일기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쓰여 있었다. 일기장은 죽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로 끝이 났다.
"여보! 내가 당신을 여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놈인지조차 모르겠구려. 그날 당신을 업고 나오지 못한 날 용서해주오. 울부짖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당신만을 업고 나올 수가 없었다오. 대신 아이들의 생명은 건졌고 지금 잘 자라고 있으니 너무 날 나무라지만은 말아주오..."
"보고 싶은 내 아들 딸에게...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역할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다 가겠구나. ... 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30년 넘게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렸단다. 그러니 제발..."
그의 일그러진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기준 안에서 쉽게 판단하며 살아가는데 자기 세계에서 벗어나면 더 깊고 넓은 세계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인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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