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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짚신장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부자(父子)는 며칠 동안 짚신을 삼아서 장이 서는 날 삼은 짚신들을 내다 팔았다. 두 ...
by 한인신문 / on Jun 29, 2010 04:33
옛날에 짚신장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부자(父子)는 며칠 동안 짚신을 삼아서 장이 서는 날 삼은 짚신들을 내다 팔았다. 두 사람이 장에 짚신을 벌여놓고 팔면 사람들은 항상 아버지가 삼은 짚신을 사갔다. 아들 것보다 값을 더 받는데도 아버지가 삼은 짚신은 점심 때가 되기도 전에 다 팔렸고, 그 후에야 사람들은 아들이 삼은 짚신을 사갔다. 아들은 장이 파할 즈음에야 짚신을 겨우 다 팔 수 있었다. 아들이 짚신을 아무리 야무지게 만들어서 장에 내다 팔아도 사람들은 아버지가 삼은 짚신을 먼저 사갔다. 아들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버지가 삼은 짚신이 자기가 삼은 짚신보다 나은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가 삼은 짚신이 더 튼튼했다. 아들은 결국 아버지께 그 까닭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비록 아들이라 해도 장사하는 세계에서는 경쟁자이니 지금은 가르쳐 줄 수 없고 죽을 때에나 가르쳐 주겠다.”고 하였다. 아들은 답답하였으나, 아버지의 뜻이 분명하니 그냥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짚신장수가 늙어서 죽음을 맞게 되었다. 이제 곧 숨이 넘어가려고 하는데, 아들이 다급하게 물었다. “아버지!! 아버지가 만든 짚신이 잘 팔리는 비결을 가르쳐 주셔야지요!” 그러자 아버지는 힘들게 숨을 넘기며, “털… 털… 털…” 하고는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아들은 아버지가 삼은 짚신과 자기가 삼은 짚신을 나란히 놓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인 ‘털’이 무엇을 뜻하는지 두 짚신을 꼼꼼히 비교해 보았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아들의 입에서 “아!” 하고 나지막한 탄성이 새어나왔다. 비로소 두 짚신의 차이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삼은 짚신에는 잔털들이 없었다. 아버지는 짚신을 삼은 후, 짚신에 일어나 있는 잔털들을 일일이 잘라냈던 것이다. 그러니 아버지가 삼은 짚신은 맨발로 신어도 깔끄럽지 않고 부드럽고 편해서 사람들이 아버지가 삼은 짚신을 찾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짚신 신는 사람들의 입장을 깊이 생각했던 것이다. 그 후 아들도 짚신을 만들 때 마지막으로 잔털들을 하나하나 잘라냈고, 그가 삼은 짚신이 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짚신이 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짚신 신을 사람의 입장을 헤아린 아버지의 마음을 아들은 갖지 못했다. 어떤 일이든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잘된 것 같아도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최선을 다해도 마음이 담긴 것만은 못하다. 그 모자람을 채우고 싶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볼 수 없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것만큼 자식을 위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이 어려운 일로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 없이 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풍성한 사람은 불평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서 가장 혹독한 형벌을 받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한 번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으셨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한없이 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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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박옥수목사의 연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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