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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 글로벌화 (3) 벗고 먹는 문화


내 양말 빵구 낳네 빵구 난 내 양말 빵구가 안 난 것은 내 양말 아니지! 이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에게는 한때 구멍 난 양말을 바느질하고 또 다시 수선 해가며 신던 옛날이 있었는데 요즘은 바쁘게 살다 보니, 아니 어쩌면 바느질을 할 줄 모른다거나 귀찮게 잔손질 하는 것 보다는 새 양말을 사는 것이 별로 비싸지도 않아 신발 밖으로 보이지 않으면 빵구 난 양말을 한두 번 더 사용하다가는 버리기 일쑤이다. 

더욱이 서양인들은 아침에 집 밖을 나서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신발을 벗을 일이 거의 없어 어쩌다가 누군가가 근무 중에 신발을 벗기라도 하면 어디서 괘씸한 치즈냄새가 난다며 그 냄새의 주인공을 찾아 벗은 신발을 신으라며 공기 청정기를 뿌려대기 일쑤인 그들은 집안에서도 거실, 부엌, 때로는 침대의 이불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신발을 신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어느 직장이나 학교, 교회나 식당이나 누구네 집을 방문해 들어 갈 때도 항상 신발을 신고 다니는 문화가 생활화된 외국인들이 한국음식점에 갈 때는 불편해 하던 모습을 종종 보았는데 그것은… 첫째, 엉거주춤 신발을 벗어두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며, 둘째로는 신발을 벗고 방안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릴 때, 하루 종일 앞이 꽉 막힌 구두나 운동화안에 꼼짝 못하고 갇혀있으면서 땀을 질질 흘리며 양말을 젖게 하던 발가락들이 신발에서 벗어나오자마자 신이 나서 기지개를 피듯 발가락 하나 하나를 벌리면서, 또 그 젖은 양말들이 말려지면서 음식점 방안으로 퍼지는 그 냄새가 고약하기 그지없기 때문이고… (그런 냄새가 입맛을 도시게 하는 에피타이져의 노릇을 하기는커녕 조금 있다가 맛있게 차려져 나오는 음식의 고소한 냄새도 즐기기 어렵게 해 준다.) 셋째는 색깔 좋은 새 양말을 신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 하는 이들을 빼놓고는 행여나 급해서 짝짝이 양말을 신고 나왔다거나 우연히 빵구가 난 양말을 신고 온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고, 다음은 음식 먹고 나올 때 여기저기 겹쳐진 신발아래서 내 신발을 찾아내는 것이 별로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손님들이 일상화된 의자에 앉을 수 있거나 한식으로 방안에 들어갈 수 있는 선택을 주어 반갑기는 한데, 그래도 테이블 옆에 있는 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된장국 냄새인지 청국장 냄새인지 알 수 없는 그 발 냄새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연구 좀 해봤으면 한다. 좋다 하는 갈비 점이라든가 맛있는 한국 음식점들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많은데 이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좌석 음식문화 이기도 하기에 우리에게는 정겨웁고 편하다. 하지만 짧은 기간도 다리를 굽혀 앉는 것에 불편해하는 서양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국고유의 아름다운 전통을 알려줄 수 있을까? 

bad smell.jpg

우리 같은 온돌 문화가 없어 방바닥에 앉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 음식을 글로벌에 들어선 고급 음식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를 염려하던 중 영국인 사위의 안내로 인사동의 어느 음식점에 가보니 그 해결책이 실용되고 있었다. 아늑하고 고전적인 한국의 정서를 살려주는 음식점에 신발을 벗지 않고도 들어가 마음껏 우리 음식의 맛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 음식점이 마음에 들었다. 음식에 있어 맛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로운 냄새다. 세계의 향수업자들이 서로 경쟁하듯 자기 특유의 향수를 만들어 턱도 없이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남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주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지갑을 털어가면서라도 구입한 고급 향수를 몸에 뿌리고 그들이 풍기는 향기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냄새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우리, 찾아오는 외국손님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눈 여겨 보고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고쳐야 할 점은 고쳐보도록 하자. 

우리 음식점들이 단순히 한인들과 방 바닥에 앉는 좌석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만을 위한 음식점으로 남아지지 않기를 원한다면, 특히 세계의 어느 문화권에서 왔을지라도 이제는 서양화된 생활 환경에 익숙해진 외국 관광객 유치를 원하는 음식점에서는 벗고 먹는 신발 문화? 

다시 생각해보자! 첫 인상이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것을 처음 보는 그때 은연중 마음속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신입생 면접을 할 때도, 선을 볼 때도, 어느 나라 음식이 좋더라, 나쁘더라를 말할 때도 대부분 그들이 받고 느낀 첫인상을 기억하며 말을 해준다. 그러니, 외국인이 우리 한국음식점에 찾아가 접하는 첫 인상이 쾌쾌한 발 꼬랑내로 코를 잡고 있어야 했던 기억으로 남아지지 않도록 벗고 먹는 음식문화? 

더욱 좋은 해결책을 찾도록 해 보자!


kyunh-hee.jpg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www.childrensboo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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