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 글로벌화 (4): 개성 있는 메뉴
아쿠야, 이걸 다 먹으라고?
오는 칠월이면 지구상에 있는 어느 나라이건 참여 하고파 하는 세계 스포츠인 들의 대 잔치인 올림픽이 런던에서 올려지면서 이 경기의 주최국인 영국에 있는 우리나라의 음식점들도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의 음식을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음식도 세계적인 수준급의 음식으로 소개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고...
하지만 우리와는 식성이 다른 외국인들이 우리음식을 좋아하게 되기까지는 적어도 그들이 두 세 번은 먹어봐야 할진대, 내가 만나 본 외국인들 중에는 나도 한국음식 한번 먹어봤는데 그래도 가장 좋은 동양음식은 일본음식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날 우리 영국인 사돈이 점심을 사주겠다며 대리고 간 곳은 타이 음식점이었다. 그곳 음식은 깔끔하고 서비스 수준이 높다고 자랑스러운 듯 선전을 해주던 그 타이 음식점에서는 심플하면서도 음식 하나하나의 맛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도록 정성 들여 준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 자랑스런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달력에 실린 우리 음식상의 사진을 보며 질식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 사진에는 세 명의 외국인이 얼른 보기에 오 육십 개도 넘어 보이는 많은 종류의 음식들로 빈틈없이 꽉 차있는 큰 상 앞에 앉아 음식을 먹으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배고파하던 한때는 설날이나 추석 같은 잔칫날과 같은 큰 명절에 크고 작은 상위에 꽉 차려진 음식을 보는 즐거움이 마치 대부분의 서양인들이 크리스마스 때면 필요에 넘치는 과분한 음식을 마련해 놓고 며칠을 가며 포식하는 것과 같이, 며칠을 보내며 같은 음식을 재탕해가며 먹고 먹고 또 먹었었다.
하지만 그 달력에 올려진 상에는 떡이 안 보이는 것으로 봐서 명절이나 잔칫상도, 부폐도 아니고 그들만이 먹을 음식으로 차려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 사진 속의 외국인들이 그런 음식상 앞에서 '아니 이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하며 놀라서인지 믿기지 않아서인지 모를 웃음을 짖고 있는 모습을 우리 음식차림이라며 자랑스럽게 찍어 소개를 하다니...
(여기서, 이런 글을 쓰는 나를 보고 잘한다며 고맙다고 한국음식점 주인들이 아니면 한국 문화 홍보부가 밥을 사주기는커녕 '아니, 네가 누군데 버릇없이 우리의 귀한 전통에 대해 자꾸만 함부로 걸쩍거리느냐?' 며 몽둥이질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어 다소간 염려도 되지만, 나는 진정 고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로서 우리 한국의 문화와 전통이 글로벌화 된 오늘날의 세계에서 가능하면 일등, 아니면 고급생활 문화권 상위에 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기에 이것저것 생각하며 연구하며 잠도 잃어가며 글을 쓴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고 싶다.)
안 그래도 큰눈을 갖은 서양인들이 한꺼번에 차려져 나온 그 많은 음식 중 어느 것을 먼저 먹어야 할지 몰라 더욱 크게 휘둥그래져있다가, 이것저것 몇 종류의 음식 맛은 보았겠지만 (아직 한국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음식을 남긴 그들은, 과연 그 남겨진 음식들이 다 버려질 것인가를 궁금하게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 음식들이 버려진다면 막대한 음식낭비를 한다는 욕을 먹을 것이요, 만의 일이라도 남은 음식이 다른 손님에게 재활용된다면 이는 당장 한국음식, 더럽고 비위생적이라는 소문이 날것이다. 그리고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대하다 보니, 어느 한 음식의 특이한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기는커녕 모든 맛이 짬뽕이 되어 결국은 어느 음식의 이름 하나도, 맛도 기억하기 어렵게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마치 옷을 사러 온 손님에게 너무 많은 옷가지들을 한꺼번에 내놓고 보여주며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 입어보라고 하면, 선택의 종류가 너무 많아 이것도 저것도 그렇고 그런 것으로 보여 손님은 그 상점을 빈손으로 나가는 것과도 같다.
그러니 우리 음식에 개성을 주자.
입맛을 다시게 하는 에피타이저 에서부터 후식까지 개성 있는 몇 가지 음식으로 시각과 미각에 충족감을 주고 먹어본 음식의 이름과 맛을 기억할 수 있게 하자.
한번 찾아온 외국인들이 두 번, 세 번 찾아오고 싶은 우리 음식점들이 되길 원한다면 각 음식의 개성을 살려주는 간단하면서 매력 있는 메뉴를 만들어보도록 하자고 말해주고 싶다.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www.childrensboo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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