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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과 등불


한국에서는 지난달을 "가정의 달로 지키고 영국에서는 6월 10일이 "아버지 날"로 지켜진다.
어제는 이웃에 사시는 어느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정정해 보이시기도 하지만 모든 자신의 일상을 계획적으로 잘 간추려 나가시는 것 같다.슬하에 아들 딸 남매를 두셨지만 다 나가서 살고 있단다.딸은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고 아들은 런던 근교에 살고 있단다 혹 노인이 혼자 적적할까 염려스러워서 말벗이나 되어 드릴까 하여 가끔씩 찾아 뵙는 어른이다. 이제 막 문간에 들어서는데 벌써 어르신은 무언가를 손에 들고 오셔서 내 눈앞에 드리밀며 "이 카드 말이야 그저께 내 아들이 사가지고 직접 수필로 써주고 간거야"라고 자랑을 하신다. 무슨 카드인가 싶어서 그 글귀를 읽어보니 그저께가 6월 10일 영국에서 지키는 "아버지 날"이었으니 그 카드를 사서 들고 아들이 다녀갔다는 것이다. 내가 다 읽었는데 어르신께서 다시 읽어 주시면서 이것 내 아들이 직접 쓴 것이야를 몇번 되풀이하시고서야 그카드를 원래의 자리에 갖다 놓으신다. " 자랑스럽고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은 아들이 그저 자주 찾아와 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노인은 나라의 어른이시다. 노인은 우리를 낳아 기르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며,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데 공헌하여 온 어른으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 할 분이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와 사회구조 및 가치관의 변화는 점차 노후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는 고유의 가족제도 아래 경로효친과 인보상조의 미풍양속을 가진 국민으로서 이를 발전시켜 노인을 경애하고 봉양하여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노인복지 증진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구현하기 위하여 다함께 노력한다.

첫째, 노인은 가정에서 전통의 미덕을 살려 자손의 극진한 봉양을 받아야 야 하며, 지역사회와 국가는 이를 적극 도와야 한다.
둘째, 노인은 의.시.주에 있어서 충족되고 안락한 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노인은 심신의 안정과 건강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노인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노인은 취미 오락을 비롯한 문화생활과 노후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얻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상은 대한민국 경로헌장 전문이다. 첫째, 둘째 --- 다섯째 까지의 모든 조항을 우리 스스로 지키고 경로효친 사상을 되살려 노인문제(빈고,병고,고독고,무위고)를 해결하고 노인조직망을 형성하여 경로당 또는 노인학교 등을 통하여 도덕과 예절이 살아 숨쉬던 모습을 다시 찾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1990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개최된 제45회 유엔총회에서 10월1일을 "국제 노인의 날"로 이듬해인 1991년 10월 1일에는 유엔사무소에서 제1회 "국제 노인의 날" 기념행사가 거행되었으며 우리나라도 1997년에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한 바 있다.그럼에도 불과하고 오늘의 노인문제는 날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어느 깊은 가을날!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 "김 목사님! 노인정을 하나 마련해 보시죠. 한국 노인들이 앉아 노실곳이 없답니다." 그이후 나는 그문제를 놓고 수개월 동안 기도하던 중에 경로당이 아니라 노인학교를 설립하기로 마음먹고 시간표작성, 강사구성, 노인학교로 사용할 만한 교실구성등 준비를 한 후에 모 회사의 대표님을 찾아뵙고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였더니 "한인회가 할 일을 왜 목사님이 하십니까?"라고 반문을 하며 "저는 한국정부가 인정하는 기관에만 협조를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한다. 한마디로 주제파악도 못하고 아니면 오지랍도 넓다 자기 앞가름이나 하지------- 등으로 해석 할 수도 있겠다. 돌아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하는 한인회가 어디있단 말이가? 저들이 안하는 일을 한개인이 하겠다는데 그리고 엄연히영국 법에 의하여 등록을 필하였는데 여기서 무슨 한국정부가 인정 ---운운 한단 말인가?" 참 착잡한 심정이다. 캄캄한 밤에 밤길을 한 나그네가 길을 걷고 있었다. 잠시 후 맞은편에서 등불을 들고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는 소경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그네가 소경에게 물었다. "당신은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인데 왜 등불을 들고 다니는 것입니까?" 그러자 소경이 대답하였다. "내가 이 등불을 들고 다니면 소경이 걷고 있다는 것을 눈 뜬 사람들이 잘 알 수 있기 때문이자요."
열심히 사는 모습은 좀 아름답게 보아주길 바라자. 땀흘리고 애쓰는 목적이 자신이 아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 모습은 더욱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지자. 하물며 우리들의 부모님? 노인들을 위한 일에 우리 모두 동참하자.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간 위를 걷고 있다. 지구촌에서 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이 다 힘들다. 그러나 나보다 더 힘든자를 찾아 도우려 할 때! 그때 하나님은 돕는자와 도움을 받는 자 모두를 살리시는 하나님이 계시는 것을 믿는 것이 돕는자를 위한 것임을 알리라.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눈 뜬 자를 위한 "소경의 등불"처럼

김레이첼.jpg


김 혜 성

사회복지법인 한국청소년봉사회 전 대표이사

한국유아교육 연합회 교수

국제 청년문화원 상임이사 (International Youngmen's Cultural Centre)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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