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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현의 문화 예술기행 (3)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Edinburgh (2)


자기가 자신의 삶에서 여전히 손님인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고 어디엘 가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다 가는 곳이어 안가면 안되는 것 같은 강박관념으로 장소를 선택하고, 남들도 가는데 우리도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길을 떠난다.

그런까닭에 현지에 도착해선 남들이 가보았다는 곳으로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그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돌아온다. 특히 널리 알려진 명소에 도착하면 그것을 음미하고 감상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진기부터 들이댄다. 이것은 정말 본인들에겐 슬픈 일이다. 맨 눈으로 사물과 현장을 만나는 순간 무엇인가 떠오르고, 그 새로운 만남이 각자의 마음에 새로운 동기를 줄 수 있는 순간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대상하고의 진정한 만남은 중간에 기계가 가로 막고 윈도우에 비추어진 작은 그림에 뇌의 기능이 모두 작은 기계에게로 쏠려 자신을 망각하게 되고 만다. 그러면서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고 합리화 한다. 사실은 사진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다니고 기웃거려 사진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먼 길을 떠나 낯선 곳에 가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것이다. 이 새로운 만남이 삶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타성에 젖어 그날 그날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똑같은 일상을 돌아보게하고 또 때로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주기도 한다. 이렇게 여행은 전혀 다른 장소에 있는 자신을 보고 객관적으로 자신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한다. 

떠난 자리를 돌아보며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타지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므로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여행이 좋은 것은 자신을 자신의 집과 살던 환경 속에서 스스로 격리시켜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영국으로 온 사람들은 한국 사회를 떠나 한국 전체를 생각하며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듯이 런던에 거주하던 사람이 에딘버러에서 전혀 다른 삶의 현장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인이 한국문화가 어떤 것인지 모르면 영국문화를 봐도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듯이 런던에 사는 사람이 런던이 어떤 곳인가, 어떤 사람들인가 모르면 에딘버러에 가서도 그곳을 사실은 바로 볼 수없다. 

당연 건물만 보고 유명한 관광지에 들려 '나도 보았노라!'는 인증사진만 박고 돌아온다. 누가 '거기 어땠어요?' 그러면 대부분 '재미있었어요.', '좋았어요.'하거나 '그냥 그래요.'등과 기후, 거리가 깨끗하다던가..등 한 마디만 하고 입을 다물어버린다. 껍데기만 들여다보고 거리와 유명 관광지만 어슬렁거리다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실 다들 짧은 일정에 여기저기 다들 들여다 보려고 하니 처음부터 대충대충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당연 자신을 낯선 곳에서 발견해 자신과 새로운 만남을 이루는 여행 같은 것은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이런 까닭으로 모두들 껍데기 같은 삶을 살고 자신의 삶은 남들이 보기에 행복한 삶으로 초점이 맞추어지고 그 안에는 자신을 위한 행복과 가족을 위한 본질적인 삶은 없다. 사실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미술관을 가고 TV 연속극을 보고, 가끔은 문학책을 들기도 하는 것이 숨겨진 자신을 엿보기 위한 것이다. 남의 삶이 드러난 작품이나 혹은 직접 소문과 이웃집 여자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바로 자신을 엿보기 위한 행위다.

'남들은 어떤가?'에 대한 의문은 '그런데 나는?'이라는 단계로 옮아가고 여기서 다시 동질성과 차이를 발견하며 '자신이 누구인가?'를 구체적으로 획득하게 된다. 당연 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가에 대한 답은 '타인이 사는 곳'을 엿보며 비교적 관점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런 질문, 내가 누구인가를 꼭 알아야만 하고, 내가 사는 것이 어떤 곳인지를 꼭 알아야만 하는 가? 답은 당연히 yes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한평생을 자신의 소중한 삶을 시행착오 속에서 실험의 도구로 사용해야만 한다. 만약 내가 두 발을 딛고 사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면 내가 사는 곳에서 나는 영원한 이방인, 혹은 손님일 수 밖에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당당한 현지인,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도 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물론 이렇게 자신의 삶에 자신이 들어있지 않은 사람이 행복할 수도 없고 자신이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주역이 된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다. 더욱 영국까지 와서 먼 에딘버러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그런 소중한 기회를 인증 사진용과 대충대충 기웃거리다 올게 아니라 새로운 삶의 기회와 일상을 재충전할 수있는 것으로 '문화예술기행'으로 만들어보자. 


관조와응시1G._Caillebotte_-_Intérieur.jpg 내가만약돌이라면.jpg 관조와응시2G._Caillebotte_-_Jeune_homme_à_la_fenêtre.jpg


(필자, 전하현은 미술사가로 8권의 저서(인상주의, 바르비종과 사실주의, 스물이 되기 전에 등)를 낸 미술사가로 런던에서 세계예술문화사와 20세기의 철학과 미학, 미술이론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내용문의나 원고에 대한 문의는 bookclub21@hotmail.com 혹은 0786 310 5014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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