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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이래, 2011년 7월 한-EU FTA를 거쳐 2012년 3월 한미 FTA 가 공식 발효되자, 한국의 농업 특히 과수와 축산업은 설 자리를 잃고 붕괴될 것이란 루머가 민심을 흉흉하게 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12년도 농식품 부문의 무역수지는 어떤지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한미 간에는 수출 10.7% 증가, 수입 12.9% 감소, 한-EU 간에는 수출 15.6% 증가, 수입 7.6% 증가라는 비교적 괄목할 만한 무역수지 성적표를 받게 된다.
이와같은 긍정적인 모습이 전적으로 FTA의 영향 때문은 아니겠으나, 여하간에 그동안 농업부문에서 제기 되어온 우려와 국론 분열의 위기를 잠재우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FTA 즉 자유무역협정은 특정한 국가끼리 배타적으로 무역특혜를 부여하는 지역무역협정으로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297건이 발효 중이다.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세계교역량의 약 55% 정도가 FTA 체결 국가간에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외경제 의존도가 국내 GDP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이 세계 수출시장을 유지하고 개척하기 위해서는 FTA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은 칠레, 싱가폴, ASEAN, EU, 미국 등 45개국과 체결한 8건의 FTA가 발효 중에 있고, 한중 등 7건이 협상 중이며, 한일 등 8건의 FTA가 여건조성 중에 있다. 특히나 현 정부의 분위기도 FTA에 적극적이어서,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FTA는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며, ‘우리 경제의 미래가 걸린 한중일 FTA 협상을 잘 챙겨주기 바란다’ 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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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에서 FTA의 경제학적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상품시장 측면에서는 무역장벽이 해소되어 규모의 경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반면, 국내시장도 상대국가나 제3국의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여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는 무한경쟁에 직면한 국내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순기능적인 역할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 소비시장 측면에서는 체결국 사이에 소비의 동질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상호 유사한 대체상품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짐과 아울러,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급속히 수용되는 여건이 조성되게 된다. 여기가 식품시장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일반 공산품과 달리 식품의 소비는 하나의 문화라는 틀 아래서 이뤄진다. 오랜 습관과 반복된 소비로 인해 굳어진 식품의 소비 패턴을 식문화 라고 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식품의 소비를 유도하려면 소비자의 문화적 심리적인 측면을 자극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한식 세계화, 일식 배가운동, 그리고 Thai Kitchen of the World 라는 명칭으로 이뤄지고 있는 자국 음식의 세계화가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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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의 농식품박람회 등을 통해 알려진 한국의 발효음식 문화와 농식품에 대한 건강 이미지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가 지구촌 곳곳에 퍼지면서 한국 농식품의 수출 또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한국 전체의 수출은 1.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식품 부문의 수출은 4.1% 증가해, 세계적인 불황에도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한국과는 식문화의 차이가 많이 나는 유럽과 미국에서의 농식품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리수 이상을 나타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의 소비는 한번 정착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 식문화로 자리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알리는게 최선이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재수)는 현장에 답이 있음을 일찍이 간파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 농식품 알리기에 주력한 결과, 이제는 유럽에서도 김치는 꽤나 과학적이고 개성있는 음식으로 통할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형성된 한국의 식문화는 일반 상품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국가 전체적인 무역수지 확대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격을 높이는 선순환의 경제 논리도 가능해 진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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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국가간 무역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모토로 체결된 FTA의 과실을 제대로 거둬 들이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FTA의 근간이 되는 원산지증명서의 관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일러두고 싶다. 원산지증명서의 발급과 관리가 부실할 경우는 바이어나 수출자 모두 낮아진 관세 혜택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한미 FTA의 수출 활용률은 69%에 불과하다는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정부는 중소기업의 FTA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체계화된 원산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함과 아울러, 낮아진 관세 혜택을 바이어와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중국과 일본 등 거대시장과의 FTA는 한국의 3만불 시대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임을 주지하고,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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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헌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럽지사장 역임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본부 근무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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