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사상 첫 유럽진출하는 박희영, 차연희 선수
Bad Neuenahr팀 유니폼입고 4월13일 분데스리가 데뷰



한국여자축구사상 최초로 유럽에 진출하는 박희영(24), 차연희(23) 두 선수가 루프트한자 편으로 일요일 저녁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황경남 재독대한축구협회장과 안영국 전 프랑크푸르트축구동우회장 등 환영나온 동포축구인들이 주는 꽃다발을 한아름 가슴에 안은 두 선수는 장시간의 비행 여독도 잊은 듯 기념촬영을 하자는 기자의 제안에 활짝 미소를 띠며 응했다.

공항에서 간단한 인터뷰를 가진 선수들은 곧바로 시내 모 동포식당에 준비된 환영만찬에 참석. 윤남수 세계일보유럽본부장을 비롯해 동포들의 따듯한 환대를 받았다.

박희영선수는 강원도 태백출신,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가 재미있어 조기축구 아저씨들에게 축구를 배우다가 유명선수가 됐다. 현재 포지션은 투톱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었으며 한국여자축구팀에서 최다골(38경기, 20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차연희선수는 전천후 요격기 같은 선수. 공격과 수비 그 어디에 갖다 놔도 모두 소화해 내는 대단한 기량을 보이는 선수다, 주된 포지션은 공격 미들필더.

이들이 독일 프로팀에 입단하게 된 과정은 다분히 극적이었다. 이번에 선수들의 스카웃을 중재한 이는 재독대한축구협회장을 역임한 축구인 장재인씨. 장씨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두 선수의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어찌나 공을 잘 차던지 세계적인 선수가 될 기량이 충분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서 독일에서 활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다시 독일로 돌아온 그는 한국선수를 받아 줄 독일여자축구단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마침 쾰른 인근의  바트 노이에나르(Bad Neuenahr) 팀과 연결이 되었던 것.  이 팀은 올해로 창단 102년 역사를 가진 독일여자축구 전문구단이다.

이 팀은 마침 여자 분데스리가에서 최근 성적이 저조해 나름 고민하고 있을 때라서 장씨의 제안에 귀가 번쩍 띠었다. 특히 금년 시즌 오픈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해진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은  일단 한국선수들을 실력을 테스트해보기로 결정하고 지난 3월 중순 경에 차선수와 박선수 둘을 모두 초청, 기량을 테스트 받았다. 결과는 대만족. 바드 노이에나르의 데니츠 바키어(Deniz Bakir) 감독과 임원들은 바로 영입하기로 결정하고 입단계약 등 수속을 서둘렀다. 우리 선수들은 1년 2개월의 임대 조건으로 스카웃됐다.

특히 이번 유럽진출과 관련해 두 선수의 소속구단이었던 대교 캥거루스는 두 선수가 빠져나간 후 팀 전력에 막대한 소실을 입을 것을 감수하면서도 한국여자축구의 발전과 두 선수들의 장래를 위해 독일행을 선뜻 동의해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소식이 전세계의 한국축구팬들에게 전해지면서 대교의 이미지는 한층 더 격상되었다.  

쉴 겨를도 없이 6일부터 바로 트레이닝에 들어간 두 선수는 시차 적응에 무리가 없을지 다소 불안해 하는 눈치였다. 또 다른 걱정거리 하나는 언어문제. 독일어를 처음 대한다는 두 선수들은 다행히 트레이닝이 주로 오후 늦게 있는 점을 감안해 한가한 오전시간에 독일어를 집중적으로 학습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수들은 인솔해 온 장재인씨 댁에서 여장을 풀고 독일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두 선수들의 각오는 대단했다. 박희영은 "여자축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어서 좋은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미래의 후배들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고, 차연희는 "독일은 힘의 축구를 하는 것 같은데 한국선수들은 몸이 빠르고 기술도 뛰어나 충분히 유럽선수들을 상대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은 이제 다음 주 월요일(4월13일) 예나(Jena)팀과 경기를 시작으로 독일에서의 험난한 제 2 축구인생을 시작한다. 더도 덜도 말고 평소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 멋진 플레이를 펼침으로써 성공적인 데뷰가 되기를  축구팬과 독일동포들과 함께 기대해 마지 않는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장 김운경
woonkk@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