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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6.07.29 23:16

더 나은 세대

조회 수 2756 추천 수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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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로마시대때부터 나이든 어른들이 종종, 쯧쯧 요즘 젊은이들이 이래가지고서야… 하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지만, 그래도 인류문명이 끊임없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것을 보면 그러한 어른들의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대들은 지나간 세대들보다 계속해서 더 나아지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다음 세대들이 더 우수하게 발전해간다는 것은 참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다섯살짜리 우리 아이가 아빠랑 여러 차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혼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처음부터 아예 보조바퀴가 없이 아빠랑 연습을 했었는데, 아빠가 출타중인 어느 날 한번 시험삼아 자전거를 타러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몇번 넘어지긴 했지만 엄마인 내가 잡아주지 않아도 혼자서 충분히 탈 수 있었다.  그때 팔꿈치에 든 멍을 가리키며 내가, ‘좋은 멍’ 이라고 했다.  넘어져서 멍이 들긴 했지만, 연습을 많이 해야 뭐든지 잘 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니 연습도중에 생긴 멍은, 말하자면 유익한 훈장인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가 자전거 타는 연습을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엄마인 나는 정말 속으로 주눅드는 일이 생긴 것이다.  다른 어른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속력을 내려고 엉덩이를 들고 타는 것을 보더니 이 아이도 그걸 따라하고, 또 한 손을 놓는 걸 보더니 자기도 잠시 잠깐씩이지만 한 손을 핸들에서 놓는 연습을 하곤 한다.  내가 아무리, 자전거 타다가 너무 잘난 척하면 사고나기 쉽상, 이라고 주의를 주어도 좀 더 발전하고자 하는 아이의 마음을 꺽을 수는 없는 듯하다.  
나는 중 3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지만, 학교 운동장이나 마을 장터처럼 넓은 공터가 아닌 도로에서는 한번도 자전거를 타보지를 못했다.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겁이 많았었던 것이다.  
그런 엄마의 속도 모르고 우리 아이는 자전거 타러 공원에 가는 길에 건널목을 지날 때에도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길거리에서도 자전거를 탄다.  뒤따라가는 나는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나는 만 열다섯살에도 길거리에서는 자전거를 타볼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이제 만 다섯살짜리  애가 정말 제 엄마 기를 팍팍 죽이누나.   그래도 나는 어른이기때문에 조금 치사하긴 하지만 그런 사실을 벌써 아이에게 밝힐 필요는 없다.  안그래도 자전거 타며 온갓 잘난 척을 하는데 거기다 더 잘난 척을 하도록 놔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주눅드는 일이 비단 자전거에서만 끝나는 일이 또 아니다.  놀이터에 가면 또 나를 주눅들게 만드는 아주 높다란 미끄럼틀이 있다.  정말 가는 곳곳에 예전 체육시간마다 미리 겁먹어 괜히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곤 했던 나같은 사람 기 팍팍 죽이는 놀이기구들 투성이다.  그물망을 타고 올라가서 사다리를 여러번 올라가면 2층집 높이정도에 입구가 있는 구불구불 돌아가는 원통형의 미끄럼틀!  오늘은 용기를 내서 꼭 한번 시도해봐야지 하고 마음먹기를 수십차례나 했건만 일단 도착해서 시도하려면 고소공포증이 되살아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못하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다른 어른이나 혹은 좀 더 큰 아이가 올라가면 우리 애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곤 한다.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제엄마처럼 체육시간마다 공포에 질리지 않도록 나는 아이를 동네 체육관에 부지런히 데리고 다닌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씩 테니스교실에 가는데 나름대로 즐거워하는 걸 보니 나도 좋다.  운동 잘 못했던 엄마로서 나는 우리 아이가 체육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보다 더 나은 세대의 한 사람을 길러내는 일, 모든 부모들이 맡은 숙제이다.  숙제하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잘 마쳤을 때의 뿌듯함을 생각하면 할 만하다.  어떤 면에서 나보다 더 나아서  엄마 기를 팍팍 죽이지만 그래도 엄마인 나는 이 아이가 나보다 더 나아서 참 기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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