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대사관 | 유관기관 | 한인회 | 유학생회 | 기타한인단체 | 한인동포업체 | 주재상사 | 유럽내 추천사이트 | 해외동포 언론사이트

단독 사설
단독 칼럼
단독 인터뷰
독자기고/특별기고
엣세이/여행기/장편소설
유럽한인 취재뉴스
유로저널특집/기획취재뉴스
취재/독자/동영상
한인사회 게시판
정부/대사관 공지
재미있는 유머
경제뉴스
국제뉴스
정치뉴스
사회뉴스
기업뉴스
문화뉴스
연예뉴스
건강뉴스
여성뉴스
스포츠뉴스
내고장소식
독일뉴스
영국뉴스
베네룩스
프랑스뉴스
유럽뉴스
동유럽뉴스
스칸디나비아
스페인/이탈리아
오스트리아/스위스
그리스/터키/포르투갈
유럽각국 전시정보
유럽각국 이민정보
유럽각국 생활정보
유럽각국 교육정보
유럽각국 문화정보
여행기사 정보제공
유럽각국 여행정보
유럽각국 연금제도
유럽소비자 제품평가
공공기관/기업광고
동포업체 및 기타/해외
번역/통역, 관광, 가이드
민박, 하숙, 호텔


최영신에세이
2006.08.26 16:31

국어책을 쩔쩔맨 대학신입생

조회 수 2679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Extra Form
국어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어 쩔쩔맨 대학신입생이 있었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한 때 세간에 떠들썩했던 부정입학 혹은 기부금입학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임을 미리 밝혀 두는 게 좋겠다.  기부금입학은 가난했던 나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한 단어였으니까 말이다.  
떳떳하게 대학학력고사를 치루고 대학에 들어갔건만 나는 첫 국어시간에 교재를 펴들자마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이건 국어책인지 아니면 한문책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줄에 하나꼴로 모르는 한자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와서 한 단락을 쉬지않고 길게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이런 내 형편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양국어를 담당한 교수님은 가끔씩 아무나 지명해서 읽기를 시키시곤 했으니 한자속성반에 들어가서 매일 50여자씩을 한달여간 습득하기 전까지는 나에게 그야말로 진땀나는 국어시간의 연속이었다.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 상업고등학교 과정를 끝내고 대학에 운좋게 들어간 내가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고교 3년 동안 한문을 한 시간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중학교 2, 3학년때 일주일에 한 시간씩 들었던 한문 수업이후로 한문이란 과목은 이름조차 잊고 살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인문과목들은 독학하다시피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긴 갔는데 이건 장및빛 탄탄대로는 커녕 가도가도 험한 산만 계속해서 내 앞에 펼쳐지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겨냈는지 내 자신도 참 신기할 정도이다.  
국어책을 조금 수월하게 읽게 되었을 무렵에는 또 내 전공인 영어 발음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어자음 발음시험후에 ‘너 상고 나왔니?’ 라고 묻던 담당교수님 질문에 나는 얼떨결에 “예” 하고 대답은 했지만 너무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었다.  생활비와 학비를 버느라 낮에는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밤에 야간 수업이 끝나면 또 짬을 내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영어발음교정을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서 영어회화학원에 다니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나는 영어권 나라에서 살고 있다.  대학원 석사과정때 나중에 뭐하겠느냐는 동기들의 물음에 늘 나는 30대초반에 영어권 나라에 가서 영어를 최소한 5년 이상 습득하겠노라고 했던 내 말이 씨가 되어 그렇게 했다.  이제는 5년이 아니라 내 남은 반 평생을 영어를 하며 살아야 될 상황이다. 처음 공부하러갔던 캐나다 밴쿠버에서 얼마나 오래 있을거냐는 처음 언어연수하러 온 사람들에게 으레 묻던 질문에 내가  “아이들도 말을 어느 정도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5년은 걸리겠지요?” 하고 대답을 하자 “아이들이 몇인데요?”하고 어떤 어른이 되물어서 그때 결혼도 하지 않았었던 내가 얼마나 황당했었던지….  
결혼전 가끔씩 내 영어발음 때문에 남편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때가 있었다.   한 예로 언젠가 전화에서 지금 뭐하느냐고 물었을 때 내가 복습을 한다(I review now.)고 했더니, 그게 정말이냐고 재차 묻는 것이 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자신이 뭐 서운하게 한 게 있느냐고 계속 물었다.   왠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한담?  하면서 그때서야 나는 우리의 의사소통에, 아니 더 정확히는 내 영어발음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다.  가까스로 학교에서 배운 과목을 시험에 대비해서 다시 공부한다고 말을 해서 그 긴장감 넘치던 순간을 안도의 한숨으로 끝맺었던 기억이 난다.   그에게는 나의 말, ‘복습한다’가 ‘당신을 떠난다’(I leave you now.)로 들렸다고 그래서 아주 놀랬었노라고 나중에 실토했다.  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 전문대학에서 혹은 입시학원이나  아르바이트로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나도 모르게 잘못 가르치지 않았을까 싶어 죄송스럽다.  
대학때 배운 많은 건 까많게 잊었지만, 다른 언어를 배울 때 처음에는 큰 보따리처럼 뭉텅이로 들리던 문장이 나중에 익숙해지면 단어 하나하나로  쪼개져서 들려진다고 했던 언어학 이론이 생각나곤 한다.  라디오 뉴스를 들으면서 그 이론이 실제로 나에게 적용되던 날 정말 얼마나 가슴 벅차고 기뻤던지.  야, 하나하나 다 들린다, 다 들려!
어렵고 힘들었던 와중에도 늘 선한 길로 내 꿈을 이루도록 인도하여 주셨던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유로저널광고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오을식 소설가 소개 file 편집부 2018.08.07 7879
14 최영신에세이 가을날의 행복 (11월 2주) 유로저널 2006.11.07 2309
13 최영신에세이 새벽이슬같은 젊음 (11월 1주) 유로저널 2006.11.02 2772
12 최영신에세이 여자와 돌부리 (10월 4주) 유로저널 2006.10.24 2559
11 최영신에세이 힘내세요, 선생님 (10월 3주) 유로저널 2006.10.18 2524
10 최영신에세이 엄마, 그 힘센 이름 (10월 1주) 유로저널 2006.09.25 2671
9 최영신에세이 괜찮은 자장가 (9월 4주) 유로저널 2006.09.16 2802
8 최영신에세이 고마운 사람들 유로저널 2006.09.11 2858
7 최영신에세이 아름다운 사람들 유로저널 2006.09.02 2855
» 최영신에세이 국어책을 쩔쩔맨 대학신입생 유로저널 2006.08.26 2679
5 최영신에세이 올드미스의 결혼 못한 이유들 유로저널 2006.08.18 2875
4 최영신에세이 또 하나의 나 유로저널 2006.08.13 3220
3 최영신에세이 색깔이 어때서? 유로저널 2006.08.08 2818
2 최영신에세이 더 나은 세대 유로저널 2006.07.29 2756
1 최영신에세이 어느 사회사업가의 반나절 유로저널 2006.07.26 2696
Board Pagination ‹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Next ›
/ 2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연락처 | 회사소개 | 광고문의 | 찾아오시는길 copyright@ EKNews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