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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6.09.16 21:49
괜찮은 자장가 (9월 4주)
조회 수 2802 추천 수 10 댓글 0
얼마전에 어느 한국신문에 실린 짤막한 만화 한토막에서 실생활에 정말 유용한 걸 얻었다.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혼자만 알고 혼자만 써먹기보다는 두루 여러 엄마들에게 이롭도록 그 비법을 살짝 공개해보려고 한다. 다름아닌 바로 제법 효능이 빠르고 질(?!) 좋은 자장가. 아이를 잠재우려고 자장가를 불러주다보면 굳이 잠자리에 들 시간도 아닌데 왜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나는 나 혼자만 좀 별나서 그런 줄 알았었는데, 가까이 지내는 이제는 이미 아이들을 다 키운 한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게 꼭 나만의 별난 특징은 아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분은 아이들이 좀 크자 자장가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었는데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졸린 나머지 횡설수설하면서 ‘코끼리’도 나오고 ‘사자’도 나오는 바람에 아이들이, “엄마 그게 아니잖아요!” 하고 외치기를 여러번 하곤 했단다. 이야기해주는 엄마는 너무 잠이 쏟아져서 잠에 반쯤 취한 채 있는데 그 옆에서 정작 잠이 들어야될 그러나 잠은 아니 들고 눈만 말똥말똥한 아이들을 상상해보니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 어쩌다 우연히 내 눈에 띈 만화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잠재운다고 온갖 자장가를 남김없이 다 불러주었건만 아이는 잠은 커녕 눈만 말똥말똥, 급기야는 지친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가 아이를 재우려고 들어간다. 아빠는 들어간지 얼마되지않아 쉽게 아이를 골아떨어지게 만들고 나온다. 도대체 비결이 무어냐고 묻는 아내에게 남편은 아주 자랑스러운듯 ’국민교육헌장’을 들려주니 금방 잠이 들었다면서 ‘구구단’도 대용으로 쓰기에 괜찮은 자장가라고 한다. 아빠가 불러 아니 들려주는 내용도 어려운 국민교육헌장을 듣는 아이의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나를 웃기게 만들었다. 아니 이런 좋은 자장가가 있었다니? 당장 오늘 저녁부터 실행해봐야지. 아, 그런데 학교를 졸업한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제는 내 머리가 점점 녹이 슬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안으로 되살려 어쩌고 저쩌고…’하는 한국인의 ‘국민교육헌장’을 도저히 끝까지 외울 수가 없었다. 구구단은 그래도 아직도 안까먹고 있으니 그나마 참 다행이다. 이 일은 이, 이 이는 사, 이 삼은 육, 이 사 팔, 이 오 십, 이 륙 십이,…중략. 칠단을 외우는데 아이가 하품을 아주 크게 했다. 아, 드디어 약발이 받기 시작하는군. 조금만 더 하면 되겠군. 한번 하품을 시작하면 점차 가속도가 붙어서, -내 말은 자장가가 아니라 잠오는 속도를 얘기하고 있는 거다.- 아이의 눈꺼풀은 점점 더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이럴 때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일을 망치는 법. 조금 속도를 느리게 조절하여 계속해서 구구단을 외워야 한다. 기왕이면 장단에 맞춰 외워주면 더 좋다. 구단까지 다 가기도 전에 아이는 꿈나라에 들어가고 만다. 아이를 더 빨리 잠들게 하려면 입까지 피곤하게 구구단을 따라하게 한다. 다섯살 우리 아이의 경우 어느 정도 따라하다가 하품을 하기 시작, 너무나 졸리면 엄마 혼자 하라고 한다. 아직까지 구단까지 다 가본 적은 별로 없다. 교육효과? 물론 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읊는다’고 구구단을 자장가로 자꾸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구구단을 외우게 될테니까 말이다. 내가 계속 자장가로 불러준 찬송가 몇 곡을 우리 애가 때때로 흥얼거리는 걸 보면 바로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교육효과만 너무 따지다 오히려 역효과를 내면 그건 정말 곤란하다. 뭐니뭐니해도 공부는 자고로 신나는 놀이처럼 재미있게 해야 진짜 제맛이니까 말이다. 내가 이 구구단 자장가 얘기를 해주니 어떤 분이 나더러, 엄마가 저리 교육열이 높아서 벌써!, 라고 운을 떼신다. “그게 아니라 자장가가 너무 따분하니까 빨리 잠들잖아요.” 자장가만 부르면 잠들어야될 아이보다 먼저 잠이 쏟아지는 엄마들, 한번쯤 ‘구구단’ 자장가로 아니면 ‘국민교육헌장’(다 외우고 있다면)이나 ‘애국가’로 아이를 잠재워도 괜찮으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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