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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2.28 01:26

행복한 민간외교관 (3월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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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둘, 셋, 넷, 거기다 곱하기 둘하면 줄잡아도 여덟이다.  와아, 그러면 얼마나 많은 김치를 팔 수 있을까?  이러니까 꼭 ‘독장수 구구’같지만 우리의 가까운 이웃사촌(이렇게 말하면 나에게 돌 던질 사람이 아직도 있을까?) 일본사람들이 우리 한국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 은근슬쩍 나로 하여금 의기양양하게 만듬은 어쩔 수가 없다.  눈에 만약 보인다면 내 두 어깨에 빵빵하게 들어간 힘이 제법 무거울 것이다.-너무 잘난 척하면 안되는다는데…-
앞으로 한달 후에 있을 우리 교회의 바자회 광고를 도모코네 부엌 식탁에 둘러앉아 오후의 차 한잔을 함께 마시는 도모코와 그녀의 친구들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했다.  집에서 아주 맛있게 담그어 온 한국 김치를 그날 바자회에 오면 살 수 있으니 꼭 와서 사가라, 그런 기회는 드물다,  맛은 내가 보장한다, 그리고 맛있는 한국 음식을 사먹을 수도 있다, 등등 갑자기 내가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상품선전을 하는 얼굴 빤질빤질한 광고인이 다 된 것같았다.
하지만 김치를 담글 사람들의 솜씨를 내가 잘 알기때문에 미리 걱정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나중에도 또 그런 맛있는 김치를 살 수 없겠냐고 조를까봐 그게 오히려 걱정일뿐.
도모코를 통해서 알음알음 알게된 일본 사람들이 제법 되는데 한가지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한국 음식 애호가들이라는 것이다.  자기네 일본 기무치보다 한국의 김치가 훨씬 더 맛있다고 하는 이들이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어쩌면 도모코가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해서 그런 사람들만 선별해서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딱히 왜인지 모르지만 일본사람들이 우리 한국 음식이나 한국 상품을 좋아하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기분이 좋아짐은 어찌할 수가 없다.  아주 오래전 우리 선조들이 그들과의 싸움에 져서 장장 36년간의 지배하에 있었던 것을 나도 모르게 만회하고 싶은 생각이 내 속에 은연중 있어서일까?  피는 못속인다니까 말이다.
중학교때 국사를 배우면서 있었던 일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한민족을 백의민족이라고 했는데, 그 나이의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권문세력들의 당파싸움과 일제강점기가 그것이었다.  
“그럼 먼저 침략은 안하더라도, 침략을 당하기 전부터 허구헌날 당파싸움만 일삼지말고 나라의 힘을 미리미리 길러 두었다가 일단 침략을 당하면 그걸 기회로 방어 뿐만 아니라 공격까지 해서 남의 나라 땅도 좀 뺏어 좁은 국토를 좀 넓힐 일이지, 공격은 커녕 침략만 당해 싸움에 지고서는 무슨 얼어죽을 놈의 백의민족은 백의민족이라고 그래?”
이렇게 말했다가 나는 친구들에게 얼마나 따가운 눈총을 받았는지 모른다.  쟤는 참 못말리는 생각을 가진 애라고 일단락이 나긴 했었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주장했었던 갈릴레오처럼 나도 속으로는 ‘백의민족 운운은 패자의 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매번 침략만 당하지말고 한번쯤 침략도 해 볼 일이지.
언젠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가게에서 한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대했더니 나더러 일본인이냐고 물었다.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서, ‘친절’하면 바로 일본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본인들의 저력을 새삼 느껴본 적이 있었다.  
요즘처럼 지구촌이 더욱 가까워지고 더욱 빨라진 이 시대에도 우리는 가깝고도 먼나라 이웃 일본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 특히나 나라밖에 나와서 살고있는 우리들 각자가 대한민국의 민간외교관으로서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의미에서도 하루하루 삶-직장, 혹은 학업에-에  최선을 다해 살면 참 좋겠다.  진짜 외교관의 업무를 담당한다면 그 업무의 과중한 부담때문에 머리가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일상의 가뿐한 삶속에서 나라를 빛낼 수도 있다는 거, 그래서 민간외교관이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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