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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5.01 21:03
빛이 있는 곳에 (5월 1주)
조회 수 1796 추천 수 0 댓글 0
보태지도 빼지도 않은 초록빛 자연 그대로를 정말 좋아하기때문에 나는 야경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야경을 좋아하지 않으니 길거리의 현란한 네온사인-하기는 저녁 6시만 되면 식료품 수퍼마켓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는 이곳에서 광고용 옥외탑외에는 불빛이 현란한 곳도 별로 없지만-에도 그다지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고 무엇보다도 해 떨어지면 왠만해서는 밖에 나돌아다니지 않는다는 좀 고루한 생활방식을 지닌 내가 그런 것에까지 신경쓸 일이 사실은 그리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나에게 근간에 생각을 좀 바꾸게하는 일이 일어났으니 바로 늘 어둠이 있던 곳에 ‘빛’이 있어짐으로 해서 동네가 더욱 안전하고 기분좋게 변한 것이다. 천지창조시에 왜 하나님께서 ‘빛’을 제일 먼저 창조하셨는지 그리고 보시기에 좋았다,라고 하셨는지 이제야 그 심오한 뜻을 이해할 것도 같다. 아, 이 아둔함이여! 내가 사는 고층 아파트 너머로 한 두어블럭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곧 재개발로 들어갈 예정이라는 고층아파트 몇 동이 거의 비인 채로 서있었는데 사람들이 떠나가고 난 후의 휑덩그레한 빌딩은 그 자체만으로 칙칙하고 황량한 느낌을 주기에 딱 알맞았다. 특히 밤이 되어 집집마다 불이 켜져 사람 살고 있다는 표시마저 없이 깜깜한 어두움속에 묻혀 있으면 한번씩 우연히 그쪽을 쳐다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오싹 소름마저 느끼게 했다. 빌딩도 사람처럼 살아있는 것도 있고 죽은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절실히 알 수 있었다. 저 곳을 빨리 어떻게 손을 보면 좋을텐데, 괜시리 안타까운 내 맘과는 달리, 시의 행정기관에서 정해놓은 도시계획이 다 있을 터. 대낮에 보면 몇몇 깨어진 유리창들마저 보이고 해거름이 되면 우뚝한 빌딩 자체가 커다란 괴물단지라도 되는 양 보기 흉하기만 했다. 중이 절보기 싫으면 절을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나처럼 아직 다른 곳으로 이사갈 준비가 안되어있는 사람들은 그저 참는 게 약이라고 참을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여전히 환한 저녁에 아이랑 함께 근처의 공원에 갔다오는 길에 우연찮게 건너편 빌딩으로 눈길이 갔다. 고층빌딩 맨 꼭대기층에서 부드럽게 내려오는 아름다운 빛들의 선율들… … 연보라빛, 초록빛, 분홍빛, 하늘빛으로 빌딩 전체를 빙 둘러 예쁜 띠로 두르고 아래로 리본줄이 내려오듯이 멋진 빛을 뿜어내는 네온사인의 빛이 빌딩 뿐만아니라 그 근처를 화사하게 수놓고 있었다. 아, 정말… 나는 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마치 부드럽고 멋진 네온사인 불빛들이 빌딩이라는 커다란 선물상자를 아주 예쁘게 포장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쓰지않는 방의 불은 항상 끄고 물도 아끼고 절약해서 써야한다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인 나에게도 저 정도의 전력낭비는 전혀 사치가 아니라 오히려 두손들고 환영하는 바였다. 누가 그런 멋진 아이디어를 냈는지 정말 큰 박수 한번 보내주고 싶었다. 거의 죽어있다시피한 빌딩이 다시금 생기있게 다가온 것도 참 재미난 사실이다. 동네의 한 곳을 멋지게 비추는 네온사인 불빛으로 인해서 그동안 제법 멀리했었던 야경을 나도 조금씩은 즐기고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쩌면 이것도 ‘빛’으로 인해 배운 나에게는 또 하나의 소득이리라.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이 있음으로 해서 그 어둠을 물리치고 삶에 활기를 주듯이 나도 살아가면서 어디를 가든 방안을 환히 밝히는 작은 촛불처럼 너무 튀지않으면서 그러나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빛과 향기를 지닌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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