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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6.29 06:28
주워다 키우는 아이-나무 (6월 3주)
조회 수 1789 추천 수 0 댓글 0
아주 오래전 같은 학교의 동료인 일어과 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학교 정문앞에 이르니 한눈에 보아도 버림받은 게 확실한, 털도 군데군데 빠져서 정말 볼품없는 강아지 한마리가 갈 곳도 마땅히 없는지 어슬렁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나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한??남선생님(성이 ‘남’씨인 여선생님)은 방금전까지도 배가 고팠던 걸 까맣게 잊은 채 오로지 관심이 그 개에게만 쏠려버렸다. 그러고는 나에게 미안하지만 혼자 밥 먹으러 가라면서 자신은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워서 그 불쌍한 강아지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럴 때 혼자 덜렁 남겨진 날 뭐라고 해야하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그날 나는 함께 가기로 했다가 혼자 멋적게 갈 수도 없고 해서 컵라면으로 텅 빈 과사무실에서 점심을 때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 동네에 봄철이라 그런지 이사가는 집들이 자주 생긴다. 하루는 토요한국학교를 끝마치고 집에 이르니 누군가가 버려놓았는지 원래대로라면 아주 근사한 나무 하나를 쓰레기장 근처에 버려놓았다. 줄기가 양쪽으로 교차되어 하트모양을 만들어 자라던 나무였는데 한쪽은 완전히 죽어서 말라있었고 다른 한쪽 줄기만 겨우 실날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듯했다. 죽든지 말든지 그대로 쓰레기통안에 던져 버리지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오래전 그 남선생님의 강아지를 향한 마음이 아마 이러했을까? 아이에게 가방을 들게하고 그 불쌍한 나무를 낑낑대며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나역시 점심 먹는 것도 잊은 채 그 나무부터 보살피기 시작했다. 죽은 줄기는 마음이 아프지만 잘라내고 더 깨끗하고 좋은 화분에 분갈이부터 해주었다. 불쌍한 것! 곱고 가녀리게 생겼던 그 남선생님, 그렇게 남들이 버린 강아지들이 너무 불쌍해서 하나씩 둘씩 주워다 치료해서 기른 것이 집에 강아지를 일곱여덟마리까지 기르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기를 마음도 없지만, '참 이렇게 마음고운 사람도 다 있구나.'????했었던 시절이었다. 부모에게 버려진 불쌍한 아이를 돌보는 마음으로 아마 그 선생님이 버려진 강아지들을 데려다 키운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런 비슷한 마음이 내가 나무나 식물을 대할 때면 나도 모르게 생긴다. 나에게는 나무나 식물이 마치 아이같다. 우리집에서 기르는 식물들중 어떤 애들은 내가 식물을 잘 돌본대서 이곳을 떠나는 교우들이 주고간 것이고 어떤 것들은 수퍼에서 떨이로 내놓아도 영 안팔리고 있는 불쌍한 애들을 사다가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나무를 주워다 키우기는 사실 처음이어서 이 애가 잘 자라줄 것인지 영 마음이 쓰였다. 도대체 이 애안에 생명이 들어있는지 없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아무런 기척조차 없었다. 내 인내심을 시험해보려는 것이었을까? 매일 아무 일없이 지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문득 보니 살아남은 한 줄기의 몇몇 마디마디에서 아주 작은, 그래서 자세히 보지않으면 도저히 보이지않는 실날같은 연초록 잎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 살아 있었구나! 죽지않고 살아나 주었구나! 너무나 고맙고 기뻐서 내 눈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한때는 풍요와??화려함을 누리며 사랑받았던 그러나 나중에는 버림받아 내버려지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던 그 아이가 이렇게 기적처럼 살아난 것이 비단 그 아이에게만 일어난 일같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싹을 피워내기까지 어둡고 힘들고 외롭지만 그래도 참으로 의미있었던 꼭 필요한 고난의 기간이었으리라. 그 아이의 생명을 통해 나에게 삶의 산 소망을 불어넣어준 하나님의 크고 오묘하신 섭리를 다시금 느껴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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