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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09.11 22:35
그때는 몰랐었지만…(8월3주)
조회 수 1814 추천 수 0 댓글 0
아주 오래전 내가 대학에 갈 무렵, 아니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에 내가 앞으로 뭘 전공할지를 처음 선택해야했을 때-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그때는 정말 난 몰랐다. 내가 공부해놓은 걸 가지고 먼 훗날 어떻게 사용하며 살게될지를… 다만 그때 그 어린 나이의 내가 알았던 것은 집안형편상 내가 간절히 원하던 의과대학이 아니라 영문과나 수학과를 가면 집에 손 벌리지 않으며 과외를 하면서 대학을 다닐 수 있겠구나, 하는 것뿐이었다. 집안의 뒷바라지만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면 나는 의과대학에 가서 신경정신과-지금 생각하면 안가길 참 잘한 것같다. 정신 아픈 사람들만 상대하다보면 나도 같이 정신이 아파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나 정형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찌어찌하다보니 여상을 다니게 되고 그나마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 그리고 공부한 영문학. 물론 중학교 1학년때부터 좋아한 영어였지만 인문계에서 공부하지않은 나는 대학과정중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었는지 모른다. 가끔씩 삶이 고달프거나 힘들어질 때마다 왜 하나님께서는 공부 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남들처럼 편하게 특히나 경제적으로 불편하지않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주시지않고 어렵게 어렵게 하는 길을 주셨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지금 돌이켜 그때를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는 때를 따라 돕는 손길들을 늘 내게 붙여주셨고, 돈이 많고 편하지 못한 대신에 항상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신체와 건강한 정신을 주셨고, 어렵고 힘들게 살면서 공부하다보니 새벽기도에도 열심히 나가게 되었고 나보다 형편이 더 못한 주위의 이웃들에 대한 관심도 가질 수 있게 해주셨다. 영문학 전공자로서 영어를 쓰는 나라에 와서 살게 되면서 내가 그토록 애써서 공부했던 영어를 써먹을 일이 영 없겠구나 싶어서 조금 서글픈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어떤 분이 불문학을 전공한 한국사람이 프랑스에서는 전공 살려서 할 일이 별로 없다고 말을 해서 그 말이 영문학을 전공한 내가 영어권 나라에서 사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닌 것같아 괜히 마음만 울적하고 쓸쓸해졌다. 하지만 뭐든 다 열심히 해두면 쓸모가 있다는 옛말처럼 과연 하나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것처럼 또한 그렇게 공부한 것들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미리 예비해놓으셨던 것이다. 나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하나님도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는 걸 싫어하시는 모양이다. 내 힘과 능력으로는 물론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날마다 나는 크신 하나님을 의지하여 통역이 필요한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닌다. 부족한 나를 들어 사용하여 주시고 나를 일종의 다리 역할로 쓰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볼 때에 나는 감히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내게 있어서 제일 큰 약점은 내가 길눈이 영 까막눈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분은 이런 나에게, 아이구 그 머리 가지고 공부는 어찌 했을꼬? 하면서 놀리곤 한다. 그래서 일하러 가기 전마다 나는 내 입술의 언어와 발음은 물론이거니와 통역하러 갈 장소를 헤매지않고 약속시간 전까지 잘 찾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필요한 경우에는 돕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십사고 기도를 늘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통역할 때는 그런대로 괜찮은(?) 내 영어가 내 사적인 일을 볼 때에는 버벅거려지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다음부터는 공과 사를 막론하고 주님께서 내 입술의 발음과 언어를 주장해주시라고 기도해야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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