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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7.11.23 10:29
잡고 잡고 또 잡고 (11월 1주)
조회 수 2500 추천 수 0 댓글 0
시대가 발달해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나는 시대가 발달해서 요즘같은 세상에 도대체 누가 머리에 이가 있겠나 하면서 아이 학교에서 가끔씩 '머리이'에 대한 경고 비슷한 내용을 써서 보내면 한마디로 코웃음을 치곤 했었다. 세상에 요즘처럼 위생관념이 철저해진 시대에 이는 무슨 이? 그리고 어떤 칠칠치못한 엄마가 있어 자기 아이 머리에 이가 생기도록 수수방관한단 말인가? 그런데 남의 말 함부로 할 것 아니었다. 내가 바로 그런 칠칠치못한 엄마중 하나였고 내가 바로 빵점엄마였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서 평소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등을 긁어달라길래 애가 점점 커가면서 제 아빠를 꼭 닮아서 늙은 영감마냥 등긁어달라는 걸 좋아하는지 엄마도 피곤하다고 투박을 주면서 긁어주기만 했다. 그러다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효자손, 차이나타운 가까이 사시는 분에게 부탁하여 대나무로 된 효자손을 아이 손에 쥐어 주었다. 아, 시원해! 아이치고는 참 별난 아이다, 우리 아이가. 이 아이가 한날은 나에게, “엄마 내 머리에 미찌가 있어.” 하는 말만 내가 새겨들었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을… “애는, 미찌는 머리에 있을 수가 없어. 그런 이상한 소리 하지말고 잠이나 자!” 하고 일축해버렸던 나였다. 목사님댁에 갔을 때 단정한 머리를 좋아하는 사모님이 내가 먼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아이 머리를 깍아주시겠다고 하셨다. 왠만한 이발사나 내 개인적 취향으로 이곳의 미용사보다 훨씬 더 멋지게 머리를 깍아주시는 사모님 솜씨는 미안함을 무릅쓰고서도 거절할 수가 없다. 아이 머리를 한참동안 쓱쓱 깍으시던 사모님이, “애 머리에 이가 있어요.” “네에?” 머리를 깍는 동안에 이들이 잘려나가는 머리에 딸려나가고 있단다. 아니 어찌하여 이런 일이… 쥐구멍이라고 있으면 정말 찾아 숨고싶을 지경이었다. 아이고 이런 우사가 다 있다니? 나는 그동안 애엄마가 되어 그런 것도 모르고 뭘 했을까? 나야말로 빵점엄마가 따로 없구나 싶었다. “아, 그래서 저애가 며칠전에 제 머리에 미찌가 있다고 했나보네요.” 사모님이 머리를 깍으면서 발견하지 않았으면 사태는 더 악화될 지경이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애 머리를 감기고 온머리를 샅샅이 뒤져서 이를 잡기 시작했다. 눈에 보일듯 말듯하지만 잡아 놓고 보면 새까맣고 통통한 그래서 손톱으로 누르면 '똑' 소리를 내면서 배가 터지는 서캐부터 시작해서 새빨간 피가 터져나오는 아주 시커먼 뚝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이를 많이 잡았는지 모른다. 예전 어릴 적 시골에서 햇볕 따뜻한 날 엄마 무릎에 누워서 이를 잡던 추억이 떠올라 나를 배시시 웃게 만들었다. 나도 똑같은 일을 다만 시간과 공간이 다른 곳에서 어린 아들에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또다시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추억인데… 그래도 엄마 무릎 베고 새근새근 잠든 아이에게는 이게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겠지.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잡고, 잡고, 또 잡고, 아무리 해도 이 잡는 일이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일망타진을 할 요량으로 GP(일반의)에게 가서 약을 받아와 고약한 약 뿌리는 작업을 했다. 나중에 초등학생이 있는 몇몇 아는 이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사실은 우리애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다들 아이들 머릿니때문에 남들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전전긍긍 창피스러워 혼났다는 고백부터 시작하여 이 잡았다는 얘기까지 술술 흘러나왔다. 괜히 나만 빵점엄마인줄 알았었는데 다행이라면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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