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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01.17 23:47

윗물이 맑으면, (1월2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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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명문 사립도 아니고 그냥 이곳 스코틀랜드에서 흔한 공립학교인데 나에게는 이 학교가 여느 명문사립학교 못지않게 아주 괜찮은 학교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정말 특별한 이유가 하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윗물부터 맑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연말에도 역시 예년처럼 이 학교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갓 입학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는 1학년 아이들은 자기들 가슴팍보다 더 커다란 그래서 고사리같은 두 손으로 꼭 안아야 들고갈 수 있는 성탄 선물을 하나씩 자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아다가 자기 부모님들께 안겨주었다.
2학년인 우리 아이는 두명의 담임선생님들의 공동사인이 들어간 코믹하고 귀여운 성탄카드를 받아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이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이 이 학교의 제일 어른이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그것도 그분의 친필사인이 들어있는 성탄카드를 하나씩 다 받았다는 것이다.  
내 평생에 자기네 학교에 다니는 전교생들에게 성탄 카드를 써서 나눠주는 교장선생님은 정말 처음 보았다.
1학년에서 7학년까지 한 학년에 한 반씩 뿐이라서 망정이지, 성이 아주 긴 그 선생님 서명하시느라 얼마나 손목이 아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래서도 내가 그 여교장선생님을 정말 존경해마지않을 수가 없다.
때로는 자상한 엄마처럼, 때로는 괄괄한 여장부처럼 교육을 위해 또 학교 행정을 위해 힘써서 열심히 일하시는 그분으로부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온 인생의 대선배들에게서나 맡을 수 있는 삶의 진한 향기를 엿볼 수가 있어 좋다.
이렇게 윗물이 맑은 학교에, 내리사랑이 곳곳에서 실천되어지는 학교에  우리 아이를 맡겼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흔히들 우리는 '내리사랑'을 얘기하곤 한다.  
보통 부모-자식간에 생겨나는 혈연적인 사랑이 바로 그 내리사랑의 전형이리라.  
그런데 이 내리사랑이 '시'자가 붙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로 가면 '내리사랑'이라기보다는 '웃어른께 (군말없이)복종'하기가 되어버린다.
따지고보면 새며느리도 자식이라면 자식인데 이 새자식에게는 왜 푹푹 내리사랑을 주려하지않고 집안의 가풍이니 뭐니 하는 그럴싸한 이유들을 붙여 부려먹으려고만 하는 시어머니들이 많은지?  
(딸랑 아들 하나 있는 나도 장차 시어머니가 안되리라는 법이 없는데, 도대체 나는 누구 편을 들고 있나?  약간 맛이 갔군!)
이래서 많은 대한의 며느리들이 시금치가 몸에 좋다는 걸 이성적으로 알면서도 '시'자가 들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감정적으로는 기피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젊은 분이 아들만 둘 있는 집의 둘째아들과 큰아들보다 먼저 결혼을 했는데 딸없는 그 댁에서는 처음 맞는 며느리인지라 정말 딸처럼 귀한 대우를 받았단다.  
아침에도 부지런하신 시어머니께서 먼저 일어나 밥해서 늦잠 잔 며느리 밥 차려먹이고…  
가끔씩 자기남편이 자기 어머니는 부엌에서 일하시고 계시는데 며느리는 따뜻한 방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면, “당신 정말 이 집 며느리 맞아?”하면서 놀리곤 하더란다.  
그 젊은 분은 자기 어머니(사실은 시어머니인데 예사로 '어머니'라고 불러서 나도 처음에는 친정 어머니인줄 알고 무지 헷갈렸다)를 정말 존경하고 좋아했다.
그 '존경'은 며늘아기에게 무조건 복종하라고 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웃어른인 시어머니 그분께서 몸소 보이신 사랑과 모본을 통해서 얻어진 정말 귀한 존경이었다.  
웃어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특히나 윗물이 맑은 웃어른 역할을 하려면 평소부터 늘 자신을 살피고 나이어린 사람들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일을 삶속에서 실천하고 살아야 그것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리사랑이 되어 생활속에서 흘러나올 것이다.
나는 우리애가 제 학교에서 이런 귀한 사랑과 베품의 정신들을 잘 배우고 익혔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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