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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04.17 00:55

생일을 맞는 아이에게 (4월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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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영신(영국,Glasgow거주)

“엄마, 나만 따라와봐!”
“왜?”
“그냥 나만 따라와봐, 내가 숏컷(지름길) 찾았어.”
어린이 케어센터에 가기 시작한지 이틀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  ‘설마’하면서도 아이가 하자는 대로 따라하면서도 정말 이 애가 지름길을 찾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드는 건 사실이었다.  평소대로 큰 테스코(Tesco, 영국의 큰 수퍼마켓중 하나)를 다 지나서 아이가 큰 길에서 옆으로 꺽어들었다.  
정말 지름길이었다.  주택가를 사이에 둔, 그래서 차들이 생생 달리는 큰 도로와는 비교할 수없이 조용한 길이기도 했다.  이런 지름길을 이제 일곱살 난 아이가 어떻게 알아냈을까?  참 신기했다.
“엄마, 나한테 뭐라고 말해?”
나는 짐짓 아이가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뻔히 다 알면서도 시침을 뚝 떼고 되물었다.
“뭐?”
“나한테 뭐라고 말해?”
“감사!”
“또 뭐라고 말해?”
‘야, 이놈이 참 지름길 한번 찾았다고 엄청 으스대는구나’싶어 속으로는 좀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
“엄마, 나한테 뭐라고 말해?”
“너, 또이또이(똑똑)하다고.”
그제서야 내 대답들이 제마음에 차는지 씨익 웃는다.  이제는 다 끝났는가 싶었는데 덧붙이기를,
“엄마, 내가 아주 프라우드 오브(자랑스럽지-여기서부터는 애의 한국말이 아직 짧은 게 표나기 시작한다)하지?”
이럴 때 이렇게 말하는 애가 아들이 며느리라면 너무 잘난 체하는 게 좀 얄미울 것같다.  내가 벌써 ‘시’자 붙은 어른티를 내는 건가?  나이가 어리니까 내가 아들에게 봐준다.
“응, 그런데 너 어떻게 이 길이 지름길인 거 알았니?”
“엄마, 저 앞에 까만 차 보이지?  거기서 보면 우리동네 빌딩들이 보여!”
아닌게 아니라 그자리에서 가만 뒤돌아보니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빌딩들이 내 눈에 확 들어온다.  
내가 아는 한 친구의 남편은 그 집에 자가용이 두대나 있으면서도 아이들은 어릴 때 걸어다녀야 다리도 튼튼해지고 학교와 집주변의 지리도 익히고 지름길 찾는 법도 터득한다면서 가끔씩은 아이들을 등교시간에 차로 태워다주는 대신 걸어가게 한단다.  우리 아이도 어쩌면 걸어다니면서 길에는 젬병인 제 엄마와는 달리 어디가 지름길인지 나름대로 파악을 했었나보다.  이런 건 거의 정박아 수준-한번 다니는 길로만 다니는-에 가까운 제 엄마를 닮지않아서 참 감사한 일이다.  
오늘로서 일곱살-미운 일곱살이라고 윗앞니 2개가 몽땅 빠지고 나니 정말 못생겨보인다, 큭큭-이 되는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지혜도 자라고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도 터득하고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을 피부색이나 재물의 있고없음, 배우고 못배운 걸 다 떠나서 이 세상에 하나님이 주신 귀한 생명을 지닌 한사람한사람으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자라나길 바라마지않는다.  
날마다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가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선물타령을 해서 내가 물었다.
“너 생일인데, 누구한테 감사해?”
“하나님, 그리고 엄마!”
죽을 각오(사실은 안했었지만, 네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얼마나 천방지축 까불었으면 탯줄이 목에 한번 감겼겠나? 엄포를 놓느라고 이렇게 말해놨다)를 하고 내 배를 가르고 태어나게 해준 보람이 있는 날이었다.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지혜를 하나님께서 내게 부여해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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