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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06.19 01:30

호사스러움이 뭐길래?(6월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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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자난(Janan)과 내가 서로 알게된 지 2년여가 다 되어간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지인을 통해 내가 얼마나 관찰력이 부족한지 알게되었다.  내 아는 사람은 그녀를 딱 하루 그것도 잠시잠간 봤는데도 그녀가 롤렉스 시계를 찼더라며 아주 잘사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뭐, 롤렉스 시계?  나도 그 시계가 비싸다는 것정도는 알고 있지만, 내 눈이 장식용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다 똑같은 눈을 가졌는데도 남의 눈에 보이는 그것이 왜 내 눈에는 보이지 않을까? 그게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자난과 단 한시간이 아니라 그녀의 집에도 여러번 가봤고 가끔씩 시간이 맞으면 같이 모닝커피도 마시고 함께 시간을 보낸 걸로 따지자면 정말 비교가 안될 정도인데 내가 그런 방면에 정말 젬병인 모양이다.  
사실 나는 자난이 아주 깔끔하고-너무 깔끔을 떨어서 가끔씩 내가 그러지 말라고 한다-그 남편이 사업을 하며 열심히 일을 하고 그래서 그 가족이 살만큼은 살 정도라는 것만 알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자난은 자기가 아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에는 항상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my best friend)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속으로 나는, 참 이럴 때 내가 박쥐가 될 수도 없고 어떡해야 하나?  도모코도 나를 자기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하는데…어떻게 처신해야 될까 난감하다.
자난이 자기 아들 옷을 살 때는 꼭 우리 애 옷도 함께 사서 내게 전해주곤 한다.  나는 자꾸 선물을 받으면 부담스러우니까 그러지 말라고 해도 자기에게는 우리 아들도 자기 아들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너무 얌전하고 약했던 자기 아들에게 늘 마음이 조마조마 했던지라 자난은 우리 아들이 하는 원숭이처럼 담장을 올라타는 일이나 담장에서 겁없이 펄쩍 뛰어내리는 일이나 하여간 우리 아이의 모든 개구장이 짓을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저게 바로 사내아이지, 쟤가 바로 내 아들이야, 외치면서 엄청 좋아라한다.  모하메드도 우리 애가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이므로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가끔씩 겁에 질려하면서도 우리 애 하는 걸 조금씩 따라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우리 애가 손을 잡아 주거나 그애 엉덩이를 받쳐들어주다가 나중에 저 혼자서도 잘 하게되면 제 엄마랑 나에게 한번 보라면서 제가 할 수 있게된 것을 무슨 묘기라도 보여주는 양 의기양양하게 해보인다.  우리 애와 그녀의 아들의 우정이 깊어지면서 자난과 나사이도 점점 그 우정의 깊이가 더해져가는 듯하다.  
자난은 내가 일때문에 아이 하교시간에 조금 늦어지면 언제나 내가 갈 때까지 우리애를 안전히 지켜주는 참 고마운 친구이다.  나에게는 그녀의 그런 고운 마음씀씀이가 다른 그 어떤 것보다 더 어여쁘고, 그래서 그녀가 어떤 명품 브랜드로 치장을 하고 다니는지도 몰랐고 사실은 아예 그런 데에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옳다.   하긴 내가 자난의 호화로움에 기가 질렸다면 결코 그녀랑 친구가 되지못했을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호화스러움에도 기가 죽지않는 단 한가지 이유는 내게 아주 든든한 빽-주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난 다음날 농담삼아 자난에게 말을 건넸다.
“자난, 너 이제껏 롤렉스 시계 차고 다녔었니?  그런 명품을 몰라봐서 미안하다야.  큭큭큭.  네가 그렇게 부잣집 여자인줄 알았으면 너랑 친구 안할건데…”
“오, 이런 맙소사!”
내 글씨체를 보고 반해서 나를 더 좋아하게된 자난, 내가 열심히 일하는 걸 볼 때마다 자기 마음이 떨린다는 그녀.  그래서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호화롭고 멋진 치장을 넘어서 그 속에 깃든 곱고 사려깊은 마음.
호사스러움이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나도 가끔씩 호사를 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집에 누가 찾아올 사람이 없어도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꽃병에 꽂을 꽃을 한다발 사들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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