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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08.17 21:02
스코틀랜드 사랑 (8월3주)
조회 수 2716 추천 수 0 댓글 0
오늘은 내가 살고있는 이곳 스코틀랜드에 대한 자랑거리를 좀 얘기해야겠다. 예부터 내려오는 얘기에 자기 가족자랑하고 집안자랑하는 사람을 팔불출로 여긴다는 걸 나도 익히 알고 있지만, 대영제국-이렇게 일컫는 건 꼭 사대주의 냄새가 풍기는 듯해서 진짜 싫지만, U.K.를 달리 따로 부를 적절한 말이 없다-에서 영국(England)에도 살아보았고 지금은 스코틀랜드(Scotland)에서 살고있음으로 그 차이를 느껴본 소감 정도로 여겨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 스코틀랜드에 살면서 처음에는 내가 원래 이곳 출신이 아니라서 잘 몰랐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스코틀랜드인들이 자기들 나름대로의 민족의식이 제법 강하고 또한 거기에 걸맞는 자부심도 은근히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이걸 깨닫기까지 약 4년여 걸린 셈이다. 돌머리인가? 요즘은 나처럼 민족과 인종이 다른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어 오는 바람에 굳이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을 기를 쓰고 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지만, 이곳 본토박이 스코틀랜드인들은 대게 그걸 원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이민자들은 이 나라의 오래전 영국과의 역사속 얘기들-멜 깁슨 주연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를 본 사람들이라면 조금 이해가 갈 것이다-까지 깊은 관심을 가질 정도로 삶이 한가하지만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음식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는 한 스코틀랜드인이 있다. 태권도 유단자이기까지 한 그는 한국에서 어린이들에게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게 소원이랬다. 그 꿈을 위해서였는지 그는 한국학교에 와서 한국어 공부도 제법 하였다. 그가 한국에 갔었을 때 그때가 아마도 광복절이었던 모양이었다. 서울의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머물렀던 그가 한날은 밖을 내다보니 이집저집 다들 태극기로 일색이었단다. 이웃집 사람에게 물어보니 한국이 독립을 맞은 날이어서 태극기를 달았다고 알려주길래 자기만 혼자 빠질 수 없다 싶어서 즉시 집안에 들어가 태극기와 스코틀랜드 국기를 꺼내서 베란다 양쪽에 하나씩 나란히 달았다고 한다. 태극기 일색의 아파트촌에서 스코틀랜드 국기라니… 자기 이웃들이 정말 웃기는 사람이라고 막 놀려댔었지만,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서 달았단다. 그가 한국학교에 와서 그 얘기를 내게 해주었을 때 그 극성을 괜히 조금 골려주고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물었다. “그럼, 당신은 국수주의자란 말인가요?” 그랬더니 대번에 정색을 하고 돌아오는 답이 이랬다. “국수주의자가 아니라 민족주의자이지요.” 영국인으로 싸잡아서 불리워지는 걸 극히 싫어하고 스코틀랜드인으로 당당하게 불리워지길 원하는 T, 그를 통해 스코틀랜드인의 한 전형을 보는 듯했다. 투박하고 차가운 듯하면서도 그러나 그 속에 따뜻한 정이 숨어있는 스코틀랜드 사람들, 말이 너무 빠르고 억양이 강해서 처음에는 귀를 쫑긋 하지않으면 알아듣기가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그 속에 깃든 친근함에 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한다. 시내버스를 오르고 내릴 때 바쁜 와중에도 꼭 운전기사에게 ‘감사합니다, 기사양반!’하고 인사를 빼놓지않는 정겨운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게다가 이곳 스코틀랜드에는 영국에서는 가정에서 전혀 맛볼 수 없는 아주 신선한 물이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이유도 있겠지만, 영국도 비가 많이 오기는 마찬가지인데 이곳의 물이 더욱 좋은 것은 아마도 천연적인 혜택이 아닐까 싶다. 영국에서는 그 억센 물맛으로 인해 늘 식수를 병째로 사 마셔야 했었는데 여기서는 굳이 그리할 필요가 없다. 스코틀랜드의 물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물론 각 가정으로 공급되는 물이 공짜는 아니지만-이곳 상하수도 요금이 제법이다-‘스코티쉬 워터(Scottish Water)’는 늘 좋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의 공익광고를 보니 한시간에 무려 40여번의 여과를 거친다고 한다. 그런데 물이 좋아서일까? 다 좋은데 한가지 흠이라면 이곳 스코틀랜드인들은 술을 너무 즐겨 해서 탈이다. 술 마시고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주태백이를 상징하는 빨간 코를 달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무나 보고 ‘하이야’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보면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해진다. 우리 옛말에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없더라’고 그 말이 꼭 맘에 맞는 배우자를 고를 때만 적용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이제는 스코틀랜드가 좋다.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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