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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8.10.06 00:57

즐거운 신문배달

조회 수 2353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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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신문배달
최 영신 (영국, Glasgow거주)

신문배달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는 예전에 미처 몰랐다.  이러니까 꼭 무슨 신파조의 얘기같다.  주는 사람은 주어서 기쁘고 받는 사람은 받아서 즐겁고, 이래서 사람들끼리 선물을 주고받고하는 걸 즐기는 모양이다.  나이 마흔이 넘은 사람더러, ‘신문배달 소녀’라 하기에는 조금 쑥스럽고 그래서 ‘신문배달 아줌마’가 되어 한인추석모임에 오시는 이분 저분들에게 아직 잉크도 다 마르지않은 신문을 두부씩 나눠주다보니 얼떨결에 ‘배달의 기수’가 되어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젊어서 못해본 신문배달(?)을 지금에야 해본다.  
어떤 젊은 분이 한 날은 나더러, 보상이 없더라도 계속 좋은 글 쓰세요.  집사님 글은 뭐랄까요, 중간에 막힘이 없이 술술 잘 내려가져요, 하면서 격려를 해준다.  내게 있어 요즈음 매주 글 쓰는 보상이라면 바로 신문을 받아들고 즐거워하는 분들에게 신문을 배달하는 기쁨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에는 원고료 있는 곳에만 글을 보내곤 했었는데, 원고료는 나 한사람 잠시잠간 지갑 채우는 기쁨은 주는 반면에, 지금처럼 이렇게 한글신문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두루 행복하게 해주는 일까지는 해내지 못했다.  그 누가 말했더라?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사욕쯤은 버리라고…  
다른 한편, 한글신문을 읽으면서 때로 킥킥킥 웃어대는 엄마를 몹시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그러니까 너도 한글을 열심히 배워야 하는 거(여기서 내 사욕이 드러나고 만다)야.  그러면 엄마처럼 너도 한글을 읽으면서 우스운 게 나오면 실컷 웃을 수도 있으니까, 하면서 으시대며 폼잡을 수도 있어 좋다.  내가 엄마 맞나?  자기 모국어 좀 잘한다고 어린 아들에게 뻐기다니…  
때로 어린 아이가 알아도 지장없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신문 내용들은 내가 쉬운 말로 풀어서 얘기해주기도 한다.  아직 혼자서 한글신문을 술술 읽어내려갈 수 없는 일곱살 난 아이에게는 특별한 신문배달 서비스를 해주는 셈이다.  지난 ‘유로저널’에 실린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의 한 이야기-제목:불가능한 임무-일명 ‘똥침 이야기’는 개구장이 우리 애가 하도 좋아하는 바람에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몇번이나 내가 얘기를 각색해서 해줬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말이야, 공중목욕탕에서 다들 발가벗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를 잡고 싸움을 말리겠어?  그렇다고 머리 끄덩이 잡고 싸우는 아줌마들 쭈쭈(젖가슴-우리 애랑 나만 쓰는 은어이다)를 잡겠어?  아니면 빵덩이(엉덩이)를 잡겠어?  
그러면 우리 애는 입을 틀어막고 죽는다고 웃어댔다.  얘기를 다 해준 후에는 꼭 그 싸움이 누구 때문에 생겼느냐고 묻곤 했었다.  그 아이!  사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나는 우리 애에게 네가 만일 그런 일을 저지른다면, 너는 진짜 얄짜 없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사람들이 다들 과학의 발달, 첨단기술의 혁신 어쩌고저쩌고 해도 모든 문명의 발달 그 기저에는 때로 공학도들이 ‘말장난’이라고 놀리는 이렇게 언어를 사용하는 부분이 밑바침이 되어주어야먄 그 발달이 가능해진다.  모든 지식이든 기술이든 혹은 첨단과학이든 그 안에 씌여진 언어를 통해서 이해되어지고 실행되어지고 또한 전수되어지기 때문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도 바로 이 ‘말씀’ 즉 말(언어)로써 창조하신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평상시에 아주 당연하게 여기며 사용하는 언어가 의사표현의 수단을 넘어 또한 창조의 도구라는 걸 깨닫게 된다.  바로 이러한 사명때문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보전달의 기수로서 사랑받고있는, 신문도 존재하지않나 생각되어진다.  신문배달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틈에 이렇게 삼천리로 빠져서 오늘은 좀 제법 무게(!)있는  얘기가 흘러나와버렸다.  아이구, 힘들어!
추석한인모임에 오랫만에 와서 누군가는 신문을 받아들고 안그래도 정보가 필요한 참이었는데 너무 잘됐다고 좋아라했다.  그걸 보는 나도 기뻤다.  이번 추석에는 그 젊은 친구를 통해서 내가 개그계에 나가도 되겠다는 정말 재미있는 얘기도 듣게 되었다.  하긴 내가 광대처럼 무대에 나서서 웃기지는 않지만, 글로서는 좀 웃길 수도 있지않은가?  그날 별 생각없이 나온 개그들을 여기에 한번 옮겨본다.  한번 웃어보자고, 안웃는 사람, 아 정말 질기군!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개그1) 음식을 나눠주는 테이블 앞에서,  
아무개: (한인들이 모인 홀안을 눈으로 쭈욱 둘러보며) 이번 추석에는 사람이 없네요, 사람이…
나: (그네에게 눈을 좀 치켜뜨며) 아니, 바로 옆에 있는 나는 사람으로 안보여요?
개그2) 식후 커피를 나랑 함께 타면서,
아무개: 이젠 글라스고를 뜰 거예요.
나: 자기 날씬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막 뜨다가는 팍 떨어져지.
이 개그를 빛내준 이쁜 승원엄마, 어딨어요?  ‘유로저널’ 신문이 기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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