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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2.11 05:11

나눔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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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날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난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들 학교에서 얼굴 보고 얘기 나눴는데 무슨 일일까 하면서 전화를 받으니 평소와는 달리 자난이 몹시 격앙된 목소리로, 어떻게 사람들이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마음 좀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얘기해보라고 하니까 그날 나와 도모코를 거쳐서 얻어들은 정보를 가지고 막내딸의 발레 레슨 교실을 찾으니 이미 거기에 다니고 있었던 유미(한국 이름같지만 일본산이다)엄마가 자기를 보고 깜짝 놀래더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기들만 아니 자기 아이들 잇속만 차리고 필요한 정보를 좀 나누지않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 자난은 마음이 아주 상했던 모양이었다.  
그래, 그렇다고 어쩔거야?  그게 사람들 인심인데…  다른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안나누어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나는 이런저런 정보 생기면 언제나 너랑 같이 나누잖아.  그러니까 마음 풀어.
엄청 화난 아이를 살살 달래듯이 자난의 격앙된 목소리가 누그러지자 다음날 보자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우리 아이와 자난네 아들 모하메드를 위해서 알맞은 축구교실을 찾고 있을 때 우리 아이보다 한학년 낮은 리엄의 엄마를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게되었다.  리엄네와는 종종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게 되는데 아이들의 학교가 같아서 엄마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종종 나누다가 사람좋은 리엄 엄마가 축구를 할 수 있는 자기 아들이 다니는 비버 클럽을 소개해주기에 이르렀다.  아이들은 축구교실이라 생각하고 완전 축구복장을 하고 찾아간 그곳에서 첫날 축구는 안했지만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든지 앞으로도 계속 다닐 거라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또래의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클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들이 정말 깜짝 놀란 것은 그곳에서 아이들의 동급생들을 몇명이나 만났는지 모른다.  세상에 이럴 수가?  다들 우리가 어떻게 그 꼭꼭 숨어있는듯한 곳가지 찾아왔는지 놀래는 눈치였다.  다음날 자난은 자기 남편의 말을 빌어 그곳에 백인 아이들 일색으로 다니는 곳에 자기 아이가 끼여서 나중에 군대나 가려고 하면 어쩌냐면서 계속 보낼까 말까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사실 모하메드는 얼굴이 너무 하얗다못해 창백해서 탈이다.  뭐라구? 그러니까 백인 아이들만 있는 그곳에 우리 아이들이 기분좋게 침략(?)을 해야지, 처음부터 미리 겁먹고 나가떨어질 필요까지 있겠어, 싫으면 그 아이들이 퇴장하겠지.  일단 아이들이 담당하는 어른들의 지도하에 건전하게 놀면서 사회성도 익힐 수 있을테니까 한번 보내보자.  이럴 때는 내가 언니라는 점이 유리하다.  자난이 나를 잘 따르기 때문이다.
리엄 엄마가 우리 아이가 그 클럽을 좋아하드냐고 물어서 나는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또 그 정보를 나에게 나눠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놀라운 것은 거기에 우리 애랑 같은 반 애들이 제법 있었는데, 동급생이 아니라 하급생 아이의 엄마를 통해 정보를 얻게된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랬더니 리엄 엄마는 그럼 왜 진작 물어보지않았느냐고 되묻는다.  그런 정보가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도대체 누굴 붙들고 묻겠느냐고 했더니 수긍이 가는지 머리를 끄덕인다.  
딸은 없지만 나는 자난이 자기 딸들을 위해 뭔가 정보가 필요하면 내가 친하게 지내는 도모코나 리엄 엄마를 통해서 알아봐주기도 한다.  그 둘 다 아들 딸을 각각 하나씩 두고 있기 때문에 아들만 하나 둔 나보다는 딸들의 필요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까닭이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도 괜찮다.  정보를 나누는 것도 일종의 나눔이라서 그런지 함께 나누는 기쁨도 제법이다.  
우리집 거실 한켠에 눈이 오는 이 겨울, 철 모르는 해바라기들이 그 샛노란 빛을 발산하며 거실을 밝고 산뜻하게 만들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 맘같거니 했다가 맘이 씁쓸해진 자난에게, 그래도 넌 뭐든지 먼저 알면 너랑 함께 나누는 내가 있잖아! 했더니 자기도 나랑 함께 나눌 게 있다며 차 트렁크 문을 열더니 자기 집에 장식하려고 샀던 세다발의 꽃중에서 싫다는데도 기어코 한다발을 내게 건네주었는데 그게 바로 해바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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