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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4.1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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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하나 드세요.”
하면서 아들이 하교시간에 마중 나간 내 손에 내민 것은 작은 자두 알 하나였다.  
그 마음씀씀이가 기특해서 바로 먹지는 않고 손에 쥐고 있는데 아이를 보니 길을 걸으면서 계속해서 자두를 한 알 또 한 알 먹고 있는 게 아닌가? 가만 보니 바지 호주머니도 조금 불룩해보이는 걸 보니 거기도 자두가 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애, 너 도대체 자두를 몇 알이나 들고 왔니?”
“어, 여섯 개요.”
“너 혼자 그렇게 많이 들고와도 되니?”
“뭐, 먹지 말라는 법도 없어요.”
뭐라구?  세상에 어쩌면 나한테 저런 아이가 태어났을까?  한마디로 선생님들의 애제자,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애완동물(?)쯤 되었던 나는 항상 모범생 수준의 행동범위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또한 집에서도 뭐가 먹고 싶다거나 갖고 싶어도 큰 딸로 태어난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성정 자체가 용감하질 못해서 그랬는지 엄마에게도 막 뭐 사달라고 조르지도 못하고 엄마가 장날 사준 옷이 내 마음에 썩 들지않아도 다른 걸로 바꿔달라는 요구같은 건 아예 상상조차 하질 못했었다.  
엄마는 예쁜 리본이나 프릴이 달린 옷으로 바꿔 사달라고 졸라대는 내 동생을, 아이가 까탈스럽다고 눈을 살짝 흘기면서도 엄마 친구들에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걸 보면 그걸 그리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였었다.  
자기 주장이 전혀 없는 숫기없는 나보다는 그래도 자기 주장이 또렷한 동생이 어쩌면 더 똑똑하고 듬직해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골에서 오일장마다 서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 단감 자판대를 보면서 입안으로 고이는 침도 엄청 많았었건만 나는 한번도 엄마를 졸라 그 감을 사달라고 투정을 부려본 적이 없었다.
우리 아이는 이런 점에서 나 어릴 때와는 정반대이다. 한번은 학교에서 무슨 기금 모으기 행사가 있어서 그날 아침 아이에게 쓸 돈을 주었어야 했는데 일 나가느라 깜박 잊고 미처 챙기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날 하교시간에 보니 아이들마다 학교에서 산 작은 화분이며 사탕 등등을 손에 손에 들고 나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날이 바로 그날이었음을 기억한 내가 아이에게 너는 쓸 돈이 없었는데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잠시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하기를 자판대 하나에 다가가서, 저는 돈은 없는데 이게 좀 먹고 싶어요, 라고 하니까 그 자판대를 맡은 엄마가, 알았어, 자 빨리 받아, 하면서 자기가 먹고싶은 사탕을 돈도 받지 않고 한 웅큼 챙겨주셨다고 한다.  
하기는 어떤 학부모가 자신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인데 그렇게 말하는 아이에게 감히 거절을 하겠는가? 야, 참 애는 변죽도 좋다, 녀석이 어딜 가도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나는 속으로 웃음을 지을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것만 있는 것같지만 또 어떤 때는 닮은 꼴도 좀 있다.  그 하나가 바로 글씨인데 담임 선생님 말에 의하면 아이의 글씨가 아주 단정하고 깨끗하다고 한다.
“엄마, 나는 글씨 깔끔하게 쓰는 게 엄마랑 닮았지?”
“그래.”
흠이라면 글씨를 너무 깨끗이 쓰면 쓰는 속도가 느려지고 또 좀 빨리 하라고 하면 글씨가 지렁이체인지 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날림으로 써서 문제이다.  
글씨를 깨끗이 쓰되, 가속도가 붙으면 좋으련만…
아이가 너무 개구장이라 걱정하면 또 어떤 엄마들은 자기 아이들이 너무 수줍고 얌전해서 어딜 가나 도대체 자기 먹을 거는 제대로 챙겨 먹기나 하는지 걱정이라며 어릴 때는 차라리 개구장이라도 용감하게 제 먹을 것, 놀 것 챙길 줄 아는 것이 부모 걱정을 한시름 덜어주는 것이라고 위로를 한다.  
자녀들의 초등학교 과정을 이미 다 끝낸 내 또래의 어떤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사실 보통의 부모들에게는 지극히 정상인데 범생이(모범생을 이렇게 줄여서 부르는 모양)엄마에게만 아주 별나게 보이는 거라고 입을 모은다.  
닮은 꼴, 다른 꼴 서로 섞였지만 자라는 이 아이가 건강하고 바르게 사고하는, 신실한 믿음의 사람으로 성장해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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