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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4.29 02:01

김치광고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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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아는 분이 얼마 전에 김치 사업을 시작하였다.  
다들 개업인사를 한다고 김치를 사는데, 나는 바로 제품을 사주는 인사치레를 하지않고 그냥 좀 기다리기로 했다.  
무슨 사업이든 처음 시작하면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거칠테니까 비지니스 하는 분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같은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 일이 궤도에 오르길, 무엇보다도 김치는 손맛에 따라 결정되는 음식인지라 김치맛이 제법 한결같아지기를 기다린 셈이었다.
그러다가 마침 적절한 때가 왔다.  
부활절 휴가동안에 끼어있는 우리 아이의 생일을 핑게삼아 겸사겸사 나를 찾아온 글라스고 약간 외곽에 사는 친구들이 있어서 우리 집에 오는 날 다같이 김치를 사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 친구들의 주문만으로는 배달일을 하루 앞당겨서까지 해달라기가 미안할 것도 같고 이왕에 김치 한번 팔아주는 것, 가급적이면 많이 팔아주자 싶어 바로 내가 아는 일본인 친구 도모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지속적인 고객확보 차원에서도 아무래도 김치를 어설프게나마 만들 줄 아는 우리 한국인들보다는 한국김치를 아주 좋아하지만 실제 만들 줄은 모르는 일본인들이 그 점에서 적격이었다.  
도모코, 이래저래 한국인이 직접 만드는 김치 비지니스가 생겼는데 김치 좀 주문해라, 게다가 한꺼번에 많이 사면 가격도 싸지거든, 어쩌고 저쩌고….  평소 내가 도모코에게, ‘시간약속을 칼같이 잘 지켜서 전혀 한국인같지않은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둔 덕분에 도모코는 내가 뭘 추천하면 앞뒤 재지않고 바로 믿어주어서 고맙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 좋고 발이 넓은 도모코는 제가 아는 일본인들을 거의 다 끌어모아 김치 주문을 제법 했다.  
그 다음날도 추가로 주문을 더 했고 하여튼 오랫만에 처음으로 매상을 올려주는 내 체면을 이 친구가 어찌 알고 팍팍 올려준 셈이었다. 도모코 말고 또 다른 일본인에게도 한국김치 맛있으니까 한꺼번에 배달을 해주는 이 날 당신도 김치 받아가도록 이 참에 바로 주문을 하라고 반강제적(?)으로 주문을 받았다.  
가끔씩 나도 제법 비지니스 하기에 빤빤한 얼굴을 가진 것같다. 한편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판매되는 김치라서 나는 김치 만드는 분들이 평소처럼 맛있게 잘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특별히 기도를 하게 되었다.  내가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했으니 행여 맛이 없으면 다들 화살을 내게 먼저 돌릴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마음의 부담이 있어서였다. 어쨌거나, 우리 아이의 생일파티를 하는 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났고 어른들은 오랫만에 제대로 된 김치를 먹을 수 있어서 즐거운 날이었다.  
우리 한국인들은 둘째치고 일본인들에게 가는 김치는 제발 맛있어야 되는데, 내가 비지니스 하는 사람도 아닌데 약간 걱정도 됐다.  
왜냐하면 이번 첫번 김치맛이 좋아야 계속해서 그 일본인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김치 품평회 날이 왔다. 나는 내가 먼저 입을 열지않으려고 조심했다.  
도모코와 도모미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 김치가 아주 맛있었다, 고 한다. 도모미는 자기 남편이 앉은 자리에서 500g 짜리 한 통을 거의 다 먹었다고 얘기한다.  
참 다행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을 이었다.
있지, 배추는 땅에서 나는 야채라서 그때그때 기후라든지 토양상태에 따라서 맛이 좀 차이가 날 수도 있어.  그 점을 감안하면 지난 번에는 배추가 그리 좋지않아도 김치 만드는 분들이 아주 맛있게 잘 만든 것같아.  이제부터는 내가 별 말 안해도 너희들 계속 김치 주문해서 사 먹어, 알았지?
김치주문은 아니었지만, 다시 김치 비지니스 하는 분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인 고객들의 평을 전해주었다.  
그분도 내심 걱정했었는데 품평이 좋아서 함께 기뻐하였다.  
살면서 이렇게 양쪽 모두에게 기쁘고 좋은 일을 연결해주는 다리역할을 종종 하고 싶다.  그러면 너무 무거워서 내 등이 휘청거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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