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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5.20 02:26

집 떠나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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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9일) 저녁, 이제 갓 여덟살이 된 우리 아이가 생전 처음으로 집을 떠나 밖에 가서 잠을 자게된 날이었다.  
이름하여, 슬립오버(Sleepover), 아이가 다니는 비버클럽에서 연중행사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어린 소년들이 단체로 모여 이런저런 즐거운 게임도 하고 재미있는 영화도 같이 보고 실내에 천막을 치고 그 속에서 몇명씩 함께 잠들고 다음날 아침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부모들이 아이를 데려가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거기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이 어쩌면 평생 처음으로 집을 떠나고 아니 사실은 엄마품을 떠나서 단 하룻밤이지만 그 하루동안 독립된 개체로서 삶의 한 부분을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주룩주룩 비가 세차게 오길래, 주님 아이가 비버클럽에 오가는 길에 비가 그치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는데 신기하게도 저녁 6시부터 딱 비가 멈추었고 하늘의 비구름들이 깨끗이 걷히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집 떠나 다른 곳에서 잠을 자게되는데 그 밤에 천둥 번개라도 우르릉 쾅쾅 치게 되면 엄마 떨어진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겁에 질리게 될까 저으기 걱정했는데 비가 딱 그치고 햇빛이 찬란히 비치기 시작하니 어찌나 감사하던지.  
이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아이는 즐거운 기대와 흥분에 들떠서 말했다.
“엄마, 내가 맛을 한번 볼께요.  슬립오버가 어떤지…  이게 겁나는지 어떤지 한번 해볼께요.”
“잠들기 전에 주기도문 꼭 외우고 자.  다른 아이들이 한국말 모르니까 오늘은 속으로 외워도 돼.”
모하메드 엄마, 자난 역시 나처럼 마음이 덜 놓였는지 하나뿐인 아들에게 안 가면 안되겠느냐고 물으니 오히려 아들이, 엄마 제가 오늘밤 사촌집에 가서 자고 오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하면서 엄마를 다독이더란다.  
아이들이 언제 제엄마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이렇게 부쩍 커버렸을까?
집 떠난 아이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정작 아이를 떠나보낸 이 엄마는 밤에 영 잠이 오질 않았다.  늦도록 번역을 하고 몸은 피곤한데 이상하게 잠이 잘 안온다.  
평소에는 아이가 잠드는 시간에 곧장 잠이 드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쯤 아이는 곤히 잠들었을까?  
겨우 설핏 잠들었다가 한밤중에 깜짝 놀래서 깨어 일어나 그래도 잠이 잘 안와서 서성이다가 성경책을 오래 읽었다.
아이는 이미 엄마 품을 떠나도 될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아직 아이를 내 품에서 떠나보낼 준비가 덜 된 것이라서 이런 걸까?
언젠가는 아이가 자라서 집을 떠나고 엄마 품을 떠나서 온전히 독립된 어른으로 살아갈 터인데…
집 떠나는 연습, 아니 엄마 떠나는 연습, 그보다는 혼자서 독립적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는 연습이 바로 이것이었다.  
처음으로 내 품을 떠나는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을 수 없지만 네가 믿는 하나님은 네가 어딜 가든지 항상 너와 함께 계시니까 두려워하지 말어.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
드디어 아이들을 데려오는 일요일 아침 10시, 안에 들어가니 언제 일어났는지 아이들은 저마다 받은 기다란 풍선을 불기 바쁘고 스카우트 클럽 회관안에 여전히 세워져 있는 몇개의 천막밖으로 삐져나온 어느 아이의 양말 한짝도 보이고, 또 갈아입은 속옷도 그냥 널부려져 있고, 하기는 이제 겨우 여섯 일곱살된 아이들에게 얼마나 완벽한 것을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 아이는 한살이 더 많아서인지, 제 물건은 비록 구겨넣긴 했지만 그래도 다 챙겨서 들고간 가방에 담아놓았다. 아이들의 눈을 보니 잠을 잘 자지못했음이 분명하다고 자난이 도사처럼 말을 한다.  
집에 오는 길에 내가 묻기 전에 아이가 먼저 말을 했다. 엄마, 나 자기 전에 주기도문 외우고 잤어요. 그래, 아주 잘 했어.
집 떠나서 처음으로 원래 잠자는 시간에 잠들지않고 밤늦게까지 재미있게 놀다가 얼마나 피곤했던지 평소보다 한시간 더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들자마자 코를 콜콜 골아대며 잠을 자더니 월요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더 늦은 일곱시에야 잠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래, 집 떠나면 고생이란 걸 네가 알기나 할까? 이러면서 작은 아이들이 점점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는 모양이다.  
사랑하는 아이를 믿고 놓아주는 연습, 엄마인 내가 해야할 연습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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