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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6.24 03:29

쌍둥이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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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나는 쌍둥이만 보면 그 신기함때문에 눈을 쉽사리 뗄 수가 없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일 경우에는 그 닮음꼴중에서 그래도 각자의 특징을 나타내는 게 뭐가 있을까 혼자서 곰곰히 연구하느라 넋을 잃고 쳐다보곤 한다.  
어디서건 쌍둥이들을 보면 그 자체가 나에게 그들을 줄곧 바라보게하는 유혹에 빠지게하니 이를 어떡하랴?
우리 아이가 다니는 스카우트 클럽에 오는 일란성 쌍둥이 아이들을 보자마자, 나는 오래전에 쌍둥이들-사실 그들은 단지 거기 있었을 뿐이지만-때문에 당한 소매치기 사건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다시금 그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탐스러운 금발에 장발을 한 아이를 불러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이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성경의 야곱과 에서처럼 장자권을 두고 싸우는 일이 생길까봐 염려했는지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누가 먼저 태어나고 누가 나중 태어났는지 따위는 가르쳐주지않고 그냥 한날 한시에 태어난 형제라고만 알려주었던 모양이었다.  그 아이는 형, 동생이 따로 없고 자기들은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라고 대답했다.  
생긴 모습이 어찌나 곱상하고 예쁘게 생겼든지 나는 보이스카우트 클럽에 오는 그 아이들을 하마터면 여자아이들로 착각할 정도였다. 황금빛 아름다운 금발이 목주위께까지 내려오니 아이들이 더 곱상하게 보이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어쩌면 아직 변성기에 접어들지않은 아이들이라서 더 곱상해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셋이상 나으면 야만인, 이라고 주장하는 내 친구 옥이에게 꾸중듣지않고 두 판에 세 아들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첫 판은 한명, 두번째는 쌍둥이로 그러면 굳이 세번씩이나 배부르지않아도 되고 또 친한 친구에게 애만 많이 낳는 야만인이란 소리도 안들어도 되고 참 좋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이미 물 건너간 얘기이다.  
외동아들로 만족하지만, 어쩌다 마주치는 쌍둥이들이 볼수록 신기하고 쌍둥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도 참 특별한 경험이겠구나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아주 오래전, 대학원 졸업식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내 졸업식을 축하해주러 오신 엄마랑 여동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려고 미리 은행에서 돈도 찾아놓고 지하철 정액권도 그 시절로는 가장 고액권을 끊어놓았다.  그리고는 졸업식 당일에는 아무 걸리는 일 없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과외로 가르치는 학생과 시간조정을 해서 그날 영어를 가르치러 가는 길이었다.  
부산대학 앞에서 온천장까지의 거리는 버스로 약 5분정도, 길이 꽉 막혀도 왠만해선 10여분이상을 넘지않는 거리였는데, 내가 버스에 올라타자 갓 대학 1학년생으로 보이는 한 상큼한 남학생이 내가 들고있는 가방을 들어주겠노라고 손짓을 했다. 별로 무거운 가방도 아니었는데, 그 호의에 그냥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가방을 맡겼다. 그때 내 가방은 가운데만 똑딱단추로 잠그는,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속의 내용물을 들여다볼 수도 있는 그런 가방이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내 가방을 받아준 그 남학생 바로 앞에 아주 귀엽고 앙증맞은 쌍둥이 여자아이들이 한자리를 둘이서 나눠 앉아 있었다. 가만 보니 일란성 쌍둥이였다.  얼마나 깊이 빠져서 그 아이들을 바라보았던지 하마터면 내가 내릴 버스 정류장을 놓칠 뻔했는데, 그 가방을 들어준 학생에게 간신히 고맙다는 인사만 남기고 후다닥 버스에서 내렸었다.  
나로 하여금 제정신이 들게하려고 그랬었던지 내가 가르치던 아무개는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었는데, 그날만큼은 우리가 함께 앉아 공부하려는 책상 위에 자기 지갑을 올려놓고 있었다.  갑자기 내 지갑을 챙겨보고 싶은 생각이 그때 문득 들어서 내 가방안을 살펴보았더니, 있어야 할 지갑이 없었다.  
선생님이 혹시 하숙집에서 나올 때 안가지고 왔는지도 모르잖아요. 하숙집 아주머니께 한번 전화해보세요. 그러나 이미 소매치기 손에 들어간 내 지갑이 다시 하숙집에 되돌아 올 리는 만무했다.  
쌍둥이들만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훤한 대낮에 그런 일을 당하고보니 마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망치로 한대 갈겨맞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쌍둥이들을 이용한 소매치기 일당에 내가 걸린 것일까?  
하지만 그 천진난만한 쌍둥이 아이들이 내가 잃어버린 지갑에 무슨 책임이 있으랴?  있다면 선행을 가장한 그 소매치기 녀석의 양심이 문제지. 그 이후로는 왠만해선 가방을 남에게 맡기지않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다.  
고놈의 이름도 모르는 쌍둥이들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처럼 부모형제가 걱정할까봐 말도 못하고 웃으면서 돈을 썼는데, 그 소매치기 당한 경험도 나로 하여금 여전히 쌍둥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유혹을 접지 못하게 하니 이를 어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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