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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7.08 03:47

나의 양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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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코랑 오래 알고 지내다보니 그녀의 시어머니는 물론이고 그 집안 형제 자매들까지도 거의 다 알게 되었다.   그녀의 시댁 식구들까지 다 아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그녀의 시어머니께서 나를 자기의 고명딸처럼 아끼고 사랑해주신다.  한국적인 풍토에서 자라난 나는 아직도 어색해서 잘 못하는데, 그 어머니께서는 어쩌다 나를 보면 그저 반가와서 꼬옥 끌어안으시고 내 이뺨 저뺨에 키스세례를 퍼부어 주시곤 한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그 어머니를 껴안는 나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아마 좀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어떻게 하다보니 또 한분의 어머니가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생겨버린 것이다.  내 친정어머니보다는 더 젊어서 나는 인도 출신인 그 어머니를 그냥 ‘엄마’라고 부른다.
“애, 내가 널 무척 사랑해.  너도 그거 알지?”
“그럼요, 엄마.  저도 엄마 사랑하구요.”
“내가 늘 너 위해서 기도한단다.”
“고마워요.  엄마, 저도 엄마 위해서 기도할께요.”
부모자식간에 늘 ‘내리사랑’이듯이 나도 이 엄마랑 함께 있을 때는 늘 엄마가 먼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한다.  또한 실제로도 이 엄마가 먼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셨고 나는 어쩌면 그에 대한 답례로 그분을 좀 더 친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게 옳을 것이다.  
독실한 회교도이신 이 엄마는 하루 여섯번인가, 세번인가-들었는데, 무심한 내가 그만 까먹었다-시간을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기도하시는데, 그분의 기도속에 내가 있다니 이 얼마나 고맙고 황송한 일인지.  진실로 신실한 회교도들은 다른 사람의 자기와 다른 종교에 대해서 전혀 악감정이 없다는 걸 나는 그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걸 아시는 이 분이 나더러 아이를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경배하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니 넌 정말 좋은 엄마라고 칭찬해주시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날은 이 엄마가 몹시 외롭고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2, 3년전에 엄마가 평소에 그토록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처럼 오손도손 다정하게 지내던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셨기 때문이다.  자식들은 다 자라서 집을 떠나고 또 자기 가정을 꾸려 사느라 바쁘고, 남편 없이 홀로 남은 이 엄마는 혼자서 쓸쓸하고 외롭고, 그렇다고 누구를 붙들고 하소연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날 엄마 마음속에 떠오른 사람이 나였던 모양이었다.  
아이를 데리러 하교시간에 맞춰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저만치 앞에 눈에 익은 옷차림새가 보였다.  ‘엄마’ 하고 크게 부르니 이 분이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널 보러 왔어.  오늘 너네 집에 가서 차 한잔 마실 수 있겠니?”
순간적으로 아이가 나사가 있는 장남감마다 다 풀어헤쳐서 늘어놓은 거실바닥이 내 머리속에 떠올랐다.  이를 어떡한다?
“거실이 아주 엉망인데요…”
“괜찮아, 사내아이 있는 집이 다 그렇지.  나는 그냥 너랑 차 한잔 마시고 싶을 뿐이야.”
“그러세요, 그럼.”
그날 엄마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를 여러번 하셨다.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나는 아무 말없이 엄마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나를 차 한잔 같이 마시고싶은 친구처럼, 또 편하게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딸처럼 생각해주는 이 엄마에게 나는 친구이자 딸이 되어주어야 했다.  이 엄마랑 함께 차 한잔을 마시며 누군가 나이드신 내 친정 엄마한테 나처럼 친구처럼 딸처럼 대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동안 주님께서 한국의 우리 엄마에게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곁에 붙여 주시겠지.
나이와 종교,인종의 벽을 넘어 그분과 내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와 딸처럼 오손도손 다정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음에 그리고 내가 그분께 그런 대상으로 선택되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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