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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07.22 01:12

잠오는 눈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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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오는 눈의 설움

어느 날 집으로 오는 길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친다고 케어센터 주변에 있는 놀이터에 들렸다.  
조금 있으니까 아이랑 학교에서 같은 반인데다 같은 케어센터로 오게 된 ‘키이런’이라는 아이가 놀이터에 합류하였다.  
아니 저 아이가? 나는 속으로 조금 놀랐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그 아이는 우리 아이보다 조금 작았는데 이전에 많이 해보았는지 인공암벽등산을 하도록 만들어진 벽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오르고 내렸다.  여직까지 그걸 한번도 시도해보지않은 우리 아이는 처음에 몇번이나 그만 발이 미끄러지고 헛디디는 바람에 집에서 거의 웬만한 원숭이 수준 뺨치게 문에 메달리곤 했던 옛날의 기억들이 헛것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보다 못한 내가, 키이런한테 어떻게 해야되는지 좀 물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키이런이 이렇게 저렇게 발은 어디에 그리고 손은 어디를 잡고 하면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자 원래 운동신경이 뛰어난 우리 아이는 금방 따라했다.  그리고는 함께 어울려 노는데, 키이런이 우리 아이 이름을 어찌나 자주 불러대는지 이름이 닳아서 없어질 것같으면 그만 닳아 스러질 것만 같았다.  
아, 저 아이도 분명 외동아들임에 틀림없구나.  아이가 혼자 외로워서 친구를 좋아하는구나.  
집으로 돌아올 때쯤 키이런의 엄마랑 잠시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는 힐튼의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했다. 파란색 눈이 선해보이는 젊은 엄마였다.  
“어머, 키이런의 눈이 엄마를 쏙 빼닮았네요.” 했더니, 그런 말을 종종 듣는다고 대답했다.  그랬었구나.  키이런의 눈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었구나.  여자아이였으면 눈꼬리가 좀 쳐져서 선해 보일만도 했으련만 키이런이 사내아이다보니 우리의 무의식속에 잠재되어있는 뭐 남자는 씩씩하게 보여야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준으로 보자면 영 아니었던 것이었다.  언제고 친구 자난을 만나면 키이런에 대한 오해를 풀도록 중재를 해야겠다.  
올해 들어 글라스고 시내의  몇몇 초등학교들이 교육행정상의 이유로 문을 닫아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2학기가 끝나갈 무렵쯤 제법 새로운 얼굴들이 불쑥불쑥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중 키이런이라는 이름의 사내아이가 하나 있었다.  
나는 이 아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어느 날 자난이 자기 아들의 교우관계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던 중 알게 되었다.  
원래 사람들 마음은 제일 좋은 걸 찾게 되어 있는 것처럼, 새로 온 키이런도 그 반에서 모범생인데다 가장 인기많은 아이인 자난의 아들, 모하메드랑 친구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날마다 모하메드더러 학교 끝나고 자기 집에 가자고 졸랐는데 모하메드가 자기 엄마한테 키이런 집에 가도 되느냐고 물어보는 과정에서 자난이 그만 키이런의 눈을 보고 열을 받아버린 것이다.  
자난과 그녀의 남편은 자기네 아들에게, 에드윈네는 믿을 수 있는 바른 집이니까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다른 아이-꼭 이름을 지칭한 건 아니었지만, 키이런을 두고-들 집에는 함부로 가면 안된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아이 눈이 게슴스레하게 이상한 저 아이 부모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서 곤란하다고 했단다.  어른이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을 외모로 평가하면 물론 안되지만, 키이런의 경우 눈이 꼭 뽕(마약)먹고 취한 것같은 눈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눈으로 보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그러나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하랴?  
학교에서 3학년들의 음악발표회가 있던 날, 나는 자난에게 도대체 누가 그 아이냐고 물어보았다.  자난이 살짝 가르키는 아이를 보니 정말 눈이 잠이 와 보이는 눈이었다.  
자난의 생각을 영 틀린 걸로만 간주할 수도 없을 듯했다.  그런데 난처한 일은 자난의 아들 모하메드가 키이런에게, 너는 눈이 왜 그렇게 생겼냐?  우리 엄마가 너랑 같이 놀지 말래,라고 말을 해버렸는데-이래서 아이들은 못말린다!-키이런은 자기는 날 때부터 눈이 그렇게 생겼었는데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대답했단다.    
가엾은 키이런, 자난네가 우리를 바른 사람으로 생각해주는 건 고맙지만, 그게 다른 작은 아이의 신체적인 결점이라면 결점일 수도 있는 그것때문에 얻어지는 영예라면 사양해야겠다.  
키이런도 우리 아이도 서로 외동아들인데다 엄마들도 일하는 엄마이고 또 방학때는 같은 케어센터에 다니고 앞으로 방학 끝나고 학교에 돌아가서도 좋은 친구로 남으면 서로에게 유익할 것같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키이런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권하였다. 우리 아이가 키이런과 친하게 지내다보면 자난도 자기 아들을 키이런과 친하게 지내도록 허락해줄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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