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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집집마다 베란다에 집 주인의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 꽃과 식물들이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비가 많이 오는 이곳에서 하기는 이 한여름 반짝 하는 좋은 날씨를 최대한 누리지 않으면 그 언제 누리겠는가?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집에서는 그 색깔조차 화려한 예쁜 꽃들을 더 즐기는 모양이다. 우리 집에는 남들처럼 똑같이 하지않고 신선한 푸르름으로 가기로 했다. 바로 옆집 할머니께서는 이제 나이때문에 자기 몸 건사하기도 힘든 판에 식물들은 너무 무리인지 베란다에 식물은 키우지 않으신다. 대신 팔순이 훨씬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시리 아주 도발적으로 보이는 빨간색 티테이블과 하얀색 의자들을 베란다에 두고 계신다. 벽 하나를 사이로 바로 옆인 우리집 베란다는 온통 녹색 식물들로 가득해서 양 옆의 집이 제법 멋진 색채의 대조를 이룬다. 다니는 학교는 서로 다르지만 이제 이동네의 제 또래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서로 어울려 아파트 뒷마당에서 함께 자전거도 타고 놀기도 잘 하는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 집을 알아차릴 때 그 집 베란다의 화분을 보고 구분한다. 엄마, 저 집은 존 할머니네 집이고, 저기 저 집은 라이언네 집이고, 그 위에 저 쪽 집은 라이언 할머니네 집이야. 저기 개도 있잖아! 아닌 게 아니라 아이가 가리키는 집들을 좀 더 세심히 살펴보니 집집마다 베란다에 화분을 두고 있는데 꽃종류와 화분 색깔에 조금씩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는 그걸로 알아차리는 모양이었다. 내가 제일 즐겨보는 베란다 하나는 어느 아주머니가 사시는 댁이다. 이분은 매일 아침, 아마 밤에는 베란다 안쪽으로 옮겨놓는 듯한 화분들을 앞쪽으로 다시 밀어놓고 화분 배치도 꽃 색깔에 맞추어 아주 예쁘게 하신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늘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시곤 한다. 아주머니의 밝은 인사도 좋고 또 그집의 꽃도 보기에 무척 아름답고 좋은 그런 집이다. 한 날은 아주머니께, 그 댁의 화분들이 너무 멋져요, 라고 인사를 했다. 너무 많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아마 저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비록 같은 건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그 아주머니는 8번지, 나는 12번지라서 같은 건물내에서 서로 마주칠 일은 전혀 없지만 그런 고운 꽃을 가꾸는 분이 이웃으로 살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일이다. 여름 한철만 생각하면 여러가지 꽃들이 더 좋기도 하겠지만, 나는 겨울철에도 베란다에 녹색을 간직한 나무가 굳건히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한 녹색의 측백나무 한 그루와 연두빛이 고운 전나무 한 그루, 베란다 까만 철담장을 따라서 쭉 뻗어나가라고 담쟁이 덩굴이 심어진 화분 하나, 관상용 고추, 고사리, 그리고 작년에 내 생일선물로 받아 꽃을 즐긴 뒤에 올해까지 잘 살려서 키운 주홍빛 백합이 하나 있다. 아, 참 완전 녹색으로 일관할 줄 알았는데, 이 백합이 최근에 꽃을 하나 피워서 녹색 가득한 중에 환한 주홍빛을 더하여 날마다 상큼한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언젠가 자난의 집에 가서 뒷 정원의 나무와 식물들을 구경하는데 울 안에 연한 빛과 진한 빛의 측백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어져 잘 자라고 있었다. 더운 나라 출신인 자난은 자기네 나라(이라크)에서 물리도록 실컷 본 화려한 꽃들보다는 겨울에도 항상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초록나무들이 더 좋다고 했다. 그렇다고 완전 초록나무만 있는 건 아니었고 한쪽에 약간의 꽃들도 심어놓은 파격의 아름다움! 사소한 것까지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생각이 비슷해서 우리가 서로 친구가 되었을까 싶었다. 자기네 옆집에는 여름 한철 각종 피어나는 꽃들로 화려하다가 겨울에는 거의 황량한데 자기 집은 겨울에도 푸르른 나무들이 담장을 따라 두르고 있어서 그걸 보는 자기 마음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나도 올해는 식물영양제를 듬뿍 사다가 측백나무와 전나무에 틈틈이 챙겨주었다. 올 겨울에 제법 키가 큰 나무로 베란다에 의연히 서 있기를 바라마지않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쯤 잎사귀가 푸르른 나무들이 베란다에 있다면 생각만 해도 그 얼마나 정겨운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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