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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방학때마다 내가 꼭 양념으로 곁들이는 권장도서가 있으니 바로 위인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다섯번이고 열번이고 계속 읽지만 관심없는 책은 별로 거들떠 보려들지않는 아이의 성격을 감안해서 우리의 일상에서 친근한 ‘껌’과 관련된 위인을 찾았는데 그가 바로 ‘윌리엄 뤼글리 2세(William Wrigley, Jr.)’였다. 책 겉장부터 우리가 평소에 좋아한 연두색 포장의 더블민트 껌이며 노오란 포장의 과일 주스 껌이며 여덟살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딱 적격이었다. 보통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내가 먼저 한번 읽어보는데, 아니 이럴 수가?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과는 영 딴판이었던 것이다. 위인전, 하면 흔히 떠올리는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가문을 빛내고 어쩌고 저쩌고… 뭐 이 모든 걸 다 갖출 수는 없다 할지라도 각본대로라면 최소한 어려서부터 공부도 잘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품행이 단정하고 이렇게 나왔어야 했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이미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이 윌리엄은 아홉자식중 하나로 아버지가 비누공장을 운영하신 걸로 보아 가난한 집 자식도 아니었는데 어린 나이에 가출을 하여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신문을 팔아 먹고 살다가 겨울이 되자 집으로 들어갔다. 안그랬음, 추운 겨울 얼어 죽어서 지금쯤 그 이름조차 안남았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다가 학교에 돌아갔으니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하고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퇴학을 당했다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화가 난 그 아버지-나랑 아주 생각이 비슷했다-공부하기 싫으면 공장에 가서 일해라! 학교에서 ? 겨난 아들을 자기네 비누공장에서 일하도록 시켰는데 그것도 가장 힘든 일을 시켰다. 그쯤 되면 또 보통 아이들 같으면 일하는 게 힘들어서 학교로 되돌아가 공부할 법 하건만 윌리엄은 달랐다. 어쩌면 그래서 그가 남과 다른 인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상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어려서부터 잘하는 파는 일을 하고싶어했다. 드디어 그의 아버지께서 그가 열세살 되던 해부터 세일즈맨으로 내보는데 그의 뛰어난 장사 수완으로 고객들이 늘고 그는 비누부터 시작해서 베이킹 파우더, 그리고 마침내 껌으로 승부를 보았다. 그가 하는 장사는 장사 수완이 뛰어난 중국인들도 입을 쩍 벌리게 하는 높은 수준이었다. 박리다매, 아주 싼 물건을 엄청 많이 팔아서 백만장자의 대열에 오른 사람이 바로 그였다. 어제고 오늘이고 학교에서 공부 좀 못하는 아이라고 싸잡아서 무시할 건 결코 아니다. 그는 학교 공부에는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지라도 그가 하는 사업과 가정생활 둘 다에 참으로 성실한 사람이었다. 50년을 함께 해로한 윌리엄과 그의 부인 아다, 어른인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그의 자녀들과 후대 특히 오늘날과 같은 가정이 너무 쉽게 무너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참 좋은 본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랑 함께 책을 읽었는데, 우리 아이 대번에 하는 말이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엄마, 나도 팔래!” “뭐 팔 건데?” “엄마 보석!” “뭐라구…” 누가 들으면 제 엄마가 엄청 보석을 많이 가진 줄로 알겠다. 엄마 보석을 가져다가 함부로 팔면 네 아빠한테 혼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서야 누그러졌다. 열살쯤 되면 안그래도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서 한번 시험삼아 팔아보도록 시킬 생각인데, 그 이전에 설치고 나설까봐 걱정이다. 얼굴이 제법 빤빤해서 동네 침대가게에 들어가, 저 사탕 하나 먹어도 될까요? 하면서 사탕 두개를 얻어나오는 녀석이니 장사를 하게되면 부끄럼없이 술술 할 것같기도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아들과 함께 이 분이 오래 전에 사서 개발해놓은 카탈리나 섬(Catalina Island, off the coast of California)으로 휴가여행을 가봐야겠다. 이 섬이 바로 그 윌리엄 뤼글리 2세의 섬이야. 우리가 예전에 함께 책에서 봤잖아! 아, 그 섬 그리고 뤼글리 츄잉껌! 이제 생각나니? 그때쯤 우리는 페리에서 뤼글리 츄잉껌을 씹으며 이런 얘기를 나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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