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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아이랑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야되는 일중 하나가 바로 콜라때문에 벌어지곤 한다. 그놈의 왠수같은 콜라, 하필이면 아이들이 좋아하게끔 만들어서 애 이빨이 상할까봐 걱정하는 부모 마음도 몰라주고… 나에게 일어났던 똑같은 일이 내 아이에게도 일어났더라면 콜라로 인한 염려는 꽤 오랫동안 한시름 놓아도 됐을 것을. 이 얘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정말 촌뜨기라고 놀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실 콜라를 그다지 자주 마시지도 않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이 콜라를 마실 경우, 나는 뚜겅을 열어 콜라의 김을 최대한 많이 빠져나가게 한 후에 마신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도 놀란다고, 콜라로 인해 겪었던 그 첫경험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잠시 여행사 사무실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여름철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어떤 때는 밤 10시 반까지도 쌓인 일을 해야했는데 그럴 때마다 사무실 직원들은 식당에 갈 시간조차 아낀다고 가장 빠르고 간편한 맥도널드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곤 했었다. 맥도널드 음식을 시킬 때마다 꼭 곁들여 나오는 음료가 있었으니 콜라가 그 주를 이루었던 것같다. “미스 최는 뭐 마실 거야?” “저는 콜라말고 뭐 다른 건 없나요?” “미스 최는 왜 콜라를 안마셔?” “그냥요.” 한두번은 그렇게 넘어갔는데 매번 내가 그렇게 나오니까 어떤 언니가 엄청 궁금해졌던 모양이었다. “미스 최, 콜라를 안마시는 이유가 대체 뭐야?” “아이, 그런 게 있어요.” 그 언니가 하도 집요하게 그 이유를 졸라대는 통에 듣고나서 웃지 마세요, 하고 얘기했는데 그 언니가 얼마나 웃어댔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이후로 계속 나를 콜라도 못마시는 촌놈이라고 놀리곤 했다. 때는 바야흐로 아주 멀리 거슬러 올라가서 내가 중학교 2학년이던 열다섯살 때의 일이었다. 시골이긴 했지만 군내의 모든 교회의 중고등부 청소년들이 우리 교회에 모여서 무슨 중요한 회의를 했던 걸로 기어난다. 손님접대로 그때 내놓은 음료로 콜라가 있었는데 나에게는 그때가 바로 처음으로 콜라를 마셔보게된 계기였다. 원탁으로 둥그렇게 앉은 남녀 중고등부 학생들이 자기 앞에 놓인 음료와 다과를 자유로이 먹고 마시며 편히 어떤 주제를 놓고 토론 내지 얘기하는 분위기였는데, 아뿔사 나는 그만 콜라 한모금 마신 이후로 그 어느 것 하나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였으니 어디에 잘생긴 남학생이 앉아 있나 혹은 어디서 온 누구가 괜찮게 생겼나 은근슬쩍 둘러볼 수도 있었으련만, 쉬지않고 계속 나오는 트림때문에 그날 그 회의가 어떻게 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목구멍을 통해서가 아니라 콧구멍으로도 트림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다른 아이들은 그 끔찍한 콜라를 도대체 어떻게 그리 잘 마시는지 그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 이후로 나는 거의 20여년을 콜라와 담을 쌓고 살았었는데, 요즘은 콜라를 마실 때 잠시잠간 숨을 쉬지않고 마시면 트림을 하지않을 수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이 정도면 많이 발전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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