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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10.20 01:18

피는 못 속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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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여!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느 날부터인지 아이에게서 불쑥 튀어나오는 행동이나 모습을 보면 정말 ‘피는 못 속인다’는 옛말이 딱 맞다는 걸 종종 느끼게 된다.  그래서 씨도둑은 못한다는 말이 나왔나보다.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부모를 닮은 구석이 나오는지 놀라울 뿐이다.
우리 아이는 개구장이답게 아주 겁이 없고 또래애들에 비해서 자전거도 보조바퀴도 없이 빨리 타기 시작했고 공원에 가서 이런저런 놀이기구에도 겁을 내지않고 바로 도전을 하는 편이다.  
낮은 담장 정도는 그냥 훌쩍 뛰어 올라가 균형을 잘 잡아서인지 비틀거리지도 않고 거뜬하게 팔짝팔짝 잘도 걸어간다. 어떤 아이들은 보기만 해도 겁에 질려서 덜덜 떠는 게 엄마들 눈에도 훤히 보이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애는 너무 겁이 없어서 좀 탈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딱 하나 겁내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영화관람’이다.  학교 담임선생님이 이걸 두고 우리 애가 다른 건 다 큰 소년 같은데, DVD관람만 하게되면 갑자기 작은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고 나에게 얘기해주었다.  이쯤 되고보니 내가 내 유전을 고백하지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은 제가 학교 다닐 적에 영화보는 거, 아니 영화관에 가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가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봅니다.”  
최근에 또 ‘모전자전’을 방불케하는 일이 생겼다. 다름 아닌 수영장에서였다. 다섯살때부터 간간이 다니기 시작했으니 어언 3년이 되어서야 보조기구의 도움없이도 혼자서 자유형으로 수영을 할 수 있게된 아이가 얼마나 기뻤던지, 그자리서 두손을 모으고 합장하듯이 몇번이나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되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딴에는 정말 어려운 고지를 기적처럼 달성한 것이었다. 우리 아이에게 물에 뜨기 전에 먼저 심호흡을 하라고 알려준 어느 맘씨 좋은 형이 참 고맙기만 하다. 그날은 수영장에서, 문 닫을 시간이니까 다들 나가 주세요, 할 때까지 아이는 신나게 자유형 연습을 거듭했다.  
집에 오는 길에 우리는 그 기적같은 일이 너무 기쁘고 신기해서 또 얘기를 했다.  
“애, 너 있잖아.  나중에 수영대표선수 해도 되겠다.”  “그래, 엄마, 나 대포선수(‘표’자 발음이 영 어려웠던 모양)될꺼야!”
상상의 나래를 펴서 나는 올림픽 수영대표선수로 출전한 아들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그려본다.  
“너 금메달 따서 인터뷰하게 되면, 한국기자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하는 거야. 어, 어떻게 한국말을 하세요? 라고 물으면, 우리 엄마가 한국사람입니다, 라고 대답하고. 아니 ‘제 엄마가 한국사람입니다’라고 해야겠네.”
이 얘기를 예전 대학동창인 언니에게 했더니, “그래, 엄마는 노벨문학상 타고, 아들은 올림픽 수영선수로 금메달 따고, 꿈이 커서 좋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언니는 나더러, 너 노벨문학상의 꿈은 어떻게 되어가니? 하면서 내가 갓 대학 초년생이었을 때 겁없이 발표했던 내 꿈을 다시 내게 상기시켜주었다.  
과의 지도교수님께서 신학기 초 모든 학생들에게 앞으로 40대때의 꿈을 발표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아니면 용감한 게 무식하다고 나는 그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어 우리나라 한국 문학의 위상을 온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그 꿈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가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에 대한 노력으로 여전히 글쓰기는 손에서 놓지않고 있어요, 하니까 언니는 아주 흐뭇해하였다.  
한때는 고학생인 주제에 꿈만 엄청 야무지구나 싶어서 몹시 황당했다는 언니가, 네가 양 대륙을 다 가게 되고 또 마음에 소원하던 바를 이루어내는 걸 보니 네 꿈이 결코 황당한 것만은 아니었구나, 느낀다면서 요즘은 내 꿈의 전폭적인 지지자 겸 격려자가 되어주고 있다.  
나도 우리집 올림픽 꿈나무 아들에게 틈만 나면, 빌립보서 4장 13잘 말씀-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를 반복하여 외우게 하면서 또한 뭐든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부쩍 늘 수도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라고, 나는 사실 배영 빼고는 뭐 하나 잘 하는 것도 없지만 토요일마다 아이랑 함께 수영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 엄마에 그 아들이라고, 아이가 뭐든 하려고 맘 먹은 것은 끈기있게 열심히 해서 배우고 익히는 와중에도 즐겁고 신나게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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