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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12.16 03:31
이중언어구사의 좋은 점
조회 수 3717 추천 수 0 댓글 0
이중언어구사의 좋은 점 이제 한국에서 영국에 온 지 얼마 안된 부모님들과 아이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에서 한국어 사용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언어는 많이 알면 알수록 지적인 영역을 확장하는데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여러모로 유용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아이들의 영어구사 뿐만아니라 모국어인 한국어 구사에도 신경써서 가르치는 부모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아주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영어와 한국어 두 언어를 구사하는 우리 아이가 한 날 정말 난처한 상황에서 이 이중언어구사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날은 아이 친구 하나를 데리고 평소 우리가 가는 수영장으로 향하였다. 수영장에 거의 가까이 가는데 우리 애의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어기적어기적거리면서-어둠이 일찍 내린 저녁이라서 천만다행이었다-나에게 한국말로 얘기를 했다. “엄마, 나 팬티에 똥이 나왔어.” 이럴 때 엄마는 최대한 침착해야된다. “이왕 나온 똥은 어쩔 수 없는 거고, 봐라! 너 이럴 때 한국말 할 줄 아니까 얼마나 좋으냐? 영어로 말하면 네친구도 알아듣고 웃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너 그렇게 두 다리 쫙 벌리고 걷지말고 그냥 보통때처럼 걸어. 그래야 표가 안나지.” 평소에 나는 아이의 친구가 옆에 있으면 그 친구를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아이에게 영어로 하는데 그날은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우리가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의아해하는 아이의 친구를 잠시 젖혀두고 한국말로 했다. 알고봤더니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인해 속옷에 응아-설사-가 약간 나왔던 모양. 그러면 수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입장표를 끊을테니까 너는 그동안에 화장실에 가서 뒤를 닦고 손도 깨끗이 씻고 와라. 레져센터에 들어서자마다 아이는 제일 가까운 남자화장실을 향해 뛰어갔고 나는 아이 친구 손을 잡고 입장표를 사는 곳으로 이끌었다. 영문을 몰라하는 친구에게 우리 애가 화장실이 급해서 저렇게 가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이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나는 스페인어를 전혀 몰라서 도대체 아들이 학교에서 무얼 배우는지 그야말로 눈 뜨고도 못보는 소경이나 마찬가지다. 한 날은 아이가 스페인어 수업이 들어있는 수요일이 몹시 기다려진다면서 스페인어 선생님이, 누가 스페인어로 말해볼까요? 하고 물으면 자기가 제일 먼저 손을 들고 대답할 거란다. 언제 이 아이가 스페인어를 좋아하게 됐지? 하면서 조금 기특해하고 있는데, 엄청 빨리 튀어나온 아이의 대답에 나는 그만 그자리서 꽈당 넘어질 뻔하였다. “You are Caca(당신 똥이야―카카는 스페인어로 ‘똥’이라고).” 야, 어쩜 이런 아이가 나에게서 태어났을꼬? 가끔씩 보게되는 스페인어 선생님을 보니까 아주 새침해보이는 멋쟁이 여선생님이던데… 수더분하게 생긴 아줌마 선생님한테 그러면 또 모를까, 세련된 깔끔쟁이 선생님한테 그렇게 해서 미운 털이라도 박히면 어떡하나? 나중에 얘기를 들어 보니 그날 스페인어 시간에 우리애보다 더 동작이 빠른 애가 그 말을 먼저 하는 바람에 온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단다. 그 선생님 표정이 안봐도 훤히 그려진다. 똥 밟은 표정이 어떠했을까? 이유가 어찌됐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서 재미있어하고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것이 영 싫다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가르치는 선생님 생각해서 아이의 스페인어를 대하는 마음이 좀 더 건전한 열정으로 채워지길 바래본다. 내 욕심같아서는 아들 학교에서 제엄마가 배우고 싶어하던 독일어를 가르쳐서 아들 덕분에 나도 좀 끼워서 배우고 싶었는데, 내가 스페인어를 한번 배워보도록 해야하나? 기도하기는 아들이 스페인어도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더 널리 펼쳐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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