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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09.12.31 06:30
살다보면 이런 일도
조회 수 2557 추천 수 0 댓글 0
살다보면 이런 일도 사정을 다 알기도 전에 남의 말 함부로 할 것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로만 치자면 나도 한날은 정말 골치아픈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약속도 제대로 못지키고 또 어거지도 부리는 사람이 된 것이다. 살다가 보면 때로 이런 일도 일어난다는 것을 어찌 알았으리요? 오늘은 이 골치아픈 사람, 아니 미운 털 송송 박혔을지도 모를 골치아픈 환자 얘기를 하려고 한다. 나이들어갈수록 치아는 점점 더 중요한 법이라서 왠만하면 썩은 이라도 땜질하고 고쳐서 그냥 제 본래 이를 두고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내 이 하나도 밑에 받쳐주는 짝이 없었지만 썩은 부분을 다 도려내고 땜질한 것만으로도 아리지도 않고 좋았는데 언제부터인지 잊을만하면 한번씩 내게 치통을 안겨주었다. 치과정기검진때에 내 담당 치과의사에게 얘기하니 앞니와의 사이에 음식물 조각들이 끼면 그럴 수도 있다며 치간치솔로 잇사이를 잘 닦으라고 했다. 내 담당 치과의사는 때로 까닭모를 윙크를 하는 걸 빼고는 환자들을 잘 배려해주는 편이었다. 그렇게 넘어가는가 싶더니 그놈의 이앓이가 도지기 시작했다. 한날은 신성한 예배당에서 참을 수 없는 치통으로 인해서 사회적(?)체면도 다 까먹고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응급으로 치과예약을 했었는데, 치과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아파서 치과에 못나오게 된 바람에 내 응급치료가 어쩔 수 없이 연기되었다. 나중에 갔더니 X레이를 찍어서 모두 건강한데 문제의 그 이는 조금 허약한 편이고 앞니와의 사이에 약간의 염증이 있을 뿐, 굳이 빼버릴 정도는 아니라며 항생제를 처방해주면서 2주후쯤 다시 한번 검사해보자고 하였다. 이렇게해서 또 그 앓던 이를 데리고 왔다. 내 치과약속이 있던 바로 그날, 하필이면 그 전날 있었던 보건소와 큰 병원에서의 통역일의 연장으로 아침 꼭두새벽부터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나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 했으니 나도 덩달아 좋아지려니 하는 마음이 좀 있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가 다시 아려오기 시작하여 병원에서 염치불구하고 진통제 몇알을 얻어 복용하기도 하고 하여튼 살얼음판을 걷듯이 하루하루 예측하지못할 치통과의 전쟁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날은 치과도 다 문닫은 저녁부터 시작된 치통으로 말 그대로 밤새 한잠도 못자고 울면서 끙끙 앓았다. 아무리 센 진통제를 복용해도 소용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짜고짜 응급으로 찾아간 치과, 크리스마스 전이라 오후 1시까지만 진료를 하는데 기다리면 환자들 사이사이로 끼어넣기를 해주겠단다. 그런데 그날 오전, 1주일전에 예약해둔 보건소의 GP(일반의)약속이 있었다. 이 아픈 것도 물론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 약속도 중요했다. 같은 건물안에 치과도 있는 보건소라 사정을 얘기하면 들어줄 것같았는데 아니었다. 당신이 여기서 기다리지 않으면 그 기회를 다른 환자에게 줄 거예요! 야, 치과직원의 엄포도 무섭군. 어떻게 겨우 마취주사를 맞고 바로 옆에 있는 GP접수처에 갔더니 여기서는 이미 10분이나 지각했다며 나에게 핀잔이었다. 자기들이 늑장부릴 때에는 전혀 미안해하지도 않으면서… 이 마취가 풀리기 전에 빨리 의사 선생님 보고 다시 치과로 가야되는데요. 여기서 안 기다리면 당신 차례는 오늘 없어요. 야, 가면 갈수록 더 무섭군. 혹 내 이름을 불렀을까 싶어 치과로 발길을 돌렸는데, 저승사자처럼 보건소의 접수처 직원이 내 뒤를 따라와서, 이봐욧, 지금 당신 이름 부르잖아요. 잡혀들어가다시피해서 의사선생님과 면담을 하는데 내 엉덩이는 들썩들썩, 아 마취가 풀리기 전에 이를 빼야하는데… 다른 날 같으면 묻는 것도 짧으면서 오늘따라 왜 이리 별것별것 다 물어보나? 앓던 이를 빼고나니 어찌 그리 속이 시원하던지? 있잖아요, 제가 어젯밤에 치통으로 밤새 한잠도 못잤거든요. 그래서 본의아니게 그랬는데 미안해요, 했더니 보건소 직원이 마음이 풀렸는지 괜찮다고 한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이 다 일어나고 별 수 없이 골치아픈 사람도 되고. 이래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해줘야 하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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