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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저것 좀 봐요! 야, 정말 가문의 영광이다, 영광!” “뭐가요?” “저기 저 세 아이들 안 보여요? Y, M , E, 쟤들이 지금 스타 선수랑 함께 공을 차고 있잖아요.” 입담이 좋은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우리 아이랑 한두살 차이의 고만고만한 주일학교의 남자아이들이 그 기라성같은 ‘셀틱’(스코틀랜드의 대표적 두 축구팀중의 하나이며, 주로 가톨릭 신자들의 응원팀이라는 걸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의 기성용 선수와 공뺏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집 아이가 M이고 우리집 아이는 E, 그리고 Y역시 우리 두 사람이 다 잘 아는 댁의 아이였다. 열살, 아홉살, 여덟살 세 아이들이 아무리 기를 쓰고 덮치며 딴지를 쳐도 그 선수의 두 발에서만 자유자재로 놀아나는(!) 공을 뺏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온통 머리카락이 땀에 젖고 얼굴은 새빨갛게 되어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공은 점점, 물론 그 선수의 발안에서 구르고 굴러서 나중에 교회의 그 큰 홀을 돌고 돌아 구경하는 우리들이 있는 곳까지 왔다. 지쳤는지 잠시 쉬고 있던 Y와 제 딴에 작전을 짜서 우리 아이에게 너는 오른쪽에서 덤벼, 나는 왼쪽에서 덤빌테니까 하는 M. 승부욕이 강한 우리 아들은 제일 나이가 적어서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바닥에 드러누워 기성용 선수의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반칙까지 제멋대로 했는데도 여전히 공은 야속하게도 그 스타선수하고만 놀고 있었다. 공도 전문가를 알아 보는구나! 그때 나는 무심결에 내 바로 근처에서 기성용 선수의 이마에 맺혀있던 굵은 땀방울들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말았다. 아, 저 땀에 바로 비결이 있었구나. 너희들 이제 항복할거야? 특별히 우리 교회 온 교우들은 기성용 선수와 그 부모님 덕분에 모두 배부르게 기성용 선수의 생일 미역국과 돼지불고기로 대접을 받은 후에 눈까지 즐거운 그 선수의 신기에 가까운 공다루는 모습을 보고 있는 터였다. 생일이 겨울에 있어서 늘 동계훈련을 떠나 있던 터에 부모님이 버젓이 있으면서도 한번도 제대로 아들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마음 아팠다는 부모님의 얘기를 아는 이를 통해 전해들으면서, 원래 잘나가는 스타선수들이 그런 피나는 훈련과 자신의 여러가지 하고싶은 것들을 포기했기에 지금 잘나가게 되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구경하던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 셋이 저 선수랑 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하면서 얘기를 나눴는데 어른 셋도 아마 기성용 선수 하나를 당해내기 힘들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아이가 그 빛나는 연두색과 하얀색을 좋아해서 셀틱 팬인 바람에 가끔씩 아이 눈요기를 시켜주러 셀틱 전문매장에 가보기는 하지만, 나는 원래 스포츠에 열광하는 팬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이 기성용 선수는 선수도 선수지만, 스타 아들을 두었다고 잰 채 하지도 않으시고 아들의 자필사인을 좀 받아달라고 졸라대는 어린 아이들과 어른들에게도 친절하게 응하시며 신실해보이는 그 부모님들이 참 멋져 보여서 좋아진다. 그 어머니께 아드님이 누구를 닮아서 저렇게 축구선수로 자라났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원래 아버님이 축구선수였고 어머님도 육상을 하셨다고 한다. 아, 유전인자도 있었구나. 천재선수는 유전인자 더하기 노력의 결과인가? 운좋게도 나는 이 선수의 곱상한 누나와도 얘기를 나눠보는 기회를 가졌다. 참 귀한 성씨를 가졌네요. 네, 어떤 분들은 처음 듣는 성씨래요. 중학교 1학년때 가정선생님이 기씨 성을 가지신 분이었던 게 기억났다. 주일학교에 가면서 제 성경책 가방은 엄마에게 들라면서 공만 잘 챙겨갔던 우리 아이, 나는 행여라도 공을 세게 차서 교회 창문이라도 깰까봐 주의를 줬는데, 그 공으로 스타선수랑 함께 하는 시간도 가지고 또 공에다 선수의 자필사인까지 받아오는 영광을 누린 아이였다. 엄마, 나도 축구선수 될꺼야! 수영선수가 되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던 아이의 꿈이 바뀌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집에 다 와서 묻기를, “엄마 근데 오늘 그 선수 이름이 뭐야?” 아, 진짜! 그렇게 묻는 너는 대체 뉘집 아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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